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남북 실무회담서 다시 만난 '역전의 용사들'

중앙일보

입력 2018.01.17 16:07

업데이트 2018.01.17 22:25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놓고 실무 협의를 진행한 17일 판문점 남북 회담은 숨가쁘게 진행됐다. 오전 10시 양측 대표단 전체회의를 45분간 진행한 뒤에도 수석대표들은 6차례 더 접촉했다. 남북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1대1로 만나는 횟수는 오후로 갈수록 잦아졌지만 지속 시간은 짧아졌다. 회담이 긴박하게 속도전으로 진행됐다는 의미다.

南 천해성 차관과 北 전종수 부위원장은 양측의 내로라하는 회담 전문가
17일 회담에서 "자주 뵙는다" "잘해보자"며 덕담 주고 받아
통일부 당국자 "오늘 회담, 실무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석대표 간 별도 접촉은 1차 11시45분~12시55분→2차 오후 3시20분~4시12분→3차 오후 5시15분~5시35분→4차 오후 6시22분~6시33분→5차 오후 7시15분~8시→6차 오후8시50분~9시5분으로 이어졌다. 접촉 횟수는 늘었지만 합의문을 내놓기까지 난산을 거듭했고, 종결회의는 오후 8시50분에 시작해 9시5분에 끝났다. 수석대표 외 대표단 간 만남 2회와 전체 및 종결회의를 합하면 양측은 약 11시간 동안 총 10차례, 416분간 만난 셈이다. 협의 결과인 공동보도문엔 11개의 항목이 담겼다.

 17일 실무회담을 위해 동시에 입장하는 남북 수석대표들. 오른쪽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 왼쪽은 북한의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사진 통일부]

17일 실무회담을 위해 동시에 입장하는 남북 수석대표들. 오른쪽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 왼쪽은 북한의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사진 통일부]

회담 때마다 미스터리를 하나씩 남기는 북한의 패턴은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전날 회담 대표 명단을 통보하면서 “전종수를 단장으로, 원길우, 김강국” 등이라고 했다. 이 중 김강국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내고서야 과거 행사 때 여러 차례 방한했던 조선중앙통신 기자로 확인됐다. 김강국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취재단으로 방한했다가 남측 보수단체와 몸싸움을 해 셔츠가 찢어지고 손가락 부상을 당했던 인물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강국은 기자단 취재 및 신변안전 보장 등을 조율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의 시작인 전체회의는 실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남북 수석대표 간 인사말도 2분을 안 넘겼다. 북측 전 부위원장은 짧은 인사말 중에도 틈을 찾아 2000년 6ㆍ15 남북 공동선언을 언급했다. “6ㆍ15 시대가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다.

이날 수석대표들은 그런 6ㆍ15 시대에 활발했던 남북 교류의 ‘역전의 용사들’이기도 하다. 천 차관과 전 부위원장 모두 남북이 대표적 회담 전문 인력으로 키워온 인사들로, 과거 회담장에서 자주 마주한 구면이다. 천 차관은 ‘6ㆍ15 시대’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담당관으로 실무를 맡았고,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10ㆍ4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전 부위원장은 2002~2007년 10번에 걸쳐 남북 장관급회담에 대표로 나섰던 북한의 대표적 회담 일꾼이다.

 남북 실무회담 대표단이 17일 오전 10시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통일부]

남북 실무회담 대표단이 17일 오전 10시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통일부]

이런 인연 때문인지 회담 분위기는 실무적이면서도 밝았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 장소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 들어서자 환한 미소를 띄웠다. 천 차관이 “자주 뵙습니다”라고 악수를 청하자 전 부위원장은 “잘해봅시다”라고 인사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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