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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수·진보단체 함께 불러 전교조·보안법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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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상기 [뉴스1]

박상기 [뉴스1]

법무부가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 민감한 주제를 놓고 10일 보수·진보 시민단체들을 만난다.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리는 비공개 간담회에서다.

오늘 20여 단체와 인권위서 간담회 #전공노 합법화 등 논란 큰 사안 많아 #양 진영 충돌 예상 … 비공개 진행 #유엔 인권이사회 권고로 이뤄져 #정부 입장 정리, 내달 중 보고해야

법무부 관계자는 9일 “이 간담회는 법무부 인권국에서 국내 인권상황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보수단체가 5~6곳, 진보단체가 13~14곳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비공개 간담회에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산인권센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여성연합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협의회 등이 참여한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사단법인 크레도, 생가효(생명 가정 효도) 국제본부 등도 명단에 올랐다.

정치·사회적으로 의미와 논란이 큰 사안들이 많아 간담회에선 보수·진보진영간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논의하는 안건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라 간담회를 계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게 아니라 충돌이나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 측은 참가 신청자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적 사안에 대한 의사수렴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법무부의 발상 자체가 밀실 행정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간담회는 UN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 제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회원국들이 다른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한 뒤 개선을 권고하는 절차다. 우리 정부는 UN 소속 95개 국가가 개선을 권고한 218개 항목의 수용 여부를 결정해 올해 2월 중에 UN 인권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85개는 권고 수용’, ‘3개 불수용’, ‘130개는 검토 후 확정’이라는 리포트(제3차 UPR 실무그룹 보고서)를 작성한 상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각국 대표단이 제시한 의견 중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검토 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을 규정한 87호, 98호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 중 87호와 98호는 전국교직원노조·전국공무원노조 합법화와도 관련돼 있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 규약이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고 해직 교원 9명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공노 역시 ‘공무원(근로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과 공무원 노조법에 근거해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협약의 비준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이는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정부는 에이즈 감염 의무검사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차별적 조치를 중단하라는 권고, 부부간 성폭력을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권고 등을 수용할 항목으로 정했다.

정부는 UPR에서 자주 쟁점이 됐던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차별 철폐, 군형법상 동성애 처벌조항 폐지 등 권고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권고사항을 검토해 2~3월 UN 인권이사회 총회 전까지 수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제출할 예정”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이 제시한 국가보안법 폐지, 친통일적 인사 석방에 대한 권고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차 UPR 심의에 정부대표단 수석대표로 다녀오는 등 관련 문제를 각별히 챙기고 있다. 법조계가 향후 진행과정에서 법무부가 전향적인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배경이다.

유엔의 218개 항목 권고에 대한 정부 입장

▶85개 권고 수용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등 ILO 4개 협약 비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강화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하는 에이즈 검사 중단
▶3개 불수용
-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 국제협약 비준
-유네스코 교육차별철폐협약 비준
- 납치된 북한 여종업원 12명과 북송을 희망하는
김련희 즉각 석방(북한 주장)
▶130개 검토 의견 제출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국제규약 의정서 비준
-국가보안법 등 반인권적 법 폐지
-성소수자 등에 대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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