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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에 핵 터지면 지하 2㎞ 동굴로 달려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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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뇌부, 베이징 인근 지하 2000m  도시규모 핵벙커 운용

중난하이 서북쪽 20㎞ 떨어진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1000m 두께의 화강암 아래…수백만명 용 음용수 보유

중국 최고 지도부의 핵 벙커가 베이징 서북부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 지하 2㎞에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점으로 조성돼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시찰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2㎞ 지점에 조성되 핵벙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CC-TV 캡쳐]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시찰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2㎞ 지점에 조성되 핵벙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CC-TV 캡쳐]

중국의 비장의 핵 벙커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집단거주지)에서 서북쪽으로 20여㎞ 떨어진 국가삼림공원 지하에 조성돼있다. 동굴 네트워크로 이뤄진 방사능 지하대피소로 작은 도시 규모로 알려진다.
최근 중국 정부 기금으로 수행된 베이징 인근 지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곳은 수백만 명이 마실 수 있는 음용수를 안정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곳으로 판명됐다.

중국의 핵 벙커는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의 일부로 지난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전투복에 각반을 찬 모습으로 시찰한 장면이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일부 모자이크된 상태로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CC-TV는 “중공중앙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위주석, 군위연지(軍委聯指·군사위연합지휘센터)총지휘 시진핑…”이라며 ‘총지휘석’에 앉은 시진핑 ‘커맨더-인-치프(Commander-in-Chief:최고사령관)’의 모습을 방영했다.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시찰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2㎞ 지점에 조성되 핵벙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CC-TV 캡쳐]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시찰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2㎞ 지점에 조성되 핵벙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CC-TV 캡쳐]

CC-TV는 당시 연합작전지휘센터나 핵 벙커가 정확히 언제 건설됐는지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에 건설이 시작됐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규모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SCMP는 보도했다.

지휘센터는 인민해방군의 모든 군사적 결정이 이뤄진다고 해서 중국군의 ‘두뇌’로 불린다. 이곳에서는 24시간 중국 전역의 5대 전구의 군사 첩보를 분석하고 군대 동향을 점검하며 국내와 해외 군사기지의 모든 작전 명령을 내린다. 이 시설의 주 출입구는 시산(西山)국가삼림공원에 위치한다.
핵 공격과 같은 중대한 위협이 직면하면 중국 최고 지도부는 중난하이에서 이곳으로 이동해 핵 벙커 안에서 정부 기능을 계속 수행한다.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시찰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2㎞ 지점에 조성되 핵벙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CC-TV 캡쳐]

2016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시찰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연합작전지휘센터. 시산국가삼림공원 지하 2㎞ 지점에 조성되 핵벙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CC-TV 캡쳐]

중국이 군 수뇌부 전용 핵 벙커를 보유한 유일한 나라는 아니다.
주요 강대국은 냉전 시기 중국과 비슷한 핵 벙커를 건설했다. 현재에는 일부 폐기됐거나 관광객을 위해 개방했으며, 일부는 군사 목적으로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방사능 지하대피소는 1950년대 전국에 걸쳐 조성됐다. 정확한 위치는 모두 1급 비밀로 분류된다.

이들 핵 벙커는 보통 강력한 핵폭발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산맥 암반 밑에 조성된다. 또한 장기간 외부 공급 없이 생존할 수 있으며, 원자폭탄이 유발한 방사능 오염을 걸러낼 수 있도록 정교한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부 대피소는 작은 도시 규모로 조성됐다. 세밀한 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비행기와 탱크를 격납할 수 있는 넓은 터널과 1000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 환경도 완비돼있다.

베이징 시산 방사능대피소는 미군이 운영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레이븐 록 마운틴 콤플렉스와 콜로라도주 샤이엔 마운틴에 위치한 북미 항공 우주방위군 사령부와 비교할 수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핵벙커가 위치한 시산국가삼림공원으로 가는 길. [바이두지도 캡처]

중국 최고지도부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핵벙커가 위치한 시산국가삼림공원으로 가는 길. [바이두지도 캡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시산 대피소는 핵 벙커로서 독특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 물리연구소 친다쥔(秦大軍) 박사팀은 최근 시산 지하 2㎞ 지점에서 카르스트 동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흑해 연안 그루지야의 지하 2200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크루베라에 비견되는 깊이다.
친다쥔 박사는 “크루베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카르스트 동굴은 지상에 노출되거나 지표면 가까이 위치하지만 시산 동굴은 자연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화강암 평균 두께 1000m 아래에 묻혀있다”고 말한다. 카르스트 동굴은 수백만 년에 걸쳐 물이 석회암을 침식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시산핵 벙커가 지하 어느 정도의 깊이에 만들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핵 전문가들은 핵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100m 두께 이상의 암반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 물리연구소 친다쥔(秦大軍) 박사팀이 수자원 국제 학술저널 ‘수문학(水文學, Hydrological Processes)’ 저널 2017년 11월호에 게재한 ’매몰 지하수 암반층 배수 메커니즘 연구-베이징 시산 동굴수를 위주로“란 연구 논문에 실린 베이징 인근의 지하수 분포도. [중국과학원 웹사이트]

중국과학원 지질·지구 물리연구소 친다쥔(秦大軍) 박사팀이 수자원 국제 학술저널 ‘수문학(水文學, Hydrological Processes)’ 저널 2017년 11월호에 게재한 ’매몰 지하수 암반층 배수 메커니즘 연구-베이징 시산 동굴수를 위주로“란 연구 논문에 실린 베이징 인근의 지하수 분포도. [중국과학원 웹사이트]

친 박사 연구팀은 핵전쟁 발발 시나리오에 따라 음용수가 고갈된 상황에서 군 지휘부를 어디에 건설해야 하는지 조사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친다쥔 박사는 연구 결과 일부를 수자원 관련 국제적 학술 권위지인 ‘수문학(水文學, Hydrological Processes)’ 저널 2017년 11월호에 “매몰 지하수 암반층 배수 메커니즘 연구-베이징 시산동굴수를 위주로”란 제목으로 게재했다.
친 박사는 “현재 이 지역은 수백만 명 이상의 음용수를 공급할 수 있으며 양쯔강의 물을 베이징으로 끌어오는 프로젝트 덕으로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오염수 처리 기술을 연구 중인 후난성 화난(華南)대학의 류융 박사는 “핵 공격 발생 시 대기보다 물과 토양에 방사능 낙진이 더 오래 남는다”며 “방사능 오염수 처리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개발했다”고 말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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