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지켜주지 못한 응어리 때문 … 文은 지킨다”

중앙선데이

입력 2018.01.21 00:02

업데이트 2018.01.2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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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05면

댓글 호위 무사 그들은 왜

“저는 할 일이 많은데, 여러분은 제가 대통령 되고 나면 뭐하지요. (감시! 감시!) 여러분 말고도 흔들 사람은 꼭 있습니다. (중략) 저 흔드는 사람들도 감시 좀 해주세요.”(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과의 만남)

2012년 대선 거치며 노사모서 진화
작년 문팬·젠틀재인 양대 축으로
열혈 중엔 달빛기사단·문꿀오소리

“자발적 네트워크, 극단적 편향성”
“최근 젊은층 일부 이탈” 주장도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 전후 ‘이제는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유튜브로 회자된 영상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동에 어떤 심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중앙SUNDAY가 접촉한 상당수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 얘기를 했다. 지난 대선 때 하루 300자씩 네이버 댓글을 달았다는 심주완(46)씨도 그중 한 명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라크 파병 결정,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지지자들이 오히려 비판을 많이 했어요. 여기에 보수 언론이 가세해 칼날을 너무 많이 맞으면서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고 노무현 정부가 몰락했죠. 이후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촛불의 배후로 노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지지자들은 왜 우리가 그를 (비판하기만 하고) 지켜주지 못했는가, 회한의 눈물을 어마어마하게 흘렸어요. 이제 그의 가장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노무현의 계승자를 우리는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듯 문 지지자들의 뿌리는 기본적으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두고 있다. 2012년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서자 노사모는 문사모·문풍지대·노란우체통·젠틀재인 등으로 진화했다. 문 대통령이 재도전한 2016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연합 카페인 문팬이 만들어졌다. 심주완씨도 노사모를 거쳐 문팬이 됐다.

그해 7월 통합 카페지기 선출을 앞두고 문팬이 분화했다. 현재는 다음 카페 ‘문팬’(2만3076명)과 ‘젠틀재인’(5만5016명)이 대표 그룹으로 남아 있다. 문팬은 선거 운동을 지원했던 오프라인 멤버들이 주축이 됐고 젠틀재인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팬심’으로 지지하는 성향이 큰 모임이다. 운영진 등 주축이 되는 이들은 40~50대로 자영업자, 회사원, 교수, 의사 등 다양한 직군이라고 한다. 30~40대 여성 지지자들 중엔 사회저항적 음악을 추구한 서태지 팬 출신도 제법 있다는 게 한 지지자의 전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힐난조로 ‘문빠’로 불리는데 맞서 ‘문파’(派)를 자칭하기도 한다.

이들 중 열혈 지지자로 분류되는 ‘달빛기사단’은 지난해 1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문꿀오소리’는 대선 이후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달빛기사단은 문 대통령의 성(姓)을 변용한 달(Moon)과 기사(knight)의 합성어 격이다. 문꿀오소리는 독이 있는 뱀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뱀을 물어뜯는 벌꿀오소리에서 따왔다. 아이디 중 ‘osori(오소리)’가 들어간 경우가 있다. 온라인에서 ‘문꿀’ 활동을 하는 이들은 “이니(문재인 대통령 애칭) 말도 안 듣는다” “방어가 안 되는 것도 방어한다”고 할 정도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곤 한다. 미국·중국·유럽에도 있어 24시간 활동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심주완씨는 “문꿀오소리 중에는 노무현 정신을 기억하기보다 문재인이란 사람을 좋아해서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당했구나’를 찾아보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노무현 지지자와 문재인 지지자가 일맥상통하면서도 다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자생적이라고 여긴다.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현모(52)씨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댓글 활동은 완전히 자발적인 활동”이라며 “어떤 구심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 지시나 돈을 받고 하는 게 아니고 줄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일종의 ‘품앗이’란 표현도 쓴다. 문 대통령과 정부에 유익한 댓글은 올리고 부정적인 댓글은 내리는 과정에서 서로 간 ‘화력 지원 요청’을 하는 걸 염두에 두고서다. 주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단체톡방을 이용한다. 전파 과정에선 익명성·전파성이 강한 트위터가 주요 수단이다. 각기 2000~8000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구축하고 있어 리트윗 등을 통해 순식간에 수만 명에게 메시지가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달빛기사단을 자처하는 한 여성은 “우리가 기계를 이겼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등에 의한 댓글 공작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문슬람(문재인 지지자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합성어)’이라고 불리는 데서 드러나듯,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대선 경선 때부터 논란이 됐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과도한 댓글 공격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을 향한 ‘18원’ 후원, 문자폭탄(문자 행동) 등이 이어졌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서 “(온라인 지지자들 중) 극히 일부는 인터넷 공간에서 지지 성향이 다른 네티즌들에게 배타적 폐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지지자 현씨는 “일부 과격한 욕지거리나 불편한 이야기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주 작은 부분이고 일반화시키면 안 된다”고 해명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발적인 네트워크일수록 자기와 유사한 집단이 모이기 때문에 극단주의적 성향과 편향성을 띨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민성의 핵심은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관용이고 이것이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일부 이탈자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온라인 상에서도 ‘문꿀오소리를 관뒀다’는 유의 글이 보인다.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인 박성중 의원은 “최근 최저임금과 공무원 채용, 부동산 폭등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특이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달빛기사단을 중심으로 젊은 층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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