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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 37 고양이에게 절대 못 주는 생선 맛은?

중앙일보

입력

국자로 들어올린 국거리는 뭍사람은 양태라 부르는, 섬사람은 장대라 말하는 생선이다. 아삭하고 달달한 겨울 무와 환상 궁합을 이루는 물고기다. [중앙포토]

국자로 들어올린 국거리는 뭍사람은 양태라 부르는, 섬사람은 장대라 말하는 생선이다. 아삭하고 달달한 겨울 무와 환상 궁합을 이루는 물고기다. [중앙포토]

제주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여행 마지막 날 허겁지겁 공항에 돌아오는 경험을 한 번 쯤은 했을 법하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제주에서 마지막 한 끼를 먹지 못하고 섬을 빠져나오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에 늘 품고 다닌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기 전 들를 만한 공항 근처 맛집 목록을. ‘여행기자의 미모맛집’에 소개하고자 하는 ‘정성듬뿍제주국’은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린 맛집 중 하나가 되겠다. 우선 이 음식점은 제주시 삼도2동에 있다. 공항에서 차로 딱 10분 거리다. 그리고 역전이나 공항 주변 음식점은 뜨내기손님을 상대하는 곳이라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깡그리 없애준 곳이기도 하다.

제주 삼도동 정성듬뿍제주국 #살 통통한 겨울 장대와 겨울 무로 끓인 장대국 #매일 어시장에서 사오는 생물 생선이 맛의 비결

여행 마지막 날 들르기 좋은 정성듬뿍제주국.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중앙포토]

여행 마지막 날 들르기 좋은 정성듬뿍제주국.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중앙포토]

이 집의 주 메뉴는 생선을 넣고 끓인 생선국이다. 생선을 통째로 넣은 맑은 국은 뭍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제주 사람에게는 익숙하다. 뭍에서는 흔히 생선으로 찌개를 끓이거나 조림을 한다. 강한 양념으로 생선의 비린 맛을 감추기 위해서다. 반면 신선한 생선을 구할 수 있는 제주에서는 국을 끓인다. 정성듬뿍제주국도 생선에 단순하게 양념을 해 끓여 내는데, 수많은 생선 중에서도 늘씬한 선홍색 물고기 ‘양태’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양태를 부르는 제주 말이 장대. 그래서 이 집의 주 메뉴 이름은 장대국이다. 제주도민이 손님의 9할을 차지하고, 또 손님의 절반이 이 장대국을 주문한다.

선홍색 몸에 푸른색 지느러미가 달린 장대. [중앙포토]

선홍색 몸에 푸른색 지느러미가 달린 장대. [중앙포토]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장대는 동해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물고기지만 제주에서는 고등어만큼 흔하다. 제주 사람은 고양이에게도 장대를 던져주지 않는다. 워낙 살이 적어서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고양이에게 주기 아까운 게 장대라고 한다. 봄 산란을 앞두고 장대가 몸집을 불리기 때문이다. 딱 이맘때 장대 맛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정성듬뿍제주국 내부. [중앙포토]

정성듬뿍제주국 내부. [중앙포토]

통통한 겨울 장대는 국거리로 제격이다.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양념하고 갓 수확한 겨울 무를 잔뜩 썰어 넣으면 준비 끝. 한소끔 끓인 뒤 다진 마늘과 파를 곁들이면 완성이다. 장대의 흰 살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뽀얀 국물은 삼킬수록 고소하다. 아삭하고 단단한 겨울 무가 장대국의 풍미를 돋운다.
정성듬뿍제주국 장대국이 비리지 않는 것은 냉동이 아니라 생물 장대를 쓰기 때문이다. 한림어시장에서 매일 신선한 장대 생물을 한 상자씩 들여와 손질을 한다. 머리와 꼬리 그리고 내장 등 부패가 빠른 부위를 모조리 떼어낸다. 살코기로만 끓인 국물 맛이 비리지 않는 이유다. 장대국 한 그릇을 시키면 멜(멸치)조림 등 갖가지 반찬이 딸려나온 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내외가 김치부터 젓갈까지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든다. 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단 브레이크 타임(오후 3시~5시 30분)이 있으니, 이 시간만큼은 피해서 방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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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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