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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인천공항 패스트트랙, 경쟁력 강화냐? 위화감 조성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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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문을 연 인천공항 제 2여객 터미널 출국장에는 당초 '패스트트랙'이라고 적힌 별도의 문이 있었습니다. 패스트트랙(FastTrack)은  일정 기준 이상 승객들에게 보안검색과 출입국 수속 등의 편의를 제공해주는 일종의 급행 통로인데요. 출국장 양쪽에 하나씩 있었습니다.

인천공항 제 2 여객터미널에 만들어졌던 '패스트트랙' 통로.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 2 여객터미널에 만들어졌던 '패스트트랙' 통로.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그런데 개장을 며칠 앞두고는 '패스트트랙' 간판이 사라지고 대신 '승무원·도심공항'으로 바뀌었습니다. 항공사 승무원이나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수속을 미리 밟은 승객을 위한 통로로 변경된 건데요.

'패스트트랙 ' 간판이 '승무원·도심공항'으로 바뀌었다. [강갑생 기자]

'패스트트랙 ' 간판이 '승무원·도심공항'으로 바뀌었다. [강갑생 기자]

 2 터미널 패스트트랙 간판이 바뀐 사연은

인천공항 1 터미널에서 교통약자와 출입국 우대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패스트트랙. [중앙포토]

인천공항 1 터미널에서 교통약자와 출입국 우대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패스트트랙. [중앙포토]

 왜 간판이 바뀌었을까요?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2 터미널에 설치됐던 패스트트랙은 1 터미널에서 운영 중인 패스트트랙과는 성격이 애초 달랐습니다. 1 터미널에서는 장애인과 만 7세 미만 아동, 만 70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와 우수기업인, 모범납세자 등 사전에 선정된 출입국 우대자만 대상으로 보안검색과 출입국 수속에 편의를 주고 있는데요.

 반면 2 터미널의 패스트트랙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 터미널 방식의 패스트트랙은 아예 '교통약자 우대출구'라는 명칭으로 명확히 구분을 지었습니다.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던 2 터미널의 패스트트랙.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던 2 터미널의 패스트트랙.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2터미널에서는 1 터미널의 '패스트트랙' 대신 '교통약자 우대출구'라는 간판을 달았다. [강갑생 기자]

2터미널에서는 1 터미널의 '패스트트랙' 대신 '교통약자 우대출구'라는 간판을 달았다. [강갑생 기자]

 새로 터미널을 지으면서 그동안 시행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시도한 건데요. 그동안 항공사와 인천공항 측은 경쟁력 강화와 서비스 향상 등을 이유로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위한 패스트트랙 도입을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칫 일반석 승객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국민 여론이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문을 열지 못한 겁니다.

 세계 주요 공항 대부분 패스트트랙 운영 

 그렇다면 다른 나라 공항들은 어떨까요? 사실 주요 외국 공항에서는 대부분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이용 비용은 항공사와 공항 당국 간의 계약에 따라 항공사가 지불하는 방식이 보편적입니다.

주요 해외 공항에서는 대부분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요 해외 공항에서는 대부분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을 기준으로 국제선 승객이 많이 찾았던 전 세계 공항 20개 가운데 이 같은 패스트트랙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합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공항이나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 등 세계 주요공항에서는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은 물론 유료로 이용권을 구매한 승객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심지어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베이징 공항과 베트남의 하노이, 호치민 공항에도 패스트트랙이 도입돼 있습니다.

 물론 제공하는 서비스는 각 공항의 사정에 따라 다릅니다. 출입국에 모두 적용하는 공항이 있는가 하면, 출국 시 또는 입국 시에만 적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범위도 보안검색대, 법무부 심사 등에 전부 또는 일부만 적용되는 등 다양합니다.

태국 방콕공항에 설치되어 있는 타이항공의 패스트트랙 안내판. [중앙포토]

태국 방콕공항에 설치되어 있는 타이항공의 패스트트랙 안내판. [중앙포토]

 이는 공항마다 시설과 시스템 환경이 모두 다른 데 따른 것으로 자동출입국장비가 잘 갖춰진 공항은 별도로 출입국심사를 위한 패스트트랙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항별로 여건에 맞춰 출입국 수속을 위한 대기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도 별도의 요금을 받고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위키트리]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도 별도의 요금을 받고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위키트리]

 항공사들도 적극적으로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Air China)은 지난 2012년 태국 방콕공항과 협약을 맺어 이 서비스를 해외로 확대했는데요. 아일랜드의 유명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도 더블린공항을 비롯해 몇몇 공항에서 자사 항공기 승객 중 별도로 요금을 지불한 승객에게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비싼 티켓이라고 이런 편의까지 제공?" ..거부감 우려 

 이처럼 외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패스트트랙이 국내에 여태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건 '국민 정서'에 대한 고려 때인데요.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좀 더 비싼 티켓을 샀다고 보안검색과 출입국 수속까지 빠르게 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 위화감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비판이 터져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인 겁니다.

 특히 발권 절차 등은 개별 항공사 담당이지만 보안검색과 출입국 수속은 정부 업무인데 이마저도 항공요금에 따라 차별을 두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18일 문을 연 제2여객터미널. 패스트트랙을 만들었지만 문을 못열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18일 문을 연 제2여객터미널. 패스트트랙을 만들었지만 문을 못열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공항공사]

 반면 항공사와 인천공항 측은 패스트트랙 도입의 필요성을 강변합니다.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은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을 줄 외국 투자자들이 인천공항에 와서 일반 승객과 함께 오래 줄 서서 기다리는 건 적절치 않다. 이들에게 인천공항이 편리하고 빠른 공항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게 필요하다. 다른 외국공항에서 다 하고 있는걸 우리만 못하게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도 "세계 항공업계 기준으로 본다면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패스트트랙은 필요하다. 그리고 이왕 한다면 출국과 입국 모두 적용하는 게 맞다"고 얘기하는데요. 물론 이 같은 서비스가 도입되면 항공사가 비즈니스석 이상의 항공권을 팔기에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폴란드공항에서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사진 위키트리]

폴란드공항에서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사진 위키트리]

 전문가들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민 정서를 우려합니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통물류학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공항 경쟁력과 승객 서비스 향상 등을 위해 찬성하지만, 우리 국민정서상 용납을 할지 여부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돼 일반석 승객도 원할 경우 소정의 비용을 내고 이용이 가능토록 하자는 절충안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용객 수가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패스트트랙 본래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정부, 국민 여론 추이 살피며 허용여부 저울질  

 현재로써는 정부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상 패스트트랙을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국토교통부 손에 달려있기 때문인데요. 국토부는 현재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진환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패스트트랙의 장단점을 모두 중립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직 국토부 차원의 입장이 정해진 건 없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허용 여부는 정부의 출입국간소화위원회에 올려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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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여행객이 갈수록 증가하고 공항에서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나는 요즘, 패스트트랙 도입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객관적인 정책 판단보다는 국민 여론의 흐름에 패스트트랙의 운명이 달려있는 모양새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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