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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종사자·기혼 여성이 술을 더 많이 찾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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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종에 따라 고위험 음주 가능성이 달라진다. [중앙포토]

직종에 따라 고위험 음주 가능성이 달라진다. [중앙포토]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과음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기혼 여성도 음주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ㆍ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8일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2007~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남녀 3만4478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나이와 결혼 여부, 교육ㆍ소득 수준, 직업군 등이 고위험 음주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고위험 음주는 일주일에 소주 7잔(남성), 5잔(여성) 이상 마시는 날이 이틀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그 결과 고위험 음주를 하는 비율은 남성의 경우 35~49세, 여성은 20~34세일 때 가장 높았다.

고위험 음주, 남 30~40대 여 20~30대 ↑ #"남성은 회식, 여성은 사회적 변화 영향" #서비스직 여성, 전문직보다 과음 위험 커 #"감정노동자인데다 스트레스 풀 방법 적어" #결혼한 남성은 음주 줄지만 여성은 더 늘어 #"워킹맘은 집 안팎에서 이중으로 스트레스" #최종학력, 소득 수준도 고위험 음주에 영향 #"앞으로 사업장에 초점 맞춰 절주 정책 펴야"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김광기 교수는 "30~40대 남성은 직장 생활에 따른 회식 등으로 자주 음주하는 경향이 있다. 20~30대에 술을 많이 먹고 그 후에는 결혼, 사회적 역할 등에 따라 자연스레 줄이는 외국과 다른 모습이다"라면서 "반면 여성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인 젊은 층에서 이전보다 자유롭게 술을 먹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직은 '감정노동'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경향이 강하다. [중앙포토]

서비스직은 '감정노동'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경향이 강하다. [중앙포토]

 직업에 따라서도 고위험 음주 위험이 갈렸다. 서비스ㆍ영업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관리ㆍ전문직 여성보다 과음 위험이 2.4배 높았다. 서비스ㆍ영업직 남성도 고위험 음주 확률이 1.3배였다. 이는 사람과 자주 마주치는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이를 술로 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여성은 똑같은 감정노동자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선택지가 남성보다 적은 편이다. 20~30대 젊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과음이 잦은 데엔 서비스ㆍ영업직 종사가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혼 여부는 남녀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달랐다. 결혼한 남성은 미혼일 때보다 고위험 음주 위험이 14% 줄었다. 반면 기혼 여성은 미혼보다 과음할 확률이 63% 뛰었다.

여성은 미혼보다 기혼일 때 고위험 음주 확률이 커진다. 집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여성은 미혼보다 기혼일 때 고위험 음주 확률이 커진다. 집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저개발국ㆍ개발도상국이 많은 아시아 지역에선 대개 결혼한 여성에게 '절제' 등의 보수적 관습이 적용되기 때문에 음주량이 줄어든다. 하지만 국내에선 성 평등 의식 증가와 사회적 문화 변화로 전통적 경향과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기혼 여성이 평소 받는 스트레스도 음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기혼 남성과 달리 워킹맘은 밖에선 일하고, 안에선 아이를 키우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소득이 적은 여성은 고소득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최종 학력도 음주량과 관계가 있었다. 초졸 여성은 대졸 이상인 여성과 비교했을 때 고위험 음주 위험이 4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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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은 단순히 '술을 줄이자'는 구호가 아니라 각 개인의 특성에 맞춘 절주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서비스ㆍ유통업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의 음주 폐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보건소나 학교 중심으로 절주 정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업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직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1월호에 게재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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