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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네잎클로버 매일 2만장 스타벅스에 팔아 대박낸 농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키워 파는 농부

스타벅스의 새해 신상품 오트 그린 티 라떼.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가 토핑 장식돼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의 새해 신상품 오트 그린 티 라떼.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가 토핑 장식돼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이 엄동설한에 네잎 클로버가 있더라구요. ^^; ’ ‘네잎 클로버 주는거 아시나요. 넘 기분이 좋은거 있죠. 옛날에 네잎 클로버 찾느라 구부리고 한참을 풀밭을 헤매던 기억이 나네요. ㅋ’… (네이버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

육종으로 네잎 클로버 대량 재배에 성공한 홍인헌씨 #스타벅스 신상품 음료 토핑용으로 네잎 클로버 공급 #전국 1120개 스타벅스 매장서 매일 2만개 팔리는 대박 #"홍씨는 클로버 작물 아닌 행운 이미지를 파는 농부”

신년 초부터 네잎 클로버 열풍이 뜨겁다. 열풍의 진원지는 풀밭이 아니라, 커피 전문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일 네잎 클로버를 토핑으로 올린 ‘오트 그린 티 라떼’를 출시했다. 신년을 맞아 행운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아, 행운의 상징을 음료에 담았다. 오트(귀리) 밀크와 그린티를 섞은 이 음료는 전국 1120여개 매장에 일제히 선보였는데, 출시 첫날부터 1만 잔이 완판됐다. 더 팔고 싶었지만, 준비한 네잎 클로버가 동이 났다. 스타벅스는 이튿날부터 매일 네잎 클로버 2만 장을 준비해 오트 그린 티 라떼를 판매하고 있다.

박현숙 스타벅스코리아 카테고리총괄부장은 “오트 그린 티 라떼가 출시된 지 일주일 이상 지났는데, 예상보다 150% 이상 많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설 미디어에 네잎 클로버가 띄워진 오트 그린 티 라떼 사진이 3000장 이상 올라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돌연변이 현상인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쟁터를 휘젓던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이 발 아래 클로버 무더기 속에서 우연히 네 잎 클로버를 발견, 꺾기 위해 고개를 숙인 덕분에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흔히 토끼풀이라 불리는 클로버는 유럽이 원산지로, 한국에는 6·25 전쟁 직후 소 사료용으로 들어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콩과(科)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원래 세 장의 잎이 난다.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 네잎 클로버를 스타벅스는 어떻게 매일 2만장 이상 안정적으로 음료에 넣고 팔고 있을까.
비결은 20년째 화훼농사와 유통을 겸하고 있는 홍인헌(56)씨 덕분이었다. 그는 국내 유일 무이한 '네잎 클로버 농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농장에서는 클로버 잎의 90% 이상이 네잎 또는 그 이상이다. 홍 씨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나처럼 대량으로 네잎 클로버를 키우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중앙일보 취재진이 충북 청주에 있는 홍 씨의 클로버 농장을 찾았다. 바깥은 철제 기둥의 초대형 유리온실, 안쪽은 비닐하우스로 된 이중 온실 속에서 클로버가 일반 작물처럼 밭고랑 위 검은 비닐을 뚫고 자라고 있었다. 실내 온도계가 영상 2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등유로 가동되는 온풍기가 밤에는 20도, 낮에는 25~28도의 늦봄 날씨 같은 온도를 유지해준다. 밤과 낮 일교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클로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운이 좋아야 겨우 찾을 수 있다는 네잎 클로버가 지천에 깔렸다. 취재진이 방문한 오후 5시, 인부 6명이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부지런히 네잎 클로버를 한장 한장 ‘수확’하고 있었다. 약 600평 규모의 클로버 밭에서는 매일 2만 개의 네잎 클로버를 ‘수확’할 수 있다. 클로버는 잎을 뜯어내도 일주일 뒤면 다시 수확할 수 있어 작물로서 경제성이 뛰어나다.

대학시절 원예학을 전공했다는 홍씨는 화훼 유통업을 하다가 좀 더 수익성 높은 작물을 고민하던 끝에 네잎 클로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희귀한 네잎 클로버를 대량으로 재배해 낼 수 있다면, 부가가치가 높게 팔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홍씨는 5년간 수십 번의 육종(종자 개량) 실험을 통해 국내 최초로 네잎 클로버를 개발했다. 2013년에는 각각 ‘대박’과‘포유’라는 이름으로, 한국국립종자원에 일종의 식물 특허인 ‘품종 등록’까지 마쳤다. 대박과 포유는 잎의 90% 이상이 네잎 또는 그 이상으로 나타난다.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홍 씨는 처음엔 네잎 클로버를 일반 화훼처럼 화분에 심어 판매했다. 돈이 되질 않았다. 다음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통해 서울 여의도 63빌딩내 한식당과 일식당·양식당 등에 공급하는 루트를 뚫었다. 그래봤자 하루 500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러던 사이에 홍 씨의 네잎 클로버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서 라떼용 토핑으로 네잎 클로버를 채택한 것도 식음료 기획담당 직원이 소문을 듣고 홍 씨를 직접 찾아온 결과였다.

네잎 클로버 한 장의 가격이 궁금했다. 스타벅스에 음료 토핑용으로 하루 2만장을 공급한다 해도 큰 돈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잔에 6100원인 오트 그린 티 라떼에 넣을 클로버 한 장을 1000원에 공급한다고 해도 2만장이면 2000만원에 불과하다. 네잎 클로버의 가격은 홍씨는 물론, 스타벅스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홍 씨는 대신“일반 사과상자 크기 한 상자에 네잎 클로버를 소포장해 담으면, 5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며 “더군다나 오이나 고추처럼 1년에 한 두차례 수확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밭에서 연중 매일 같은 양을 수확해 판다는 점을 생각해봐라”고 답했다. 그는 네 잎 클로버 농사가 일반 농작물보다 수익률이 배 이상 높다고 귀띔했다 .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홍 씨는 곧 클로버 농장 증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음료 출시 이튿날부터 매일 네잎 클로버 5만개를 요청했지만, 600평 밭에서 키워낼 수 있는 네잎 클로버는 2만장이 한계였기 때문이다. 홍씨는 네잎 클로버를 커피 전문점 뿐 아니라, 빵집 등과 같은 다양한 식음료 프랜차이즈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안으로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홍씨는 올 한 해 네잎 클로버만으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진입장벽이 낮지 않을까. 누군가 홍씨의 아이디어를 따라해 네잎 클로버를 육종하거나, 이미 유통된 홍씨의 클로버를 이용해 손쉽게 대량재배에 나설수도 있지 않을까. 홍씨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그는 “네잎 클로버 육종 자체가 그렇게 손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품종보호를 위해 국립종자원에 등록도 했고, 이미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따라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국내 최초 식용으로 개발,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 푸드 클로버 홍인헌 대표가 9일 오후 충북 청주 농장에서 재배중인 클로버를 선보이고 있다.김성태/2018.01.09

황정환 국립원예특장과학원장은 “홍씨는 네잎 클로버라는 작물이 아닌 행운이라는 이미지를 파는 농부”라며“기념품으로나 쓰는 네잎 클로버를 육종해 식음료 메뉴에 이용한다는 것은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세월이 흐를수록 기존 농업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한국 농업의 입장에서는 홍씨의 네잎 클로버 같은 창의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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