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문화가 만들어낸 레이싱걸 스타 이선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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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걸 1세대가 오윤아, 홍연실, 추미정 등이었다면, 레이싱걸 2세대의 중심에는 이선영(24)씨가 우뚝 서있다.

외모, 매너, 근성, 말솜씨 등 모든 면에서 이씨를 따를만한 자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말 데뷔한 그의 팬카페에는 1만6천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한때 4만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효율적인 팬카페 관리를 위해 정리한 숫자가 1만6천여명이라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이선영을 치면 자세한 프로필과 함께 사진이 무수하게 올라온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진의 양으로 치면 왠만한 연예인을 능가한다. 최근에는 레이싱걸의 '대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다른 레이싱걸과는 달리 기획사에 전속으로 소속돼있는 최초의 레이싱걸이다. 데뷔 때부터 기획사가 그의 상품성을 인정하고 전속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씨는 또한 한국타이어와 현대모비스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연예계에 진출할 계획은 있지만, 선배 레이싱걸인 오윤아씨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곧 연예계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있다.

"공중파 TV 출연을 비롯한 연예활동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연기가 아닌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방송일을 할 것 같다. 레이싱걸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얼마전 모터스포츠 전문 케이블TV와 SBS 골프채널에서 리포트를 한 적이 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방송일을 하고 싶다. 섭외가 들어온다면 모터스포츠를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다.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모터스포츠 길잡이로서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재 공중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리포터 출연제의가 들어온 상태다. "

-그럼 레이싱걸 선배이자 탤런트인 오윤아씨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인가.

"오윤아 선배가 롤모델은 아니다. 오윤아 선배가 연예계 활동을 통해 레이싱걸 위상을 높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연예계에 입문하면서 모터스포츠 분야는 완전히 접었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추미정, 탤런트 데뷔를 준비하는 홍연실 씨등도 레이싱걸 활동은 은퇴했다. 나는 연예계에 입문하더라도 모터스포츠 일을 병행할 생각이다. 그게 나와 오윤아씨가 다른 점이다."

-레이싱걸 데뷔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

"대학 시각디자인과를 2003년 2월에 졸업한 뒤 잠시 직장생활을 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했던 나레이터모델, 통역도우미 등을 하다가 레이싱걸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의 권유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경험삼아 하려 했는데 결국 눌러앉게 됐다. 레이싱걸의 매력 때문인 것 같다. 지난해 3월말 BAT 경주대회에서 한국타이어 소속으로 첫 데뷔를 했다. 다른 레이싱걸들에 비해 데뷔가 늦었지만, 사회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분별력을 쌓은 상태에서 입문한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레이싱걸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섹스어필한 쪽에 치우쳐 성의 상품화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레이싱걸은 서킷의 꽃이다. 레이싱걸 덕분에 모터스포츠가 각광받는게 사실이고, 공헌도가 50% 이상이라고 본다. 레이싱걸은 해당 스폰서팀의 홍보역할을 하면서 레이서들의 서포터 역할을 한다. 유니폼은 물론 모자, 강한 햇볕으로부터 레이서들의 시야를 보호해주는 우산까지 스폰서 로고가 붙어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레이싱걸은 일종의 움직이는 광고판이라 할 수 있다. 레이싱걸의 섹시한 건강미는 많은 관중들을 유도해 모터스포츠를 붐업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갈수록 레이싱걸 의상이 야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이미지가 섹스어필 쪽으로만 굳어져버리는 것은 아쉽다. 이렇게 된 데는 우리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우리들의 책임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얼마전 대표적인 레이싱걸들이 누드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레이싱걸이 모두 누드를 찍는 것은 아니다. 레이싱걸 중에는 레이서를 꿈꾸며 드라이빙 훈련을 하는 이도 있고, 가수 또는 연기자 준비를 하는 이도 있다. 지향하는 바가 다양해지고 있다. 누드모델을 한 것도 이같은 한 갈래로 볼 수 있다."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을 위해 레이싱걸이 해야 할 역할은.

"우리 자동차 산업은 세계에서 5, 6위권이지만 모터스포츠 문화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레이싱걸들이 유니폼을 입고 사진만 찍힐 게 아니라 모터스포츠를 붐업시키는 다양한 활동에 참가해야 한다. 카트경기, 드라이빙스쿨, 오프로드 체험 등 다양해지는 모터스포츠 행사에 레이싱걸들이 함께 참가해 레이싱걸 역할은 물론 행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반인들을 모터스포츠 문화에 끌어들이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레이싱걸의 건강미와 섹시미가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일본의 경우처럼 '레이싱걸=누드모델, 성인물 배우'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릴 수 있다."

-레이싱걸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인가.

"레이싱걸을 모터스포츠 문화의 일부로 봐주셨으면 한다. 성적욕구의 대상으로만 보지는 말아달라. 카메라플래쉬를 먹고사는 게 레이싱걸의 숙명이지만, 페티쉬한 느낌이나 특정 부위 노출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화가 난다. 스킨십을 요구하거나 특정부위만을 찍어가려는 사람들의 사진에는 나의 찡그린 얼굴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무리한 사진촬영 포즈는 애교스럽게 거절한다. 업체에서도 지나친 노출과 포즈는 사고방지 차원에서 제재를 한다."

-가장 보람있었던 때는.

"레이싱걸을 보러 경기장에 왔다가 자동차와 경기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는 사람들이 생겨날 때다. 내 사진을 보러 팬카페에 가입했던 팬들이 사진이나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돼 카페 내에서 동호회를 만드는 것을 볼 때도 흐뭇하다. 팬카페를 운영하면서 내성적인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5월에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그만두고 싶었던 때는.

"집 근처 주차된 자동차에 내 사진이 도용된 성인전화 홍보물이 꽂혀져 있는 것을 봤을 때다. 일부 성인용 사이트에서도 내 사진이 도용되고 있는데 법적 소송을 준비중이다. 또 악의적인 리플이 달릴 때도 그만두고 싶었다. 한때는 IP 추적까지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 분들의 스트레스 해소거리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안 쓴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을 때도 회의가 들었지만, 지금은 '이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해라'며 응원해 주신다. 부모님이 가끔 경기장에 오시기도 하고, '이쁜 사진 있으면 집에 걸어놓을테니 가져 오라'며 긍정적으로 봐주신다."

▶ 레이싱 걸 이선영

-이상적인 자동차와 남성상은.

"벤츠 CRK-GTR이 나의 드림카이다. 이상형은 남자답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 현재 능력보다는 장래에 대한 비전과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을 택하고 싶다. 외모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레이싱걸을 시작하기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줄곧 연애를 하지 못했다. 레이싱걸을 하면서 소개팅을 세 번 정도 한 기억 밖에 없다."

-성형수술 여부는.

"눈 쌍거풀을 집어서 강조하는 수술만 했다. 그 외에는 성형 수술한 적이 없다. 가슴의 경우 유니폼 상의에 브래지어 패드가 붙어 있어 가슴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커보일 수 있다."

-장래 계획은.

"이 쪽일을 하게 될 줄 알았으면 대학에서 모델학 같은 것을 배울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방송연예과나 모델학과 등에 편입준비를 하고 있다. 레이싱걸에서 은퇴해도 모터스포츠 분야와 관계된 일을 할 계획이다. 모터스포츠 전문 기획사의 매니저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짬을 내 영어와 일본어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레이싱걸계의 '대세'라고 하던데.

"인터넷에서 저를 두고 대세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레이싱걸이 디카매니아와 네티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스타이니만큼 다들 자기 나름대로의 대세를 맘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시는 팬들에게는 내가 대세지만, 아닌 분들에게는 다른 레이싱걸이 대세라고 생각한다."

-레이싱걸 지망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모터스포츠와 레이싱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한 뒤 뛰어드는게 좋다. 단순히 주목받고 싶다는 이유로 레이싱걸을 해서는 안된다. 또 프로정신을 갖고 일을 시작해라. 스포트라이트에만 안주하는 레이싱걸이 아니라 모터스포츠 문화을 가꿔 가는 일원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레이싱걸을 하면서 여러 가지 오해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여유있게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길 바란다."

인터뷰=정현목 기자, 동영상 취재=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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