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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전도사 된 ‘식신’의 새로운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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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호 28면

지난해 말, 한 연예인이 압구정 로데오에 음식점을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소라면 “그래요?” 하고 말았을 텐데 “전통주에 대한 의지가 상당해요. 50~60종으로 시작해 더 늘려갈 거래요”라는 말에 귀가 쫑긋했다.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43> 압구정동 ‘마법갈비 요술꼬치’

오픈 직후 찾아가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20대 남성 세 명이 들어오더니 사케를 찾았다. “저희 가게에는 사케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일어나는 손님들을 그가 붙잡았다. “대신 저희 가게엔 진짜 훌륭한 전통주가 많아요.”

그는 손님들에게 우리술을 설명했고 결국 다시 테이블에 앉혔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홀을 종횡무진 누비는 남자의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개그맨 정준하다. 대체 그는 어떻게 우리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2010년 한중일 3국의 술을 비교한 다큐를 본 것이 계기였어요. 일본과 중국은 자국 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정말 크더라고요. 반면 우리는 일제시대, 양곡관리법 등을 거치며 가양주가 말살되었고,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때부터 우리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는 전국의 우리술 양조장을 알리기 위해 기획안을 직접 써서 “이런 프로그램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PD들에게 들이밀었다. 하지만 기획안은 아직 그의 품에 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직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우리술을 알리고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구나 싶었죠.”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마법갈비 요술꼬치’를 오픈했다. 20년 내공의 외식사업 노하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그가 외식업에 뛰어든 건 1997년부터. 소문난 대주가였던 그는 연예인 최초로 ‘오리 궁뎅이’라는 포장마차를 오픈했다. 닭모래집·오돌뼈 등 평소 즐겨 찾은 맛집의 안주를 한데 모은, 일종의 ‘안주 편집숍’이다. 지하 59㎡ 공간에 차린 작은 포장마차는 줄 서서 먹는 맛집이 됐다. 와인바·스시바·커피숍 등으로 확장했다. 2009년 청담동에 오픈한 이자카야 ‘쁘리쁘리’에는 인테리어에 더욱 공을 들이고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쫓겨났다. 다시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그에게 외식사업 재도전이라는 마음을 먹게한 건 12년째 진행해온 맛집 프로그램 ‘식신로드’다. 특히 2012년 4월 오사카에서 촬영한 일본 특집 편이 발단이었다. 소개된 맛집들이 대박이 났다. 방송을 본 관광객들이 오사카로 몰려가 오사카 관광청이 감사 인사를 해올 정도였다.

이 때 큰 인연을 맺은 곳이 야키도리(꼬치구이) 전문점 ‘난반테’. “가게 홍보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 원한다면 조리비법을 전수해주겠다”는 셰프의 제안에 그는 주방을 책임질 이상문(28)·김재엽(35) 셰프를 보내 1년간 음식을 배우게 했다. 닭 손질, 소스 만들기, 숯 배치, 관리, 꼬치 굽는 법을 고스란히 전수받았고 38년 된 타래소스 비법도 받아왔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음식을 좋은 우리술과 함께 내는 것이 컨셉트입니다. 이름은 아내가 지어줬어요. ‘술술 풀리는 마법 같은 갈비’와 ‘요리와 좋은 한국의 술이 있는 꼬치집’이란 뜻인데, 요즘처럼 힘든 세상에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건물 1층에는 닭꼬치 요리, 2층에는 한우 갈비를 맛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른 층의 요리를 시켜먹을 수도 있다. 닭꼬치의 경우, 매일 싱싱한 생닭을 받아 셰프가 6~7시간 동안 일일이 꼬치에 일정한 크기로 꽂아낸다. 인기 메뉴는 닭 가슴연골·가슴살·다리살 등 부드러운 부위를 다져 만든 완자, 탱탱한 목살 부위와 파를 같이 구워낸 대파&닭, 마니아를 위한 특수부위꼬치인 대동맥 등이다.

닭다리 살을 비장탄에 구워 불 맛을 입힌 뒤 일본에서 공수해온 유즈코쇼(유자후추)와 겨자씨를 함께 내는 ‘구운 닭다리 살’, 튀긴 닭가슴살에 간장소스와 타르타르 소스를 올려낸 치킨난반 등도 추천 메뉴다.

갈비는 충남 예산에서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덕갈비’의 음식을 그대로 들여왔다. 세컨드 브랜드라고 보면 된다. 메뉴는 딱 하나, 한우 양념갈비다. 한우 갈비를 간장 베이스 양념에 72시간 숙성시킨 뒤 연탄불에 초벌구이 해서 낸다. 은근하게 달큰하면서도 입에 착 붙는다. 특제 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여기 어울리는 전통주를 추천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만찬주로 선정된 ‘풍정사계’, 문경 유기농 오미자로 만든 고급 증류주 ‘고운달’, 조선 3대 명주로 손꼽히는 ‘이강주’, 제주도의 무형문화재 ‘고소리술’과 함께 김포예주, 서방산 복분자주, 복분자 아락소주 등이 줄줄 나왔다.

“세형이(개그맨 양세형)가 여기서 전통주를 3일에 걸쳐 마셨는데, ‘형 어제 내가 술 마신 거 맞아? 전통주 대박. 너무 개운해. 숙취가 하나도 없어’라고 흥분해서 전화왔고요, 희철이(슈퍼주니어 김희철)는 ‘형 저 완전 감동받았어요. 어제 마신 거 또 주세요’라고 이틀 연이어 왔어요. 동료 연예인들이 올 때마다 권하고 있는데, 이 친구들을 다 우리술 전도사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하하하.”

올해의 목표는 ‘전통주 소믈리에’ 시험에 도전하는 것! 손님들에게 더 자신 있게 설명하고 권하려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단다. 올 하반기에는 전통주 소믈리에 정준하를 만날 수 있기를. ●

이지민 :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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