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미국인 팬 "눈물에 시야 가릴까봐 LA 공연 때 안 울었죠"

중앙선데이

입력 2018.01.07 00:02

업데이트 2018.01.0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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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06면

팬들이 말하는 BTS
방탄소년단(BTS) 해외 팬들이 지난해 12월 17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BTS 캐릭터 상품을 산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지난해 12월 28일 미 NBC 토크쇼인 ‘엘런 디제너러스 쇼’에서 방청객이 BTS의 공연을 보며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유튜브]

방탄소년단(BTS) 해외 팬들이 지난해 12월 17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BTS 캐릭터 상품을 산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지난해 12월 28일 미 NBC 토크쇼인 ‘엘런 디제너러스 쇼’에서 방청객이 BTS의 공연을 보며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유튜브]

제니 플로레스

제니 플로레스

“2017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애너하임에서의 방탄소년단(BTS) 윙스투어 공연 때 울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눈물에 시야가 가려 멤버들을 못 볼까 해서였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추억이었다.”

3년차 팬 22세 미국인 제니 플로레스
춤·음악·패션·외모 등 선물세트
착하고 웃긴데 팬 마음까지 배려
멋지지만 가짜 같던 K팝 편견 깨
진심이 보이니 나도 행복해져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를 졸업한 제니 플로레스(22)는 이같이 말하며 “BTS의 진정성과 개성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래 그에게 K팝은 “기이한(odd)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BTS가 그런 생각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BTS와 그와의 얘기다.

‘파인 브로스(Fine Bros)’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거기서 2015년 10월 BTS의 ‘쩔어’ 뮤직비디오 해설 영상을 보게 됐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때만 해도 이 곡 하나만 좋아할 거라고 믿었다. K팝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추천 영상에 뜬 BTS의 ‘상남자’ 뮤직비디오를 보곤 좋아하게 됐다. ‘난 K팝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BTS의 다른 뮤직비디오까지 찾아봤고, 곧 그들의 얼굴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댓글을 통해 그들의 이름도 알아냈다. 결국 ‘방탄밤(BTS 일상을 다룬 영상물)’을 찾아냈다. 솔직히 나를 정말 팬으로 만든 건 멤버들의 성격과 캐릭터를 알게 해 준 방탄밤이었다. 멤버들이 진짜 웃기고 착하고 팬들을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항상 “사랑해요 아미(ARMY·BTS 팬클럽)!” “고마워요 아미”라고 했다. 솔직히 그게 내가 아미가 된 주된 이유였다. 그 후엔 K팝 전반을 좋아하게 됐다. 지금은 열띤 BTS 팬이 된 지 3년차가 됐다.

팬으로서 유료 방송도 보고 시상식이나 차트에 BTS 이름을 올리기 위한 프로젝트(투표)에도 참여한다. BTS가 LA 근처에 오면 직접 보려고도 노력한다. 사실 처음엔 언어적 장벽이 있었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자막을 켜라고 돼 있더라. 사람들이 항상 번역해 줬다. 라이브 방송 때 멤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도 그냥 본다. 그러곤 몇 시간 후 번역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본다.

내게 BTS는 하나의 선물세트다. 안무·음악·패션, 그리고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좋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심지어 착하고 웃긴데 팬들까지 사랑한다. 그동안 K팝은 멋지지만 동시에 가짜라고 생각했다. 미국인들은 개성을 중시하는데 그걸 K팝에서 찾아보긴 힘들다고 느껴서다. BTS는 음악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RM(BTS의 리더)은 가사 쓰는 일이나 방시혁 프로듀서 등과 어떻게 작업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데 솔직해 보인다.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 로그(BTS 멤버들이 일기 형식으로 올리는 영상)를 보다 보면 꼭 그들과 우리 사이에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정말 진정성 있어 보인다.

원래 저스틴 비버의 라이트한 팬이었는데 BTS만큼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비버는 자기 이미지를 망쳤지만 BTS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BTS는 항상 팬들에게 좋은 충고를 해 준다는 점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다른 것 같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내게 줬다. 난 비로소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인들도 ‘바닥에서 시작해 우린 여기까지 왔다’는 식의 ‘흙수저’ 얘기를 좋아한다. 누구든 어떤 순간엔 내가 밑바닥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거다. 나나 이곳 팬들은 BTS의 성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공감을 하고 나 역시 열심히 살아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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