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 빠진 47세 "밝은 심성, 겸손과 배려…… 내 아이도 좀 배웠으면"

중앙선데이

입력 2018.01.07 00:02

업데이트 2018.01.0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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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06면

팬들이 말하는 BTS
이경희

이경희

방탄소년단(BTS)에 빠져 일찌감치 팬이 된 40대 후반 여성이 있다. 출판사에 다니며 남편과 집안일 외에 모든 신경을 BTS에만 쏟고 있다는 그녀는 직장인이자 주부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이 없다는 이경희(47)씨에게 “BTS의 무엇이 좋으냐”고 묻자 30분 동안 대답을 쏟아냈다. 이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너무 행복해서…. 꼭 잘 써 주세요.”

늦깎이 팬 된 47세 이경희씨
세월호 아이 떠오른 ‘봄날’ 뮤비
세대 초월한 어떤 느낌에 꽂혀
세련된 선율, 솔직한 가사 좋아

원래 연예인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가끔 가다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는데 BTS의 ‘웃긴 장면 하이라이트’가 있어 보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였다. 보다 보니 너무 재밌는 거다. 동작이나 말이라든지 자기네들끼리 노는 것, 팀워크도 너무 좋고. 그러다 그다음이 궁금하고, 옛날 것도 뒤져 보고. 이 친구들이 하루 열 몇 시간씩 공연 연습한 거, 연습장 안에서 술래잡기하고…. 그사이 요즘 아이돌에게서 볼 수 없는 동료에 대한 배려, 자기만 중요하고 남들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는 걸 어필하지 않는 BTS의 모습들을 봤다.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서태지는 사회 비판으로 가요계를 뒤흔들었다면 BTS는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박자도 달랐고 힙합의 가사, 감미로운 멜로디가 거부감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 귀에 꽂히는 느낌이 있다. ‘봄날’이라는 노래가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바닷가에서 지민(BTS 멤버)이 혼자 등을 돌리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 운동화가 걸려 있는 컷에서 세월호의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걸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그 아이들에겐 봄날이 올까 하는…, 그게 오버랩됐다.

BTS는 소통을 정말 잘한다. 다른 아이돌들은 좋은 모습만 보여 주려 하는데 이 친구들은 자고 일어난 모습도, 공연장·호텔 방도 공개하고 서로 모여 연습하고 점검하는 그런 모습들도 숨김없이 보여 준다. 팬들과 장벽이 없다. 항상 같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거기에 대해 스트레스받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지난해 미국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공연하고 파티나 멤버들끼리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바로 호텔 방에 와서 ‘아미(ARMY·BTS 팬클럽)’ 덕분이라고 그러더라. 굉장히 겸손하고 실력 있는데도 잘났다 그러지 않는다. 변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할 테니 믿어 달라고 한다.

한 번은 슈가(BTS 멤버)가 데뷔 1년 정도 지났을 때 공연하면서 엎드려 절하며 울더라. 옛날에 지방에서 힙합 공연을 할 때 자기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 2명 앞에 두고 공연했던 게 생각난다면서. 지난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현장 영상을 보면 스태프들이 너무 많은 장비를 들고 이동하니까 객석에서 다른 가수들 공연을 보고 있던 정국(BTS 멤버)이 일어나 스태프 장비를 들어주고 바닥에 엉킨 선도 정리하더라. 다른 이라면 그냥 스쳤을지도 모르는데.

BTS는 주류 매체 연예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소통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본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찾아보니까. V라이브앱(인터넷 방송)에 들어가 보면 이들의 영상이 올라오고 몇십 분 안 돼 각국의 번역본이 올라온다. 러시아·중국어·일본어 등등. 팬들이 번역해 올려놓는 거다. 영상 보고 나서도 댓글에 감동했다, 얼굴 표정 다 찍어서 올린다, 너희들은 대단한 그룹이다 등등. 10대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올린 사람이 남자가 많다. 10~20대는 물론 40대도 좋아하고. 아버지와 아이들이 같이 올려놓은 것도 있다. 부모가 같이 놀아 주더라.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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