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TS 만든 방시혁 대표 "말 없이 어깨 기댈 수 있는 영웅 필요"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65호 05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방탄소년단(BTS)의 오늘을 만든 일등공신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방시혁(46·사진) 대표다. 작곡가로서 그는 히트곡 제조기로 불렸지만 중소기획사 대표로서 2013년 BTS를 데뷔시킬 때만 해도 그는 초보자였다. 하지만 콘셉트는 분명했다.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영웅을 만들자’. 2집 ‘윙스(WINGS)’ 발매 직후인 2016년 11월 서울 논현동 BTS 연습실에서 방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2시간여 동안 1만2000자가 넘는 말을 쏟아냈다. <중앙일보 2016년 11월 7일자 24면> 1년여 지난 시점에도 그의 말은 여전히 유효했다. 당시 기사에 담지 못했던 그의 목소리를 공개한다.

가짜 우상 아닌 선한 친구 콘셉트 #팬 마음 아는데 보상 안 할 수 있나 #청춘, 이길 수 있든 없든 꿈 가져야

친근한 이웃 오빠로 콘셉트를 잡은 이유는.
“BTS가 데뷔하기 1년 전(2012년), 어떤 아이돌그룹을 만들까 고민한 회사 문서를 최근 봤다. ‘지금 세대 젊은이들이 원하는 영웅은 과연 무엇일까. 위에서 교조적으로 설파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 말을 안 해도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영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써져 있었다. 가짜 우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 안의 닿는 곳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BTS를 만들려 했다.”
국내보다 해외 팬 반응이 더 뜨겁다.
“BTS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보편적인 동시대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이별 이야기보다 동시대 젊은이가 느끼는 것을 BTS의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통한 듯하다. 미디어의 영향도 컸다. 유튜브나 트위터 등에서 BTS 관련 영상이 실시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올라가니 팬이 불어났다. BTS 멤버들도 신비주의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시너지가 났다. 데뷔하고 굉장히 절박한 상황에서 애초 생각한 그림을 꾸준히 밀었는데 시대적으로 운이 좋았고, 팬을 잘 만났다.”
특히 바른 이미지로 어필하는데.
“BTS를 결성할 때 선한 영향력을 줘야 한다고 우리끼리 다짐했다. 아이돌은 그야말로 우상이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우상이라면 그건 가짜 우상이다. 암시적이더라도 일진을 찬양한다거나 사회 부조리를 용인하는 이야기를 노래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멋있더라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팬은 소중한 사람이다. 팬이 BTS를 위해 어떤 수고를 하는지 아는데 보상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팬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자고 멤버들과 생각을 공유했다.”
BTS의 콘텐트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BTS가 잘하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다. 학창 시절 관심 갖는 것이 친구·꿈·행복 아닌가. 앨범 ‘화양연화’ 시리즈의 경우 청춘 예찬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지금 청춘은 고통스럽고 슬프고 이런 세상을 맞게 해서 미안한 존재들 아닌가. 현실을 이야기하는 가수가 되기로 했으니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그냥 살자는 게 아니라 열심히 극복하기 위해 뛰자고, 이길 수 있든 없든 꿈을 갖고 있으면 젊은이라며 풀어 나갔다.”
인터넷 반응을 열심히 챙긴다고.
“서핑왕이다. BTS를 싫어하는 분들이 무슨 얘기를 하나, 무엇을 원하나, 무엇을 잘해 줄 수 있을까, 싫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하나,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BTS를 콘텐트화할 때 팬이 원하는 것을 잘해 주는 것이다.” 
BTS 결성 때부터 목표를 놓고 많이 토론했다는데.
“출발할 때부터 칼을 뽑은 이상 최고의 가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멤버와 이 목표를 진심으로 공유하게 된 것은 데뷔 이후이긴 했다. 초창기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가요계 관계자들이 뜨악한 눈으로 쳐다보며 ‘그래, 꿈은 크게 꾸는 게 좋지’라고 했다. 세계 가요시장에서 의미 있는 BTS가 되는 게 목표였다. 잘 출발했고, 유지하면서 확대해 나가고 싶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