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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 놔둘 테니 멕시코 장벽 예산 달라” 트럼프 승부수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여야 의원 20여 명과 만나 이민 정책 관련 문제를 의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척 안정된 모습으로 회담을 이끌어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자기 뜻과 맞지 않으면 공화당 의원들에게조차 심한 말을 쏟아내던 그가 야당 의원들의 말에도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여러분이 내놓더라도 나는 여러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할 것”이라며 “(양당 합의안이 비판받을 경우) 내가 욕을 먹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모처럼 ‘안정된 모습’으로 회의 이끌어 호평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이날 ‘다카 폐지 유예’ 제동 #백악관 “대통령, 여야 의원들과 대화 잘했는데…”

참여한 의원들은 이 같은 대통령의 태도에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0년 넘게 참석한 회의 중에 가장 매력적인 자리였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미 언론들은 달라진 트럼프의 모습을 두고, 백악관에 대한 비판과 폭로를 담은 책 『화염과 분노』로 정신 건강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겠냐는 평가를 내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있을 중간선거를 위해 정치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머리를 맞댄 문제는 이민 정책이다.

트럼프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유지할 테니,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처리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일종의 ‘패키지 처리’로, 다카 폐지와 멕시코 장벽 건설을 강력히 주장해온 그가 다카를 양보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다카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날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이 “조건 없는 불법 체류 청년 보호 법안이라 해도 지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의 비난 또한 “감수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로선 꼭 성사시켜야 하는 ‘빅딜’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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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다카 폐지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윌리엄 앨섭 판사는 “다카 폐지 결정에 대한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 체류 청년들이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판결”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이 초당적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판결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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