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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익선동, 14년 만 재개발지역서 해제…한옥밀집지역 지정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간판 없는 가게. [사진간판 없는 가게]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간판 없는 가게. [사진간판 없는 가게]

1920∼1950년대 지어진 한옥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가 14년 만에 재개발지역에서 해제된다. 익선동은 북촌과 돈화문로, 인사동과 경복궁 서측에 이어 다섯 번째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다.

기존 한옥 최대 보존하고, 건물 높이 5층 이하로 제한 #서울시, 한옥 보존 위한 2015년 6월 지구단위계획 수립 #한옥 밀집도 30.7%로 서울 한옥밀집지역 중 가장 높아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일 ‘익선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견 청취 기간이 끝나고 2월쯤 안건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면 익선동 일대는 재개발지역에서 해제되는 동시에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관리된다.

 서울시는 기존 한옥을 최대한 보존하고, 돈화문로·태화관길 등 가로변과 접한 곳에선 건물 높이를 5층(20m)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 건물을 밀어내고 고층 건물을 짓는 재개발은 불가능해진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사진 다음 지도]

서울 종로구 익선동[사진 다음 지도]

 총면적 3만1121㎡인 익선동 165번지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활동한 조선인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1888∼1965)이 지은 한옥 100여 채가 남아있다. 정세권은 철종 생부인 전계대원군 사저(누동궁터)를 사들여 서민을 위한 한옥 단지를 조성했다. 대규모 필지를 쪼개 작은 한옥을 지어 분양했다.

 이때 지어진 한옥이 쇠락하고 주변 지역 개발이 이뤄지면서 익선동은 2004년 4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재개발추진위원회는 14층 높이의 주상복합단지를 지어 익선동을 재개발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당시 서울시도 익선동에 종묘·창덕궁 조망이 가능한 관광호텔과 오피스텔, 상점이 들어서면 도심 재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며 이 계획을 환영했다.

 하지만 2010년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익선동 개발 계획에 제동을 건다. 주변 지역 특성상 고층 빌딩을 짓는 것보다는 한옥을 보전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도계위는 익선동 일대를 도시환경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조건으로 한옥을 보전하는 방향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재개발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으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늦어졌고, 재개발추진위는 2014년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

 익선동 일대 관리 방안이 표류하며 3∼4년이 흐르는 동안 이곳에는 한옥을 개조한 복고풍 식당과 카페를 여는 청년사업가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시는 지역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2015년 6월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연합뉴스]

 서울시가 내놓은 지구단위계획은 주민 이탈 방지보다는 익선동 한옥을 보전하고, 전통문화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광 및 지역 활성화에 중점을 뒀다. 서울시는 익선동에서 상가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않도록 약속하는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건물 보수 비용 을 지원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장기 안심상가를 운영할 계획이다.

 익선동의 한옥은 모두 119채로 북촌, 서촌에 비해 적지만 총면적에서 한옥이 차지하는 비율인 밀집도는 30.7% 수준으로 서울의 한옥밀집지역 중 가장 높다. 2002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북촌의 한옥 밀집도는 7.3%(1233동)다. 경복궁 서측 밀집도는 7.8%(668동)다.

 익선동에서 카페와 식당, 게스트하우스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한옥 대부분이 주거 용도였으나 지금은 주거 용도로 쓰이는 한옥이 31.4%(37동)에 그친다. 식당으로 쓰이는 한옥은 33동(28.0%), 상점 18동(15.3%), 카페 14동(11.9%) 등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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