“노후자금을 운용할 땐 분산·장기·적립식 투자가 기본이다. 특히 1% 수수료 차이가 장기 수익률을 결정한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ETF 수수료, 액티브 펀드의 절반 #고배당주·가치주 등 종목 선택 가능
국내 1세대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로 손꼽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56·사진)의 얘기다. 그가 금융당국을 설득해 2002년 국내 금융시장에 ETF가 도입됐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펀드다. 특히 수수료가 연 0.3~0.4%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의 절반 이하다. 배 부사장은 “1% 수수료도 쌓이면 큰 돈이 되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할 때는 비용이 낮은 금융상품으로 돈을 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 성과도 뛰어났다. 투자자가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200 ETF에 상장 첫날 투자했다면 현재까지 459% 수익을 냈다.
- 노후자금을 모을 때 어떤 전략을 짜야할까.
- “상식적이고 건전한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코스닥 등 특정 지역이나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2000년 초 코스닥 시장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으로 2000대까지 올랐다가 거품이 깨지면서 폭락했다. 시장의 변동성을 이기려면 투자자의 위험성향에 맞게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을 섞어야 한다. 장기간 적립식 투자도 중요하다. 1980년부터 10년간 미국 스탠드다앤드푸어스500 지수의 연 평균 수익률은 17.6%였다. 하지만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던 10일 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12%로 낮아진다. 투자 비용이 낮은 상품에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 노후준비에 유용한 펀드에 투자자의 관심이 줄고 있다.
- “펀드 시장 초기 마케팅에 문제가 있었다. 판매사나 운용사가 나서서 특정 상품을 투자자에게 권유했다. 전문가라도 정확하게 시장을 예측하긴 어렵다. 지난해 경제 전문가의 67%가 경제를 부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국내 경제는 3% 이상 성장했고 코스피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제휴를 맺고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디멘셔널펀드어드바이저(DFA)는 투자자가 ‘어떤 펀드가 가장 좋냐’라고 물어보면 상품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분산 투자를 투자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ETF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한가.
- “코스피200처럼 상장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기본이고 원자재·IT 등 특정 섹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액티브 펀드의 성격을 더한 스마트베타 ETF까지 나왔다.”
- 스마트베타 ETF는 뭔가.
- “고배당주·가치주·중소형주 등 특정 스타일에 따라 종목을 골라 담아 운용하는 ETF다. 예를 들어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라면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큰 고배당주를 주로 담는다. ETF는 증시에 상장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사고 팔 수 있다. 특히 펀드 수수료가 연 0.4% 미만으로 저렴하다. 낮은 비용으로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ETF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선 이미 스마트베타 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자금의 25%가 몰리고 있다.”
- 노후자금을 잘 운용할 방법은.
- “우선 코스피·코스닥 등 시장 대표지수를 따르는 ETF에 노후자금을 주로 운용하면서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스마트베타 ETF에 장기간 투자한다면 낮은 비용으로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