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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안보는 복합 전쟁···예산은 국방비 0.1%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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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워너크라이 사이버 공격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REUTERS=연합뉴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워너크라이 사이버 공격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REUTERS=연합뉴스]

북한의 사이버공격은 현재진행형이다. 미 백악관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공격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언했고, 많은 국가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사이버침탈에 실제적 피해국인 우리 정부와 군의 전략은 아직도 ‘검토 중’이다.

국방비 5년간 238조2000억, 사이버는 0.1%…2500억 #국방사이버 안보는 복합형 전쟁양상, 접근법 바꿔야 #계층별 업무 달라…컨트롤 타워에 힘 모아 대응 필요 #미국 2009년 사이버사령부 창설, 국가 전체 전략 총괄

대한민국은 지구촌 디지털혁명의 가늠터(test bed)가 된지 오래다. 잘 갖춰진 초고속 인프라에 무선 네트워크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 국민의 디지털 활용도는 단연 세계 으뜸이다.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면 군의 사이버전력(戰力)만큼은 세계 최강으로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군 사이버전력은 플랫폼 중심의 전력과 달리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로 꼽힌다. 또한 급박한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조직화된 능력은 군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략ㆍ전술적으로 국방사이버영역을 유린할 때마다 군은 대응력 부족으로 속절없이 당해왔다.

지난해 12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년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전군주요지휘관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년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전군주요지휘관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8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전국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사이버공격과 같은 비대칭위협의 증대”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전쟁양상에 부합하는 전쟁수행개념을 기초로 새로운 강군을 건설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는 사이버공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혁명이 자리하고 있다. 군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국방개혁 전반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국방사이버안보 수행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수행조직으로 ▷국방부(정책ㆍ예산) ▷합동참모본부(작전계획) ▷국군사이버사령부(작전수행)의 삼각구도를 제안한다.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근무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 전력 강화를 위해 2009년 육·해·공군과 해병대 부대들을 총괄하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중앙포토]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근무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 전력 강화를 위해 2009년 육·해·공군과 해병대 부대들을 총괄하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중앙포토]

첫째, 국방사이버안보 이슈에 과감히 도전하는 리더와 리더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방부 내 국방사이버안보정책을 총괄할 (가칭)사이버안보기획국을 신설한다. 리더와 직접 소통하는 전문성 있는 조직으로 편성하여 사이버전 수행조직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ㆍ예산ㆍ인력 등 제반여건을 조성해나간다.

둘째, 합동참모본부는 합동사이버작전계획을 수립하고 군사작전에 사이버작전을 투사해나간다. 각 군별 임무ㆍ기능을 재정립함으로써 대응주체를 분명히 한다. 합참은 2017년 7월 사이버작전 통합 수행을 위해 군사지원본부 예하의 사이버작전과를 사이버지휘통신부로 승격시켰다. 사이버작전을 작전본부 예하에 두지 않은 것은 하위개념인 정보보호와 사이버방호에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사이버사령부는 편제상 사이버전 수행의 최상위 부대다. 이에 걸맞은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 사이버작전은 중앙집권적 통제와 분권적 임무 수행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스라엘군의 사이버사령부는 육ㆍ해ㆍ공군을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이버전자전(CEW)이 사이버전 영역으로 통합되는 추세에서 사이버사령부를 합동부대로 격상(중장)시켜 전군의 사이버역량을 집중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국군사이버사령부 [사진 SBS 뉴스8 캡처]

국군사이버사령부 [사진 SBS 뉴스8 캡처]

예를 들어 작전 지속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다수준ㆍ다계층(전략ㆍ전술ㆍ관리) 사이버방호체계의 경우, 사이버사령부는 전략적 차원에서 국방주요자산을 식별하고 각 군을 지원한다. 전술적 업무는 각 군이, 관리적 업무는 해당 부대가 수행한다. 개념부터가 다른 국방 정보화와 정보보호 업무는 분리돼야 한다.

이와 함께 차원이 다른 혁신적 사이버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군 전력화를 위한 적정 재원 마련은 필수조건이다. 국방부가 2017년 4월 발표한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의하면 2018년부터 5년간 국방비로 238조2000억 원을 편성했다. 이중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위력 개선에 78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사이버방어 능력 확충에 투입되는 예산은 250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보호ㆍ사이버방호ㆍ사이버작전ㆍ사이버안보 계층별 영역은 중첩된다.

정보보호ㆍ사이버방호ㆍ사이버작전ㆍ사이버안보 계층별 영역은 중첩된다.

전장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ㆍ무인화ㆍ로봇화가 진행되고 있다. 군사와 비군사, 국가와 민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물리전과 비물리전이 혼재된 양상으로 바뀌어 통합적이면서 비대칭적ㆍ비선형적으로 전개된다. 사이버공간에서의 기술적ㆍ시간적ㆍ정보적 우위와 함께 인간 인식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우위의 중요성도 더욱 증대될 것이다.

국방사이버안보는 플랫폼 위주의 개념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전통 군사력에 바탕을 둔 국방정책에 많은 도전과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복합형 전쟁양상에 부합하는 새로운 강군을 건설하기 위해선 그 무엇도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 해법은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라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두려워 않는 ‘사활적 도전’이다.

손영동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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