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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사태 "강철비" 핵전쟁과 쿠데타…어디까지 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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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화 강철비 주인공인 전직 정찰총국 요원 엄철우(정우성 분)가 강철비(스틸레인)로 불리는 MLRS 공격을 받고있다.

영화 강철비 주인공인 전직 정찰총국 요원 엄철우(정우성 분)가 강철비(스틸레인)로 불리는 MLRS 공격을 받고있다.

지난 연말 개봉 직후부터 ‘강철비’에 쏠린 관심이 뜨겁다. 최근 북핵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 정세가 한 몫 했다. 영화는 남북한 사이 누적된 불신과 점점 커지는 전쟁 위협 때문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에서 남북대화를 제의해 오면서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겠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이런 북한의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북한과 '대화'냐 '대결'이냐를 두고 논쟁이 커진다. 이처럼 현재진행형 사건을 다룬 강철비의 강점은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묘사에 있다. 얼마나 사실과 가깝게 표현했을까. 영화속 주요 장면을 팩트체크 해봤다.(*영화 결말도 포함, 스포일 주의)

[팩트체크] 천리마군, 정우성 집 주소 찾아보니 달라 #군사반란 '쿠데타' 북한에서 가능할까? #핵무기 공격 12시간?, 미군 진짜 능력은? #양우석 감독 밝힌 전작 변호인과 다른 점

영화 강철비에 나오는 평성시 천리마군은 잘못된 지명이다. 함경남도 남포시 천리마구역이 맞다. [사진 중앙포토]

영화 강철비에 나오는 평성시 천리마군은 잘못된 지명이다. 함경남도 남포시 천리마구역이 맞다. [사진 중앙포토]

▶ 정우성 주소가 천리마군? 천리마구역? 

먼저 주인공 신상부터 확인해 보자. 엄철우(정우성 분)는 전직 북한 정찰총국 요원으로 나온다. 정찰총국은 일종의 특수부대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에 침투해 정보수집, 요인암살과 테러 등을 수행한다. 한국의 정보사령부 소속 부대와 비슷하다.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원빈과 같다는 얘기다. 따라서 영화에서 정우성이 총 잘 쏘고 싸움 잘한다는 설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의 집 주소다. 평성시 천리마군으로 나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평양 북서쪽에 위치한 평성시는 존재한다. 그러나 천리마군은 잘못된 지명이다. 천리마구역은 1980년대 신설된 함경남도 남포시 행정구역이다.

영화 강철비에서 주인공 곽철우(곽도원 분)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영화 강철비에서 주인공 곽철우(곽도원 분)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한가지 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가 총과 수갑을 들고 나오지만 현실의 청와대 수석(차관급)은 외교관이나 학자 출신 공무원이다. 총이 아닌 펜을 들고 싸운다. 외교안보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됐고 국가안보실로 흡수됐다. 국가안보실장(장관급) 아래 1차장·2차장(차관급)을 두고 있다.

▶ 북한 쿠데타 실화?

영화의 배경은 북한에서 발생한 쿠데타, 군사반란이다. 리태한(김갑수 분) 정찰총국장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북한 1호와 핵심 세력을 제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군부 주요 인사들도 총격을 받아 살해된다. 영화 밖 현실에서도 가능한 사건일까. 북한에서 유력인사가 교통사고를 이유로 사망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때마다 석연찮은 배경을 두고 정치적 테러라는 말이 나왔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를 영화에서 그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거 북한에서도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사전에 발각돼 실패했다고 전해질 뿐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다. 한국에서는 1961년과 1979년 두 번 발생한 뒤 군부가 정권을 잡았다.

영화 강철비에서는 북한 군 주요 간부가 살해된다. 인민무력상, 총참모장,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핵심 지휘관이 쿠데타 과정에 제거된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영화 강철비에서는 북한 군 주요 간부가 살해된다. 인민무력상, 총참모장,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핵심 지휘관이 쿠데타 과정에 제거된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 개성공단 중국에 넘어가나?

개성공단이 중국에 넘어간다는 설정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뒤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다. 123개의 기업이 입주했던 개성공단은 그 뒤로 텅 빈 공간이 됐다. 그런데 수상한 조짐이 포착됐다. 중국 기업들이 공단을 다녀간다는 소식이 나와서다. 본지는 지난 2월 중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시제품까지 만들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북한 군부가 끊어진 전기를 공급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영화처럼 실제 중국 기업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화 속 대사처럼 대북제재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북한은 2008년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중국과 접촉해 영업을 하려다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때 한국 기업이 소유한 건물을 중국에 넘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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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계획 5027'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장면도 영화에 나온다. 이때 ‘작전계획 5027’에 따른 군사작전이 그려진다.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이 침공하는 전면전에 대비해 ‘작전계획 5027’을 오랜기간 사용했던 사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계획이 폐기됐다. 북한의 국지도발과 급변사태 등 다양한 위기상황을 고려해 ‘작전계획 5015’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또한, 핵무기 사용은 이런 재래식 작전계획과 무관하다. 한ㆍ미 양국이 참여하는 확장억제위원회를 가동하고 양국 정상이 합의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대통령이 미국 국무장관과 핵무기 사용을 논의한다는 설정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주요 장관 및 장군이 미국 국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한국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주요 장관 및 장군이 미국 국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 평양에 핵공격?

미국이 북한 지역 중 해주ㆍ남포ㆍ원산ㆍ평양을 핵무기 공격 목표로 설정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디를 공격할까. 비밀해제된 미국의 핵무기 공격 목표를 확인해 보니 이들 지명이 모두 확인됐다. 본지가 지난 9월 단독보도한 미국의 핵공격 비밀문서에서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이미 핵전쟁을 대비했다. 미국은 800페이지 핵공격 문건에 북한 지역도 포함했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28개 도시, 90개 목표를 두고 구체적인 좌표까지 표기했다.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핵공격 목표는 미군만 볼 수 있는 미국의 1급 비밀로 한국과는 공유하지 않는다.

미국의 핵공격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지역 목표도 다수 포함됐다. 1956년에 작성된 비밀문건에 포함된 북한의 주요 도시를 보여준다. [그림 중앙포토]

미국의 핵공격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지역 목표도 다수 포함됐다. 1956년에 작성된 비밀문건에 포함된 북한의 주요 도시를 보여준다. [그림 중앙포토]

미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핵무기 공격 지역을 선정한 이유와 구체적인 좌표까지 포함됐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핵무기 공격 지역을 선정한 이유와 구체적인 좌표까지 포함됐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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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무기 공격에 12시간?

전쟁까지 남은 시간은 48시간, 미국의 핵무기가 12시간 뒤 한국에 도착해 북한을 공격한다는 긴박한 설정도 주목받았다. 결국 12시간을 남겨둔 초시계를 두고 긴장감을 키웠다.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먼 거리였다. 핵무기를 한국까지 공수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언급된 마이넛 기지는 존재할까. 미국 본토 북부지역인 노스 다코타주에 위치한 마이넛은 장거리 폭격기 B-52가 이륙하는 기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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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2에는 승무원 5명이 탑승하고 제트엔진 8개로 비행한다. 무장은 31.5t까지 가능하며 일반 폭탄 외에도 핵무기 장착 공대지 미사일도 탑재한다. 그러나 영화처럼 그렇게 먼 곳에서 올 필요는 없다. B-52는 현재 한반도와 가까운 괌에도 순환 배치돼 있다. B-52에 탑재된 핵미사일은 2000㎞ 이상 날아가 정확하게 맞히기도 한다. B-52가 한반도 가까이를 올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또한, 한반도 주변 깊은 바다를 은밀하게 지나가는 미군 잠수함에서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한 핵무기로 공격할 수 도있다. 미 본토에서 발사되는 ICBM은 20분이면 북한까지 날아온다. 북한을 공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명령을 내린 뒤엔 1~2 시간 안에 공격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북한 군대가 한국군 복장을 하고 땅굴을 통해 침투한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북한 군대가 한국군 복장을 하고 땅굴을 통해 침투한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 북한군 침투하는 땅굴이 몇개?

“땅굴 20개 정도 만들었고 5~6개는 사용 가능하다” 북한 군대가 땅굴로 침투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영화처럼 한국군 군복을 입은 북한 군대가 땅굴로 침투할 수 있을까. 북한은 이미 1970년대부터 땅굴을 파고 내려왔다. 74년 11월 15일 파주 비무장지대에서 최초로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 북한은 땅굴을 최대 20개까지 구축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4개가 우리 군에 의해 확인됐다. 서부전선 2개(제1, 제3 땅굴)와 중부전선 1개(제2 땅굴) 그리고 동부전선에서는 1개(제4 땅굴)다. 이 가운데 제3 땅굴은 서울과 불과 44㎞ 거리다. 북한군 고위급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는 땅굴이 준비돼 있어 언제라도 남침할 수 있다는 소문이 군대 안에 퍼져있다”고 전했다.

쿠데타 세력인 정찰총국장이 지하 벙커에서 북한 군대를 지휘한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쿠데타 세력인 정찰총국장이 지하 벙커에서 북한 군대를 지휘한다. [사진=영화 강철비 배급사 NEW]

▶ 미사일로 벙커파괴 가능?

북한 군부는 지하 깊은 벙커에 숨어 작전을 지휘한다. 리태한 정찰총국장 뒤로 한반도 전장상황이 실시간으로 그려진다. 영화의 결말은 이곳을 찾아내 폭격하면서 평화를 찾는다는 구도다. 한국 공군이 쏜 타우러스 순항미사일이 이곳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타우러스는 사거리 300~500㎞, 비행속도는 마하 0.8(시속 900㎞) 수준이다. 휴전선 부근에서 발사해도 300㎞ 이상 떨어진 평양 인근 목표물에 도착하려면 20분은 걸린다. 목표물에 도착해도 실제로 벙커의 완전  파괴는 어렵다. 타우러스는 지하 3~4개 층(6~8m)을 관통할 수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견고한 콘크리트 두께가 3m를 넘어서면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북한의 전쟁 지휘부는 50~100m 이상 지하 갱도화 된 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북한은 화강암 산악 지역에도 갱도를 건설했는데 이곳은 핵무기도 직접 파괴가 어렵다.

양우석 감독의 생각은? 

영화 강철비와 전작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감독 [중앙포토]

영화 강철비와 전작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감독 [중앙포토]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변도 들어봤다. 양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깊은 고뇌를 꺼냈다. 양 감독은 “1959년 발표된 단편소설 ‘단독강화’부터 최근 이뤄지는 남북 및 국제 정세와 관련된 광범위한 자료까지 오랜기간 모으고 반영한 고증작업으로 현실감을 살리려 했다”면서도 “시간과 노력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전작 변호인으로도 유명하다. 자연스럽게 두 영화가 비교 된다. 양 감독은 “전작 변호인은 80년대 민주주의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경제성장에서는 고 김재익 경제부총리를 프리즘으로 뒀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곽철우를 바라보고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변호인에서 송우석이 직업적 신념이 투철했듯 강철비에서 외교 전문가 곽철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의 현실성을 두고 이야기 해보자. 양 감독은 “영화는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겹치고 겹친 상황”이라며 “관객분들에게 현상황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상상력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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