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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엔 직장이 학교 … 21세 고졸, 클라우드 엔지니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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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젠 사람혁명이다 <중>

클라우드 솔루션 분야의 스타트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선배 직원이 신입사원을 일대일로 교육해 엔지니어로 성장하게 한다. 이민우(21·오른쪽)씨는 입사 초기 단순 업무를 맡았으나 6개월간 사내 교육을 받고 주니어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우상조 기자]

클라우드 솔루션 분야의 스타트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선배 직원이 신입사원을 일대일로 교육해 엔지니어로 성장하게 한다. 이민우(21·오른쪽)씨는 입사 초기 단순 업무를 맡았으나 6개월간 사내 교육을 받고 주니어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우상조 기자]

베스핀글로벌은 기업 대상의 클라우드 정보기술(IT) 솔루션 분야 스타트업이다. 고객사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원활하게 운용되도록 관리하는 서비스를 한다. 2015년 생겨 지난해 170억원의 초기 투자(시리즈 A)를 유치했는데 중국 레노보 계열 레전드캐피털, 미국 알토스벤처스 등이 투자해 주목을 받았다.

미래 직장은 일·배움이 하나로

베스핀글로벌은 데이터 저장·관리가 기업별 자체 서버 기반에서 클라우드로 옮겨 오는 것에 주목했다. 1998년 호스트웨이를 설립해 세계 5대 웹호스팅 회사로 성장시키고 2014년 매각한 이후 한국에 정착한 이한주(46)씨가 이 회사를 세웠다. 서버 기반의 시스템 통합(SI) 회사들이 기존 시장에 주력할 때 이 대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클라우드 솔루션 업계엔 20대가 많다. 이 회사 네트워크운영팀 주니어 엔지니어인 이민우씨는 스물한 살이다. 특성화고에서 디지털 콘텐트를 전공하고 2년 전 졸업하자마자 이 회사에 들어왔다. 입사 초기엔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가 잘 운영되는지를 살피다 이상이 생기면 엔지니어에게 보고하는 단순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엔지니어 업무에 도전하기로 하고 이 회사의 6개월 교육과정인 ‘아바타 프로그램’을 거쳤다. 신입사원을 실무 경험 5년 이상의 선배와 일대일로 맺어주고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기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엔지니어가 되면서 연봉이 30%가량 올랐다. 이 회사 엔지니어 100여 명 중 이씨처럼 사내교육을 받고 엔지니어가 된 이가 50명이 넘는다.

대부분 기업에 선후배 간 기술과 노하우를 주고받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같은 직무의 선후배 간으로 한정된다. 이에 반해 베스핀글로벌에선 사내 교육을 거쳐 다른 직무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점이 다르다.

자고 나면 신기술 … 현장 인재 중요

이 회사는 학습이 항시적으로 이뤄진다. 엔터프라이즈팀 엔지니어 유재혁(29)씨는 “관심사가 비슷한 동료들끼리 모여 각자 학습한 신기술이나 이론을 서로에게 알려주며 공유한다. 클라우드 분야는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나와 꾸준한 학습과 역량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동원 시스템네트워크본부 상무는 “취업 준비생 중에는 이 분야 지식을 갖춘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에 투입할 전문 인력을 회사가 키워낼 수 있느냐에 기업의 명운이 달렸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솔루션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구현하는 분야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놓고 많은 이가 ‘직업 증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다. 하지만 베스핀글로벌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을 세우고, 이를 유지해 가는 것은 사람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역량의 재정의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유럽 최대의 컨설팅 회사 롤런드버거는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란 제목의 책을 내고 “미래에는 공장 근로자들이 로봇을 모니터링하고 정비함과 동시에 전반적인 작업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더 거세질 우수 인력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AT&T는 2013년 이후로 직원들에게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코딩, 데이터 과학 및 기술 분야의 지식을 교육하고 있다. 직원들의 교육비 지원에 매해 3000만 달러, 자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직원들의 컴퓨팅 능력 향상과 함께 협업 역량 제고, 유연한 태도 고취 등을 위해서다.

중앙일보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함께 진행한 한국 사회 각 분야 인사 100명 인터뷰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본질’에 대한 답변에 ‘사람’ ‘인간’이 많이 언급됐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인간의 기계화를 걱정하던 2, 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기계의 인간화’가 극단적으로 이뤄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좁혀지는 문명의 대혼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와 김대식 KAIST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로봇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의 대체를 넘어 ‘정신적 노동’을 대체하는 변화”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계와 차별화되는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그간의 산업혁명에선 기계·에너지·정보통신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고 소외시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설계하고 이끄는 것은 사람이다. 창의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인재 전쟁’이 거세질 것”이라 말했다.

AT&T 직원 교육에 연 3000억원

가천대길병원은 한국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했다.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왓슨은 수초 내에 치료 방법과 약을 추천한다. 의사들은 ’왓슨 도입 후 환자와 대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가천대길병원은 한국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했다.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왓슨은 수초 내에 치료 방법과 약을 추천한다. 의사들은 ’왓슨 도입 후 환자와 대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피수영 하나로의료재단 고문(전 아산병원 소아과의사)도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의 존엄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과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유영산 중앙유웨이 대표는 “그동안 실재했지만 우리가 파악할 수 없던 대상 또는 현상들이 상호 연결되고 분석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18세기 이후 산업사회를 유지해 온 ‘주관과 객관의 분리에 기반을 둔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탈피해 인간·세계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관망했다.

서민정 변호사도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의 발전, 가상·증강현실 활용 증대 등 주로 기술적 측면에서 논의되지만, 그 본질은 기술의 홍수 속에서 인간이 기술에 매몰되거나 대체되지 않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인간의 고유성, 즉 인성을 심화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중심으로 이해돼야 하며, 인성을 어떻게 함양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즉 교육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과학소설의 아버지이자 문명사가인 조지 웰스의 말처럼 ‘인류 문명사는 교육과 재난 간의 경주’이며 교육이 앞서면 문명은 번창하고, 교육이 뒤처지면 그 문명은 사라진다”며 “교육이 앞서야 그 문명은 재난으로부터 자유롭고 번창한다는 것을 4차 산업혁명의 메시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설계자는 결국 인간

김기영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총장도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빠른 행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인간의 능력을 끌어내는 속도가 훨씬 빠른 환경이 조성됐다”고 답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 중 하나로 ‘초인지적 사고’를 꼽았다. 그는 “각종 디바이스의 출현으로 인간은 의식적으로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일자리 등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인간은 기억력과 같은 기초 인지보다는 인지적 전략을 개발하고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인간이 자신을 제약하던 지역·영역·분야로부터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창우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인류가 이뤄 온 경험과 기술과 노하우가 통합되면서 인류의 삶은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고 있고, 지식도 전문가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지 오래”라며 “기존의 사회 체계를 초월한 통합과 융·복합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도 “4차 산업혁명이 기술적 가치를 넘어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인간의 고유하고 중요한 가치, 즉 존엄성과 평등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선 인간의 뇌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뇌 작동 방식의 모사 응용이 가장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결국 뇌 중심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인공지능 시대 이렇게 바뀐다

강지원 변호사·푸르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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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단순 노동이 아닌 자아실현 통한 행복 위해 대부분의 시간 쓰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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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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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며 행복 공동체 일구는 게 인간 기계는 닿을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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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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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혼자가 아닌 ‘함께‘ 서로 다른 분야 접목으로 낯선 답을 찾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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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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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두 명 중 한 명이 로봇으로 대체되겠지만 고부가 서비스업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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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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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지속할 덕목 필요 상대방의 가치 인정하고 보상 공평하게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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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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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잉이 한국 산업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유일함이 경쟁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신의진 연세대학교 정신건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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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재 핵심 역량 중 70%는 6세 이하에 형성 영유아 교육 중요해져”
신의진 연세대학교 정신건강학과 교수

이미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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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상상력 원천은 깊고 넓은 인문학 독서·사유 언어 한계가 세계의 한계”
이미도 번역가

(이름 가나다순)

성시윤·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중앙일보·현대차정몽구재단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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