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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사람은 큰 것보다 작은 것에 감동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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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11)

무술년 새해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한 해의 기원을 담은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내게 되는데, 정말 각양각색이다. 가장 흔한 형태인 무술년에 ‘福’을 주고받는 그림과 문자부터 이제는 보기 어려운 손글씨 연하장, 받는 이의 특성에 맞춘 개별 문자와 이모티콘, 위트 넘치는 전자카드….

높은 자리일수록 인맥 관리 잘 해야 #외부교육 수강생 모임인 원우회도 도움 #최고의 인맥관리 비결은 정성과 시간

새해 인사를 문자나 카톡 메시지 정도로 대체하는 세태이지만, 나의 지인 중에는 전화를 하거나 심지어 부담 없는 가벼운 선물과 함께 찾아온 지인도 있었다. 주고받은 많은 문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보내는 이가 쏟은 정성과 시간에 비례하지 않을까.

인맥관리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작은 메시지에도 본인의 노하우를 녹여 전달했으리라 추측한다. 당신은 어떤 연하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연하장. [중앙포토]

연하장. [중앙포토]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높은 포지션으로 올라가면 너무 바빠져 업무적으로 만나는 것 외에는 따로 인맥을 만들거나 관리할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포지션으로 올라갈수록 대외적인 인맥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많아진다.

외부 네트워크를 대략 분류를 해보면 고객 회사, 소비자군, 관련 업계, 주주·투자자, 정부기관, 비정부기구, 언론 등이다. 이들은 모두 회사의 비즈니스와는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파워와 결정으로 회사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당연히 이들을 관리하는 것은 높은 요직에 있는 분의 몫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가령 제약회사 관계자가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과 업무적으로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평소에 인간관계가 전무한 사람을 그 과장이 만나줄 리 만무할 것이다. 또 평소 헤드헌터 업체의 컨설턴트 등의 채용 관계자들과 유대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 갑자기 퇴사하게 될 상황이면 급히 헤드헌팅 업체를 찾아 이력서를 넣게 된다.

그러나 서로가 원하는 바와 헤드헌터의 입장에선 그 사람의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맞춤식 포지션을 추천받기 쉽지 않다. 그래서 평상시 나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되는 인적 네트워크를 잘 다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네트워크 역량. [그림 정혜련]

네트워크 역량. [그림 정혜련]

외부활동이 잦은 영업직 외에 보통 직장인들 대부분은 회사 내부인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다. 그렇게 인맥관리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그나마 있던 지인들도 다 떨어져 나간다.

인맥을 쌓고 싶다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자. 첫째는 초·중·고교나 대학 동창회 모임이 있는지 알아본다. 아무래도 동창들은 조직 내에서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고, 관심사도 비슷할 것이다. 또 동창이라는 교집합에 들어 있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속한 업계의 커뮤니티나 협회를 직접 찾아보거나 외부 활동이 활발한 지인의 추천을 받는다. 동종업계 모임은 경쟁사 직원이 많지만 최신 트렌드나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할 때엔 한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현재 업무를 하는 직군별로도 크고 작은 모임이 존재하니 본인 직급과 니즈에 맞는 커뮤니티를 찾아 활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HR(인사)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라고 가정해보자. 인사실무자들을 위한 잡지도 발행하고, 직무 관련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모임이 다수 존재한다. 거기에 등록하면 인사공부는 물론,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동종 직군들과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인사 임원일 경우, 실무업무나 교육보다는 조직관리나 조직발전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사진 Freepik]

인사 임원일 경우, 실무업무나 교육보다는 조직관리나 조직발전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사진 Freepik]

만약 중간관리자가 아니고 인사 임원일 경우에는 어떨까. 실무업무나 교육보다는 조직관리나 조직발전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 노조 협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 최상일 것이다. 대기업 건설회사의 인사 임원이라면 비슷한 고민을 지니고 있을 건설회사들의 인사 임원 모임에 가입하면 된다.

만약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한다면? 외국계 기업만의 공통적인 문화가 있으므로 외국계 기업 인사 모임에 들어가면 된다.  본인의 직무에 걸맞고 현재 관심사에 부합하는 크고 작은 모임이 많으니 관심을 갖고 찾아보자.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이렇게 직무 관련 모임이라면, 그다음은 단계를 약간씩 업그레드를 해보는 거다. 본인의 직무나 산업 분야와는 무관하더라도 관심 대상과 사회적 위치가 비슷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모임이 있다.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로 불리는 각종 최고경영자과정, 중간관리자급 대상으로 하는 과정 등 대학이나 전문교육기관들이 주최하는 실로 다양한 외부과정들이 있다. 개설 목적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 다르다. 주로 바쁜 CEO들을 위한 조찬 모임 등 각종 커리큘럼별로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에 초점을 맞춘 IT 과정, CFO 과정, 세일즈과정, 미니 MBA 과정, 협상 과정 등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커리큘럼이 많다.

외부교육은 또 다른 교류의 장

한 경영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한 경영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다양한 외부교육이 존재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보통은 교육과정 기간이 3~4달이 가장 흔하다. 긴 과정은 1년짜리도 있다. 중간·졸업여행식으로 즐거운 여행이나 각종 이벤트로 친목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물론 교육수료와 동시에 모든 친목 관계도 끝나면 인맥을 형성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함께 교육받은 수강생들이 동창회 형식으로 원우회를 결성하게 된다. 이 원우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비즈니스 교류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면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이렇게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원우들 모임에서 산업 분야별 전문인을 지인으로 둔다면 매우 편하다. 금융, 산업, 건설 등 분야별로 전문 정보 요원을 둔다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나의 사회적 관계망은?

나의 사회적 관계망은? [그림 정혜련]

나의 사회적 관계망은? [그림 정혜련]

이런저런 인연을 통해 맺은 나의 인맥을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 한번 도식화해보는 거다.

1차 비공식적 관계망에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나의 편이다. 여기에는 인생에서 매우 가깝고 중요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가족이나 친구, 친한 친척들이다. 내가 따로 관리 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이들이다.

2차 비공식적 관계망에 있는 사람들은 동창들,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났지만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해진 지인들이다. 1차 관계에 있는 사람들만큼 가깝지 않다. 이들 역시 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고, 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를 추천해줄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리가 필요 없는 1차 그룹망과 달리, 이들과의 관계가 멀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연락을 필요로 하는 3차 관계망이 있다. 여기엔 종교·취미, 지역 모임 등이 있다. 1, 2차 만큼 가깝지는 않지만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다.

이웃이나 직장동료와 같이 함께 즐겁게 지내기도 하고, 서로 호의를 베풀지만 이사하거나 직장을 바꾸면 관계가 끝날 수 있다. 그들이 나를 추천한다거나 긍정적인 얘기만 한다면 최상일 것이다. 혹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발목을 잡힐만한 나쁜 평판을 퍼트리지 않도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리가 필요한 그룹이다.

명함관리 이렇게

명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면 명함관리용 앱을 이용하거나 분류라도 해 보자. [중앙포토]

명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면 명함관리용 앱을 이용하거나 분류라도 해 보자. [중앙포토]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쌓여만 가는 명함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기 쉽다. 이럴 때는 적절하게 명함관리용 앱을 이용하거나 분류라도 해보는 거다. 기준은 얼마나 자주 교류가 필요한지 또는 비즈니스 관계인지 아닌지에 따라 각자 필요에 의해 정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것은 색깔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녹색, 노랑색, 빨강색 등으로 나눠본다. 가령 녹색은 연중행사 정도로만 낮은 빈도로 연락해도 되는 명함들, 노랑부터는 더 잦은 빈도의 교류가 필요한 그룹 등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 시간과 공을 들여 만난 분들과의 인연을 지속해보자.

나의 지인 중 한 명은 카톡 친구가 무려 4000명이 넘어가는 인맥왕이다. 그는 약 15년간 현장 영업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만난 사람들과 빠짐없이 교류하는 것 같았다. 또 실적을 잘 내 작년 초부터 중견기업의 대표이사 자리를 꿰차고, 1년 만에 회사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그의 성공의 비결이 궁금해서 슬쩍 물어보았다.

그가 답했다. “인맥관리, 솔직히 별거 있나요. 절대 부담스러울 정도의 큰돈은 들어가지 않아요. 왜냐면 사람들은 의외로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감동하거든요. 만약 감기 걸린 고객이 있다면 저는 전화통화를 통해 목소리를 듣고 금세 알아채고 감기약을 보내주죠.”

그는 물론 별거 아니라고 했으나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세세한 것까지도 챙기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끈끈한 관계가 지속하는듯했다.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덕담을 주고받지 못한 지인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설 연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식상한 새해 인사말보다는 받는 이가 진정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감동 어린 새해 인사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정혜련 HiREBEST 대표 nancy@younpartners.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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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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