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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규정 없어 … 투자와 투기 구분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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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상조

김상조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에 대해 “딱 맞는 법률 규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는 도박”이라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인식에도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시장 원리 맞는 규제를”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는 조사

김 위원장은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투기로 부를 만큼 불안정한 모습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들이 나서서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소관의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인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거래 상대방의 출금 제한이나 과도한 면책 규정 등의 약관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며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는 비교적 빨리, 약관법 위반 여부는 늦어도 3월까지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코인원·코빗 등 13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박상기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과 관련해서는 “전자상거래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다른 부처에서는 거래소를 퇴출하거나 폐쇄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암호화폐는 최근에 새로 나타난 것이라 (다른 법에도) 거래소 폐쇄와 관련된 딱 맞는 법률 규정이 없는 게 분명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경제학자 입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거의 구분하기 어렵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의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쪽으로 가는 건 그렇게 합리적인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아무런 수단도 없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현행법이나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적절한 시장 경제 원리에 맞는 규제, 제재 수단들을 마련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든 투기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김 위원장 발언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날 발언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 부총리는 전날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는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언급하면서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17일 기자들에게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의 하나로서 많이들 생각하고 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같은 게 아니지 않나”라며 “암호화폐엔 비이성적 투기 문제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합리적 규제 대책을 만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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