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둥근달 질주’ 다카기 자매 협공 뚫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8.01.17 00:14

업데이트 2018.01.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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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평창 올림픽 라이벌 열전⑥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25·강원도청)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보름’을 꿈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경계해야 할 상대가 있다. 일본의 다카기 나나(26)와 미호(24) 자매다.

김보름

김보름

김보름은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 종목의 금메달 유력 후보다. 매스스타트는 두 명씩 달려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여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과 달리, 여러 선수가 동시에 달려 순위를 겨루는 종목이다. 400m 트랙을 16바퀴 돈다. 쇼트트랙(111.12m) 경기를 롱트랙(400m)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에겐 안성맞춤인 종목이다.

매스스타트 엎치락뒤치락 한·일전
쇼트트랙서 빙속으로 바꾼 김보름
작은 원 많이 타봐 세계 최강 올라
몸 상태 좋아지면 ‘금보름달’ 유력

동생이 삿포로 AG 금 딴 일본 자매
한 명이 막고 다른 한 명이 힘 비축
평창서도 김보름 합동 견제 가능성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한 김보름은 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쇼트트랙 최강국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좌절했던 김보름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30·대한항공)이 2010 밴쿠버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 따는 걸 봤다. 김보름은 그해 5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질주하는 김보름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일반부 1,500m 경기에서 김보름(강원도청)이 질주하고 있다. 2018.1.14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질주하는 김보름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일반부 1,500m 경기에서 김보름(강원도청)이 질주하고 있다. 2018.1.14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1년 만에 보란 듯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매스스타트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그는 “쇼트트랙을 할 때 작은 원을 많이 타봐서 매스스타트에서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17시즌 5차례의 월드컵 시리즈에서 2차례 우승했고, 지난해 2월 올림픽 경기장인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카기 미호. [EPA=연합뉴스]

다카기 미호. [EPA=연합뉴스]

일본의 다카기 자매는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 스케이트에 입문했다. 스케이트를 타는 오빠를 보면서다. 자매 중에 먼저 이름을 알린 건 동생 미호다. 미호는 중학생이던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출전했다. 언니 나나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 나갔다. 둘은 ‘빙속 강국’ 네덜란드 코치한테 배우면서 실력이 급성장했다.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게 꿈”이라던 자매는 평창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올림픽을 앞둔 현재는 동생 미호의 기세가 무섭다. 미호는 이번 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1500m를 석권했다. 3000m와 팀추월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언니 나나는 이들 종목에선 동생에게 좀 처지지만, 팀추월이나 매스스타트 등에선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2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선 김보름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이번 시즌 3차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다카기 자매는 특히 매스스타트에서 위협적이다. 매스스타트는 종목 특성상 동료 간의 ‘협력’과 ‘희생’이 중요하다. 대개 국가(같은 팀)별로 2명이 출전하는데, 한 명이 앞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다른 한 명이 그 뒤에서 힘을 비축한다. 그러다가 막판에 뒤에 있던 선수가 치고 나가 골인하는 전략을 쓴다.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선수는 메달을 따기 어렵다. 특히 올림픽에선 더더욱 그렇다.

다카기 나나. [로이터=연합뉴스]

다카기 나나. [로이터=연합뉴스]

피를 나눈 다카기 자매는 지난해 2월 삿포로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희생의 정석’을 보여줬다. 아시안게임 매스스타트는 국가별로 3명까지 출전하는데, 일본에선 다카기 자매와 사토 아야노가 나왔다. 이들은 김보름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김보름이 앞서가려고 하면 언니 나나가 가로막았는데, 결국 김보름은 12바퀴째에서 미호와 사토에게 거의 한 바퀴를 뒤처졌다. 금, 은메달을 미호와 사토가 나눠 가졌고, 김보름은 동메달에 그쳤다. 나나는 4위를 해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제 한 몸을 바쳐 동생에게 금메달을 선사한 셈이다.

김보름 vs 다카기 자매

김보름 vs 다카기 자매

당시 한국도 김보름·박도영·박지우 등 3명이 출전했지만, 일본의 협공에 말리면서 김보름 혼자 고군분투했다. 김보름은 “일본 선수들의 성장은 자극제가 된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평창올림픽 땐 일본 선수들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려스럽게도 최근 김보름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넘어져 허리와 다리를 다쳤다. 그렇다 보니 이번 시즌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선 지난달 4차 대회 때 딴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일본빙상경기연맹은 최근 언니 나나와 사토를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 주전 선수로, 동생 미호를 후보 선수로 발표했다. 경기 때는 사토 대신 미호가 주전으로 나올 수도 있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다카기 자매는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 매스스타트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선 자매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으니 우리 대표팀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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