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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군폭력 등 고발 영화 제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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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현준 교수

조현준 교수

사회고발성 영화만을 매년 한 편씩 만드는 30대 대학교수가 있다. 주인공은 대구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조현준(37·사진) 교수다. 그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최대한 사실적인 영화로 만들고 싶다”며 “재미보다는 사회 문제를 들춰내고, 바꿔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조현준 교수

조 교수가 제작한 영화는 모두 사실적이고 무겁다. 우선 북한이다. 2015년 9월 조 교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삐라’를 제작해 경기도 고양·파주시 일원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상영했다. 이 영화는 그가 2013년 11월 북한을 직접 돌아보고 만든 영화다.

조 교수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 지금도 갖고 있는 캐나다 국적으로 북한에 다녀왔다. 당시 중국 여행사를 통해 북한에 간 그는 일주일간 함경북도 나선·청진시 등지를 여행하며 몰래 그들의 생활상을 촬영했다.

2016년엔 탈북자 다섯 명을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황색바람’을 만들었다. ‘황색바람’은 북한에서 자본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엔 군부대 가혹 행위를 주제로 한 단편영화 ‘시계’를 제작했다. 최근엔 대학 기숙사 신축이 원룸 주인 등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영화(가제 ‘교환학생’)로 제작 중이다.

그가 사회고발성 영화 제작에 나선 계기는 2009년 미국 ABC 방송국 프로듀서로 근무한 경험이다. 당시 입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기억을 살려 한국에서 교수가 된 후 영화 제작에 나서게 됐다.

조 교수는 영화를 제작할 때 혼자 대본을 쓰고 직접 촬영을 한다. 상영 스케줄도 직접 짠다. 배우가 필요할 경우 지인들에게 부탁한다. 카메라 등 장비도 주로 빌려쓴다. 영화 한 편을 찍는데는 1000만원 이상이 든다.

조 교수는 “은퇴하는 65세까지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인기 없는 영화지만 누군가는 보고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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