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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선권 "회담 확 드러내놓고 할까요" 깜짝 제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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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선권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하자", 남북 기조발언 전문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의 북측 대표단이 9일 오전 9시30분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남측으로 넘어왔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한 4인의 북측 대표단은 곧바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2층 회담장으로 올라갔다. 이선권 위원장은 회담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북남당국이 진지한 일방과 성실한 자세로 오늘 회담을 진지하게 하자는 겁니다”라며 “잘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80109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80109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보다 앞선 8시46분 회담장에 도착했다. 회담은 예정대로 10시에 시작됐다.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 우리 단합이 잘 되면 회담이 잘 되리라 생각한다”(이선권) “시작이 반이다.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 끌어갔으면 좋겠다”(조명균)이라며 덕담을 시작했다.
이선권은 심지어 “기자 선생들도 관심이 많은데 회담을 확 드러내놓고(공개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까지 제의했으나 조 장관이 “통상 관례대로 비공개로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공개회의하자”고 제안을 했다. 이선권은 조 장관의 스케이트 경력까지 언급하며 회담 의제인 평창 겨울올림픽 논의의 불을 지폈다. 다음은 양측의 모두 발언 전문이다.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10시에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시작 #北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 #南 “시작이 반…의지와 끈기 갖고 하자"

조명균 장관=날씨가 추운데다 눈이 내려서 평양에서 내려오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선권 위원장= 이번 겨울이 여느 때 없이 폭설도 많이 내리고 또 그런가 하면 강추위가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게 특징이라고 불 수 있다. 온 강산이 꽁꽁 얼어 붙었다. 어찌보면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상태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다만 자연이 춥든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 바라는 민심 열망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또 그 강렬함에 의해서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내려오면서 조명균 장관 선생한테 뭘 말할까 생각했는데 올해 설날에 있은 일을 제가 설명하겠다. 제가 그 듣기를 좋아하는 조카가 있다. 설에 만났는데 올해 대학간다는 거다. 벌써 대학에 간다. 그 조카가 2000년 6월 출생. 그래서 특별히 제가 벌써 18년이 됐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벌써 두번씩이나 지났으니까 이 얼마나 많은 세월 흘렀나. 뒤돌아 보면 6·15 시대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 없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 그래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 이 천심에 받들려서 북남 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 그래서 우리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 잘해서 이번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이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

조명균 장관=우리 남측도 지난해 민심이 얼만큼 강한 힘을 갖고있는지 직접 체험을 했고 우리 민심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 민심이 천심이고 그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오늘 논의하는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문제인데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날씨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겨울올림픽 치르는 데 좋은 조건이 되었다. 많은 나라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시는데 특별히 또 우리 북측에서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있을 것이다. 저희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북측에도 그러한 속담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말이 있다.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습니다만 정말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동시에 상충되긴 합니다만 첫술에, 첫숟갈에 배부르랴. 하는 그런 얘끼도 있어. 그런 것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 하는 마음 갖고 있어. 그런 입장에서 저희가 오늘 첫 남북회담에서 아까 말씀하신 민심에 부응하는 좋은 선물을 저희가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선권 위원장=혼자 가는 거 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고 했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가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장관 선생이 평창 올림픽부터 이야기 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년시절에 스케트 탔다는 소리 들었다. 올초 시작부터 스케이트 탔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든다면 그 동심이 순결하고 깨끗하고 불결한 게 없다. 그 때 그 마음을 되살린다면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 이 마당이 순수한 또 우리 단합된 그것이 합쳐지면 회담이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
회담 형식 문제다. 그래서 오늘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우리측에서는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민족 전달되면 어떻나 하는 그런 견해다. 기자 선생들도 관심이 많아서 오신 거 같은데 확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는 게 어떻나.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조명균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 장진영 기자 / 20180109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조명균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 장진영 기자 / 20180109

조명균 장관=회담 공개와 관련해서 말씀하시는 것도 상당히 일리가 있어. 저희도 그건 공감을 하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모처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은 만큼 일단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을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분들과 함께 공개회의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한다.

이선권 위원장=고저 명백한 거는 민심이 큰 거 만큼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국이 하는 일에는 의미가 깃들어야 한다. 그 의미가 결국은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고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시작된 남북 회담의 대표단은 신구(新舊)의 만남이다. 남측의 통일부와 북측의 조평통이 회담 대표단으로 만나 일명 ‘통ㆍ평 라인’이 형성됐다는 점에서다. 남측 대표단은 이례적으로 통일부의 장차관이 동시 출격했다. 조 장관은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해 대화록을 정리했던 인물이다. 천해성 차관도 통일부 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남북 협상 전문가로 꼽힌다. 통일부의 대표적 남북 회담 전문가들을 대표단에 포진시킨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 새로운 조직과 얼굴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북측 대표단 수장인 이선권은 군 출신으로, 과거 남북 군사회담에선 악역을 맡았다. 지난 2011년 군사회담에서 남측이 천안함 폭침을 언급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다. 그러나 이선권이 군복을 벗고 국가기구인 조평통의 위원장 모자를 쓰고 회담에 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조평통을 당 외곽기구에서 국가기구로 승격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 만남인 이번 회담은 조평통을 얼굴로 앞세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남 인식을 탐색할 기회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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