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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들의 슬픔 기억법 배우러온 세월호 선체위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전 김창준 세월호 선체위원장이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추모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백경서 기자

18일 오전 김창준 세월호 선체위원장이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추모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백경서 기자

"우리는 이 추모 공간을 '기억공간'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남은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헛되이 느끼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사고의 흔적을 가지고 반성과 교훈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 그 죽음이 무의미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 #192명 숨지고 151명 부상 #세월호 선체위, '기억공간' 들러 #"시민·유가족과의 대화 중요해"

18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김창준 세월호 선체위원장·김영모 선체부위원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체위원회(이하 선체위) 4명이 이곳을 찾았다. 중앙로역 내 조성된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 시설을 둘러보고 지난해 4월 인양한 세월호의 선체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현장에서 지하철 관계자들이 사고 전동차를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현장에서 지하철 관계자들이 사고 전동차를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다.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기억공간은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 뒤인 2015년 조성됐다. 중앙로 역사로 진입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나열된 주황색 벽면 뒤로 들어가면 화재 현장을 보존한 벽면과 검게 그을린 신문, 공중전화기 등을 볼 수 있다. 추모 벽도 조성돼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4주기를 앞두고 14일 중앙로역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4주기를 앞두고 14일 중앙로역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날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공간 조성에 힘써온 김태일 2·18재단 이사장과 유가족 등은 세월호 선체위에 중앙로역 기억공간과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 건립 추진과정 전반을 설명했다.

2·18재단 사업팀장이자 유가족 황순오(50)씨는 "시민들이 본인의 지역구에 추모공간이 들어서는 걸 반대했다. 땅값이나 상가 소득 등의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건립 문제는 중구, 수성구, 달성구 등을 거치며 13년을 표류했다. 물론 상인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유가족의 입장에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대구 지하철 참사로 어머니(당시 57)를 잃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추모의 벽.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추모의 벽. 프리랜서 공정식

김 이사장은 선체를 처리하는 장소 선정을 위해 시민사회와 유가족, 지차체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양보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곳도 마찬가지지만 세월호 선체가 놓이는 장소를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니라 미술품을 전시하고 교육 프로그램등을 구성해 시의 관광자산으로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 자리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 전동차와 세월호 선체로 국가적 재난 재해를 추모하는 교육공간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대구에도 참사 당시 소실된 전동차 2량이 비닐에 싸인 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다시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탄 전동차와 세월호 선체 등 사고의 잔해를 한데 모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 이들은 대구 동구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도 들렸다. 화재로 그을린 지하철벽과 불탄 자재물 등을 전시하는 곳이다. 관광객·일반 시민 대상으로 안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코리아샐비지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17일 오전 전남 목포 신항만에서 거치된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에 앞서 안전도 검사와 유해도 검사를 하기 위해 세월호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코리아샐비지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17일 오전 전남 목포 신항만에서 거치된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에 앞서 안전도 검사와 유해도 검사를 하기 위해 세월호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현장을 둘러본 김 선체위원장은 "선체 처리는 우리의 몫이지만 추모공간 건립은 총리실에서 추진한다. 안산 도심과 진도·목포·제주도까지 선체 처리 및 추모공간의 범위를 넓게 생각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 공간의 건립과정을 들여다 보면서 체계적으로 조성돼 있다고 느꼈다. 또 유가족·국가기관·시민들 간의 대화와 합의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선체 처리의 선행사례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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