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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시민 “암호화폐는 인간 어리석음 이용해 돈 뺏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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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시민 작가는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투기 광풍의 또 다른 버전“ ’그야말로 미친 짓“ ’사기“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JTBC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 당시 모습. [중앙포토]

유시민 작가는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투기 광풍의 또 다른 버전“ ’그야말로 미친 짓“ ’사기“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JTBC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 당시 모습. [중앙포토]

“암호화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장난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다.”

“엔지니어가 만든 이상한 장난감 #전 세계 사기꾼 달려들어 도박 #맨 마지막 잡고 있던 사람 망할 것 #17세기 튤립 버블의 21세기 버전 #정부, 광풍에서 시민 보호해야”

유시민 작가는 1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투기 광풍의 또 다른 버전” “그야말로 미친 짓” “사기” 등의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최근 열풍을 비판했다.

유 작가는 “지금 고등학생들까지 자기 돈을 넣고 있다. 거품이 딱 꺼지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사려들 것”이라며 “다 허황된 신기루를 좇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사기꾼이 여기에 다 모여있다. 지금 정부와 지식인과 언론들은 여기에 뛰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투기판에 뛰어들었다가 돈 날린 사람들은 정부나 사회를 원망하지 말라”고도 했다.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 중인 유시민 작가. [중앙포토]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 중인 유시민 작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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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마인츠대 경제학 석사 출신의 유 작가는 최근 줄기차게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경고음을 내왔다. 지난해 12월 JTBC ‘썰전’에선 비트코인 열풍을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과 노무현 정부 시절 ‘바다이야기’에 비유하며 “경제학 전공자로서 손 안 대길 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한 송이 가격이 한 달 만에 50배 폭등해 투기 열풍으로 이어졌다가 가격이 폭락한 사건이다).
유 작가는 블록체인 산업 진흥 관점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에 반대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주장들도 다 사기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암호화폐 열풍을 어떻게 보나.
그야말로 광풍이다. 미친 짓이다. 미친 짓. 전체가 다 ….
답답한 느낌이 드는가.
인간이 참 어리석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됐던 투기 광풍이라고 본다. ‘17세기 튤립 버블의 21세기형 글로벌 버전’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지금 장난을 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다. 여기에 전 세계 사기꾼이 다 모여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생들까지 자기 돈을 넣고 있잖은가. 거품이 딱 꺼지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살 거다. 그러면 맨 마지막에 잡고 있던 사람들은 망할 거다. 이 투기판에 뛰어들었다가 돈 날린 사람들이 정부나 사회를 원망하지 말라, 이 메시지는 확실히 줘야 된다. 누가 권한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제도로 시장을 만들어준 것도 아니잖나.
거래소 폐지 방침을 밝힌 박상기 법무장관 발언은 적절했다고 보는가.
제가 뭐라고 평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정부에서 잘 대처할 것이다. 청와대는 시장 혼란을 우려해선지 확정된 게 아니라고 했는데. 저도 보도만 보고 있다. 청와대에서 부처 간에 어떤 이견이 있고, 현재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이걸 지금 다루고 있고, 지금 어디까지 논의가 됐고 이런 건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그(정부 혼선)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사안은 투기자본 규제 측면의 관점과 블록체인 산업 진흥 측면의 관점이 상충하는 것 같은데.
죄송한데 그런 주장들(산업진흥)은 다 사기라고 본다. 암호화폐는 경제학적 의미의 ‘마켓’도 아니고 그냥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로 나타난 수많은 이상한 장난감 갖고 사람들이 도박하는 거다. 돈이 벌린다는 소문 듣고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돈다발 들고 모여드는 거다.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람도 많다.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자유를 안 주면 마치 4차 산업혁명에서 뒤지는 것처럼 얘기하는 언론 기사들이 넘치는데, 저는 그 사람들이 의심스럽다. 암호화폐를 띄워서 자기 이익 채우려고 하는 것 아닌가. 전국의 카지노를 다 열어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제가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꼰대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을 모른다’ 얘기하는데 다 허황된 신기루를 좇는 것이다. 저는 이걸 부추기는 일부 언론들이 솔직히 수상하다. 이 사람들 다 거기에 돈 넣은 것 아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암호화폐 규제 반대 글이 수만 건 올라있다고 한다.
다 자기 돈 넣은 사람들이다. 돈 벌어야 되니까, (그런 글 썼다고) 저는 그렇게 본다.
청와대는 시장 혼란을 우려해선지 신중한 입장인 듯한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충 다 팔고 다 나오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가상화폐 투자로 해외계좌로 돈 빠져나가는 것은 다 차단해야 된다. 정부가 이 광풍에서 시민 보호 조치를 아무것도 안 하면 정부 잘못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정부와 지식인과 언론들은 여기에 뛰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지금 분명하게 내야 될 때다.

유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투기 광풍에 뛰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정부가 확실해 내야 한다는 것과, 쫄딱 망한 사람들이 정부를 원망할 권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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