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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쇼트트랙 경기복에 숨은 삼성의 놀라운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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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쇼트트랙팀 경기복에 숨은 IT기술 놀랍네

네덜란드 쇼트트랙팀 국가대표 싱키 크네흐트와 수자네 슐팅은 훈련을 할 때 특별한 유니폼을 입고 빙상장에서 땀을 흘린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마트 수트’다. 겉보기에는 일반 경기복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옷 안쪽에 5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다.

삼성전자 개발 '스마트 수트' 이용해 훈련 #5개 센서로 움직임 ㎜단위로 측정해 자세 교정 #과학 발전으로 경기복·장비도 첨단으로 바뀌어 #VR·시뮬레이터 활용해 선수 감 잡고, 부상 방지

허리와 양쪽 허벅지, 발목 부위에 있는 센서는 선수의 자세ㆍ속도ㆍ위치 등을 실시간 측정한다. 몸을 굽히거나 폈을 때 신체와 빙판 사이의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로 잰다.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는 코치의 스마트폰에 전달된다. 코치는 이를 통해 선수가 최적의 자세로 달리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선수가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기기가 진동하고, 선수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적의 자세와 동작을 반복적으로 몸에 익히도록 도와준다.

코치는 스마트수트가 보내운 수치로 훈련중인 선수의 자세 등을 파악한다.(왼쪽) 앱안에 ‘자세를 낮추라’는 아이콘을 누르면 선수 손목에 있는 기기에 진동이 울린다.(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코치는 스마트수트가 보내운 수치로 훈련중인 선수의 자세 등을 파악한다.(왼쪽) 앱안에 ‘자세를 낮추라’는 아이콘을 누르면 선수 손목에 있는 기기에 진동이 울린다.(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이를 활용하면 예전처럼 스케이팅을 멈추고 조언을 듣기 위해 코치에게 달려갈 필요 없이 아이스링크를 계속 달리면서 수시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크네흐트는 “가장 기록이 좋았던 순간의 빙판과 몸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피드 스케이팅 강국이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선 지금까지 올림픽 메달을 하나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17일 이런 소식을 전하며 “네덜란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 수트’ 덕분이라고 한다”라고 밝혔다.

스마트 수트 개발에 참여한 네덜란드 스포츠과학자 비욘 데 라트 박사는 “쇼트트랙의 스피드를 좌우하는 것은 선수의 엉덩이 부분과 빙판 사이의 간격인데, 선수가 몸을 얼마나 정확하게 낮추느냐에 따라 속도의 차이가 난다”며 “맨눈으로 파악하기 힘든 ㎜ 단위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속도를 겨루는 주요 종목은 찰나의 승부에 메달의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이에 주요 선수단은 선수들이 착용할 유니폼과 장비 등에 첨단 정보기술(IT)ㆍ과학을 접목해 0.01초라도 기록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일본 스피드스케팅 선수들의 경기복. 사실은 기록 단축을 위한 첨단 소재가 적용됐다. [AP=연합]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일본 스피드스케팅 선수들의 경기복. 사실은 기록 단축을 위한 첨단 소재가 적용됐다. [AP=연합]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 선수단의 경기복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또한 허리를 굽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직선형이 아닌 ‘ㄱ’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이상화 등 선수들이 레이스를 마치면 옷의 지퍼를 내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표면은 공기 저항을 흐트러 뜨리기 위해 작은 돌기로 마감했다. 골프공 표면에 작은 홈을 촘촘하게 만들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원리다. 스케이트 날에 선수가 다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수 보호를 위해 방탄 소재를 쓰기도 한다.

봅슬레이 경기복에는 몸을 감싸 근육을 잡아주는 ‘파워웹’이라는 밴드가 붙어있다. 한국 원윤종-서영우 조가 입는 경기복을 제작하는 아디다스 측은 “부상의 위험을 감소시켜 주는 것은 물론, 근육 수축을 촉진하고 폭발력을 극대화한다”며 “낭비되는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배출해주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켈레톤 경기복은 얼음 조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재질을 사용하고, 미세한 움직임에도 근육의 떨림을 잡아주는 기능도 장착했다.

 실감형 스키 시뮬레이터 시스템 개요.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 공간, 기후의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다. [자료: 특허청ㆍKISTI]

실감형 스키 시뮬레이터 시스템 개요.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 공간, 기후의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다. [자료: 특허청ㆍKISTI]

이기광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는 “90년대 들어 스포츠의 과학화가 이뤄지면서 첨단 IT·과학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역량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예컨대 스키 활강의 경우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ㆍ공간이 제한적인데,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하는 식으로 선수의 감을 유지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특허청에 따르면 겨울올림픽과 관련된 시뮬레이션 기술 특허는 스키가 21건으로 가장 많고, 스키점프(5건), 스노보드(4건) 순이다. VR기기는 주로 선수들의 훈련에 사용된다. 예컨대 시뮬레이터를 통해 경사면의 각도와 발의 부하 강도를 탐지해 이를 선수에게 전달한다. 또 디스플레이에 스키 활강 코스를 보여주고 최적의 활강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전북대에서 진행한 ‘가상현실 루지 시뮬레이터의 동작과 영상정보별 인체 근육활성도 분석’ 실험 장면. 루지 시뮬레이터의 경사 각도가 13° 증가할 때 근육이 약 21.86 ~ 26.21%만큼 더 큰 근활성 반응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자료: 전북대ㆍKISTI]

전북대에서 진행한 ‘가상현실 루지 시뮬레이터의 동작과 영상정보별 인체 근육활성도 분석’ 실험 장면. 루지 시뮬레이터의 경사 각도가 13° 증가할 때 근육이 약 21.86 ~ 26.21%만큼 더 큰 근활성 반응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자료: 전북대ㆍKISTI]

시속 120㎞ 이상으로 달리는 봅슬레이·루지 등도 VR을 활용해 주행 자세와 무게 중심을 잡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식으로 기록 단축을 돕고 있다. KISTI는 "위험과 부상 위험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올림픽 종목 경기복에 적용된 기술이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다. 당시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이 논란이 됐다. 마치 속옷이 비치는 듯한 디자인으로 선정성 논란과 함께 ‘민망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에 경기복을 디자인한 미즈노 측은 “T팬티처럼 보이는 하단부는 움직임이 많은 부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다른 색과 소재를 사용한 것”이라며 “비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미즈노는 이 경기복을 만드는 데에는 3년 6개월의 시간과 개발비 수억 엔을 투자했다. 남자용은 53매, 여자용은 무려 54매의 각각 다른 파트가 덧붙여졌고, 공기 저항은 5% 정도 줄어들었다고 미즈노는 밝혔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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