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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댓글 호위무사…나는 달빛 기사단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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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01면

40대 활동가 ‘사월이’ 첫 실명 인터뷰 … “우린 댓글부대 아니다”

작년 1월 단톡방 100여 명이 시작 #뉴욕·워싱턴·중국·일본에도 있어 #이해관계·보상 없이 자발적 참여 #허심탄회한 논의는 텔레그램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한쪽에선 건전한 의사 표시로, 민주주의의 양념이라고 여긴다. 반대쪽은 여론을 조작·선동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을 말하지 못하도록 겁준다고 비판한다. 누군가에겐 우군이지만, 누군가에겐 중국의 홍위병이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라는 원성의 대상이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달빛기사단’이다. ‘문빠’ ‘문꿀오소리’ ‘문파(文派)’로도 불린다.

‘달빛기사단’인 유미현씨가 18일 휴대전화로 네이버 메인 기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은 카메라의 다중촬영 기능을 이용해 휴대전화 화면과 유씨를 이중 촬영했다. 김경빈 기자

‘달빛기사단’인 유미현씨가 18일 휴대전화로 네이버 메인 기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은 카메라의 다중촬영 기능을 이용해 휴대전화 화면과 유씨를 이중 촬영했다. 김경빈 기자



문 대통령의 15일 신년 기자회견 때도 관련 질문이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것 외에 실체가 있는 조직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활동하는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중앙SUNDAY가 ‘달빛기사단’ 활동가로 댓글 작업을 하는 ‘사월이’(@windofapril)를 만났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유미현(48·언어치료사)씨다. 그는 달빛기사단이란 말이 처음 만들어진 지난해 1월 카카오톡 단체방(단톡방)에 있었던 100여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돈을 받는다, 지령을 받는 댓글부대다’라고 공격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것, 또 우리가 대통령을 뒤에서 지켜드리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달빛기사단이 실재하나.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1월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단톡방을 만들었다. 당시엔 100여 명밖에 안 됐다. ‘악플’(악성 댓글) 방어가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있었고 누군가 ‘달빛기사단’이란 이름을 제안했다.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각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고 하는 게 아니다.”
근래 문꿀오소리란 이들도 등장했다.
“달빛기사단이 많이 알려진 이후 비판도 많이 받았다. 대선 이후 트위터에서 갑자기 오소리 얘기가 나왔다. 어떤 분이 ‘오소리가 한 번 물면 안 떨어지고 지독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문재인을 보면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사랑스럽고 설렌다는 의미)는 의미에서 문꿀오소리란 말이 만들어지고 퍼졌다. 달빛기사단이 공격받아서 문꿀오소리를 만든 셈이다. ‘문빠’(문 지지층을 속되게 이른 말)라고 하니 우리 스스론 ‘문파’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격하는 프레임을 우리가 옮기는 거다.”
어느 정도 규모인가.
“문 대통령에 대한 콘트리트 지지율이 40%라고 하는데 적게 잡아 30%라고 하자. 그건 국내에 있는 ‘오소리’들만이 30%인 거다.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워싱턴DC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에도 있다.”
외부에선 조직적이라고 여긴다.
“몇천 명이 의견을 모으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제발 어떤 지령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없다. 누구도, 어떤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이해관계도 없다. 다 먹고살 만큼 돈도 있다. 오히려 열심히 활동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후원금을 내준다.”
상의하는 모임이 있을 터인데.
“텔레그램(메신저) 방이 하나 있다. 50명 정도다. 트위터 활동을 하다 뜻이 맞는 사람을 초대해서 만들었다. 외부에 노출은 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령받고 뭔가 모의하고 이러는 건 아니다. 허심탄회하게 사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정도인 것 같다. 다른 분들의 경우 그런 방을 몇 개씩 하는 경우도 있다.”  
여론을 조작한다고 야당에선 비판한다.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움직이고 있다. 오히려 본인(자유한국당)들이 조직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이해를 못하는 거 아닌가. 우리가 여론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그쪽이 왜곡하고 조작하려는 걸 (우리가) 못하게 막고 있다.”
자발적이란 의미는.
“내 트위터 팔로어는 8000명이다. 그중엔 자신의 팔로어가 6만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네이버에 뜨는 기사들을 읽다가 왜곡된 기사거나 댓글들이 취지에 맞지 않는 욕설이 달리고 있다고 보고 트위터로 알리면 그 즉시 전파된다. 그 다음 해당 기사에 가서 선플을 달거나 악플에 ‘싫어요’를 누르는 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다. 일종의 품앗이다. 낮에 깨어있는 사람은 낮에 하고 밤에 깨어있는 사람은 밤에 하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밤새 방어해 준다.”

날마다 피말리는 전쟁, 건강식품 9개 먹으며 버텨 … 文 비판거리 생기면? 아직까진 없어서 

본인은 어떻게 하나.
“일 중간중간 체크한다. 잠이 많지 않아서 두 시간마다 한 번씩은 깨는데 그때마다 트위터를 확인한다. 그거 보고 또 (기사에) 들어가서 공감, 비공감 누르고 한다. 트위터에 도와달라고 올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댓글 순위가 바뀐다. 달빛기사단들이 와서 같이 하는 것이다. 북한 기사는 다 스크린한다. 댓글 쓴 사람들의 성비(性比)를 네이버상에서 볼 수 있는데 50대 이상이 30%가 넘으면 그 댓글은 다 악플 천지라고 보면 된다.”
반대 진영도 열혈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우리도 일베(일간베스트)·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방에 가본다. (댓글 작업 방식이)잘 안 보이더라. 자기네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보기엔 60, 70대의 노인층 일베가 있다고 본다. 어떤 때는 단체로 100명, 200명 들어오는데 ‘프레임’(사물과 세상을 이해하는 체계)을 짜고 들어온다.”

그는 잇따른 재난 사고를 문 대통령과 연결 지은 ‘문재앙’,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비유한 ‘문슬람’ 등을 반대 진영의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조어(造語)를 보면 전문가 집단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좀 빨리 이 전투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피아노 전공자로 서울 강남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부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가 인터넷 댓글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건 미국에 거주하던 2009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다. 그는 “당시 알 계정(유령 트위터 계정)들이 비방 글과 왜곡된 기사를 퍼뜨리고 다시 수백, 수천 개의 알 계정들이 특정 기사에 댓글로 여론 프레임을 바꾸는 걸 봤기 때문에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유씨의 트위터 타임라인엔 “현재 1위(네이버 기사)에 악플이 있는데 내려보자구요”(@bears****), “야당 수구세력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앞장서야 합니다”(@jang*****)등이 올라왔다. 유씨의 댓글도 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축제로 만드셨네요. 문재인 대통령 자랑스럽고 지지합니다.’ 거기에 다시 댓글이 달렸는데, ‘얼마나 퍼줄래 평양 동계올림픽’ ‘김정은의 속셈이 보인다’ 등이었다.

전쟁인 듯하다.
“전쟁이다. 나 같은 경우는 건강식품 8~9개 먹으면서 한다.”
일부 달빛기사단이 문 대통령 방중 기간 가해자가 아닌, 폭행 피해자인 기자를 비난한 걸 두고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이 얼마나 과도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 된다. 다만 우리는 사실관계를 보자는 입장이었다. 동영상을 봐도 중국 쪽의 경호가 몇 번에 걸쳐서 (기자 입장이) 안 된다고 했는데 실랑이가 붙었던 것으로 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때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말한 기자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는데.
“본인이 기사로 말하면 되지 않나. 우리가 기자들에 대해 ‘기레기’라고 하면 그게 아니라는 걸 팩트를 담아서 기사로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성 ‘문자폭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도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대신 나는 어디의 누구라고 밝히고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식으로 보낸다. 반대로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도 문자를 보낸다.”

유씨에게 ‘문 대통령이 현재 잘못하고 있는 것은 뭐라고 보느냐’고 묻자 “아직까진 없어서 모르겠다”면서 “지금까지는 무비판적 지지다. 앞으로 비판의 소지가 생긴다면 그건 그때 질문해 달라”고 말했다.

박성훈·이유정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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