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시민단체의 탄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윤호진
윤호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윤호진 사회부 기자

윤호진 사회부 기자

“경찰이 이렇게까지 커지는 건 아닌데 …”

청와대가 검찰·경찰·국정원 등 3대 권력기관 개편안을 발표한 14일 이런 탄식이 나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검찰이나 국정원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니다. 참여연대 전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반응이었다.

서 교수는 경찰 옹호론자다. 경찰청 산하에 꾸려진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검찰의 개입 없이 경찰이 독자적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서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검찰의 과거 정치적 행보에 날을 세우는 이른바 진보 성향의 학자다.

그런 그마저 청와대의 개혁안에 따라 몸집이 커질 경찰의 미래상에 대해선 몹시 우려했다. 경찰청 산하에 신설될 수사경찰(가칭 국가수사청)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초대형 수사기관이 되고, 인권 침해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바라본다. 이대로는 안 되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청와대가 국가 사정기관인 검찰·경찰, 국가 안보기관인 국정원을 개혁하는 중차대한 발표를 하면서 사전에 이들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수사 구조를 확 뜯어고친다면서 적폐 세력으로 찍힌 국정원과 검찰의 권한을 떼내 경찰로 대폭 이관, 경찰의 덩치만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오죽하면 한 전직 검찰총장이 “교수님(조국 민정수석)이 막연히 이상향을 설계하듯 던지고, 각 기관이 그때부터 알아서 회의하는 방식으로 하면 국민적 혼란이 온다”고 지적했을까.

검찰 내에선 “조 수석이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부터 주장해 이번 청와대 개혁안의 근간이 됐을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전제도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태훈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지난해 말 대검찰청이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에 게재한 논문(‘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서 그러한 전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83%(29개국)이 헌법 또는 법률로 검사의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총괄하는 등 거대 공룡이 되는 이런 개혁안대로라면 어떤 사고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회 사개특위에서 권력기관 개혁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면서 오로지 국민의 인권만을 생각하고 조정해 주길 기대한다.

윤호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