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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로움 담당 장관’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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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트레이시 크라우치

트레이시 크라우치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이 영국에 생겼다. 사회적 단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에 따른 것이다.

75세 이상 절반이 혼자서 생활 #900만 명 고독으로 고통 호소 #“매일 15개비 흡연만큼 해로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레이시 크라우치(사진) 체육 및 시민사회(Sport and Civil Society)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겸직 임명했다고 BBC와 가디언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장관은 외로움 관련 전략을 마련하고 폭넓은 연구와 통계화 작업을 주도하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영국에서 외로움에 대한 관심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우선’을 외친 극우 성향 남성에 의해 2016년 살해된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이 주도했다. 그의 사망 이후 초당적인 위원회가 꾸려져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으로 인한 고통을 겪는 이들은 영국에서만 9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로움은 또 매일 담배 15개비를 흡연하는 수준의 해를 건강에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국가 의료보험 책임간호관인 제인 커밍스는 “추운 날씨와 외로움이 겨울철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선 75세 이상 인구의 절반 가량이 혼자 산다. 잉글랜드에서만 200만 명 규모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심하면 일주일까지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장관에 임명된 크라우치는 “콕스 전 의원의 열정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받는 것이 그를 기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며 “외로움에 고통 받는 수백 만 명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통계청은 고독으로 신음하는 이들을 파악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낼 계획이다.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 삶의 슬픈 현실”이라며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자”고 제안했다.

위원회의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노인 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많았으며, 어린이와 새로 부모가 된 이들, 장애인, 난민 등 다양했다. 정신적 자극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64%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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