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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올해 ‘한파 패권’ 소한일까 대한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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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원의 날씨이야기(11)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5일(금)은 소한(小寒)이다. 24절기 중 23번째이자 6개 겨울 절기 중 5번째다. 소한은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大寒/1월 20일)과 함께 겨울 추위의 쌍벽을 이룬다. 이들 두 절기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반도의 최고 혹한기를 연출해 왔다.

최근 30년 일 평균 소한 영하 1.2℃ 대한 영하 1℃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 얼어 죽었다’ 속담도 #지난해 소한 영하 0.1℃, 대한 영하 16.9℃로 최강

이름으로만 보면 ‘큰 대(大)자’가 붙은 대한이 ‘작을 소(小)자’가 붙은 소한보다 더 추울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우리나라 기후통계가 그걸 증명한다. 기상청이 최근 30년(1981∼2010년) 동안 소한과 대한의 전국 일 평균 기온과 일 최저기온을 비교한 결과 소한 때가 대한 때보다 기온이 더 낮았다. 이 기간 일 평균기온은 소한 영하 1.2℃, 대한 영하 1℃였다. 일 최저기온도 소한 영하 6.1℃, 대한 영하 5.4℃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24절기가 오래전 중국 기후를 토대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전래한 것이라 지역 편차가 있어서 그렇다는 얘기가 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짧아지다 보니 겨울 최강 한파도 소한 무렵으로 앞당겨졌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설명은 소한과 관련된 오랜 속담을 들어보면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속담 

이름과 달리 ‘대한이 소한보다 덜 춥다’는 뜻을 담고 있는 전래속담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그렇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 없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등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두 절기는 서로 바꿔가며 ‘한파 패권’을 행사해 왔다. 어느 해는 소한 무렵에 최강 추위가 몰려왔고, 어떤 해엔 대한 무렵에 최강 추위가 급습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 중구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올해 소한, 대한 추위는 어떨까. 3일 현재 기상청 예보로는 소한 하루 전인 4일(목) 서울 기온은 최저 영하 7℃, 최고 0℃로 예보됐다. 소한 당일인 5일(금)은 최저 영하 5℃, 최고 2℃로 예상됐다. 새해 초 몰려왔던 영하 10℃ 안팎의 한파가 소한 때 오히려 다소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소한 다음날인 6일(토)도 최저 영하 6℃, 최고 2℃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평년 수준의 소한 기온이다. 대개 영하 10℃ 이하 때 붙이는 ‘혹한’으로는 보긴 힘든 추위다.

앞으로 보름 이상 남은 대한 추위는 현재로썬 가늠할 방법이 없다. 기상청 중기예보도 열흘 치만 내놓는다. 지난 12월 22일 기상청은 3개월 예보를 통해 올 1월 기온을 이렇게 예보했다.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겠다. 찬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릴 때가 있겠다.” 이렇게 애매하게 표현된 예보를 기준에 대한 추위를 점치기는 어렵다. 와봐야 안다는 얘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등 북미지역에는 영하 20~40℃, 캐나다 일부 지역에선  체감온도 영하 50℃에 이르는 살인 한파가 몰려들고 있다. 우리의 소한 무렵, 북반구 다른 곳에선 북극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상어가 얼어 죽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곳곳에서 얼고, 주택 통유리창이 쩍 갈라지고, 추위에 강한 펭귄이 도망가고, 키 높이의 폭설이 내리고, 한랭 질환으로 사람이 죽고 해서 난리가 났다. 캐나다 남부 위니펙 출신의 한 남성이 컵에 담긴 더운물을 공중으로 뿌리자 바로 눈처럼 얼어버리는 장면이 트위터를 통해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관광객이 찍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달 29일 관광객이 찍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작년과 재작년 소한 무렵엔 추위다운 추위가 별로 없어서 ‘소한 실종’이란 얘길 들었다. 상대적으로 대한 때는 무척 추웠다. 작년 소한 날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0.1℃에 머물렀다. 1월 5일 최저기온으로는 2007년 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평년의 영하 6.1℃에 비하면 6℃가량 높았던 셈.

대신 대한 무렵인 1월 15일엔 작년 겨울 최강 한파를 기록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철원 영하 16.9℃, 대관령 영하 18℃, 서울 영하 11.5℃, 대전 영하 11.8℃, 전주 영하 9.7℃, 광주 영하 7.9℃, 대구 영하 8.2℃, 부산 영하 7.7℃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엔 소한 무렵인 1월 3일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6.4℃를 기록했다. 당시 원주 영하 17.7℃, 대관령 영하 22.1℃, 춘천 영하 23.1℃ 등으로 영하 20℃ 안팎의 맹추위를 보였다. 철원은 영하 25.8℃까지 뚝 떨어져 한파의 정점을 찍었다. 그래서 당시 ‘냉동고 추위’란 말이 나돌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온이 낮았던 기록은 강원도 금화군의 영하 33.4℃(1942년 1월 15일)였다.

포도주의 빙점 영하 13℃

그렇다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까. 실험에 의하면 사이다는 영하 6℃, 맥주는 영하 10℃, 포도주는 영하 13℃에서 얼기 시작한다. 보통 영하 10~15℃가 되면 유리문이나 유리창에 성에가 낀다.

영하 20℃ 이하에서는 눈썹에 백발처럼 서리가 낀다. [사진제공=중국 신화망 캡처]

영하 20℃ 이하에서는 눈썹에 백발처럼 서리가 낀다. [사진제공=중국 신화망 캡처]

영하 20℃ 이하에서는 얼굴을 내놓고 집 밖을 나다니기가 힘들고 눈썹이나 수염 등에 백발처럼 서리가 낀다. 동결현상 때문에 건물의 이음새 부분이 파괴되거나 밤중에 집안에서 우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영하 25℃ 이하가 되면 바깥에서 선 채로 소변을 보기가 힘들게 된다.

영하 30℃ 이하로 떨어지면 나무가 얼고, 영하 40℃ 이하면 작은 새나 까마귀가 동사해서 떨어진다. 영하 50℃ 아래서는 숨 쉴 때 김이 귀 부근에 얼어붙으며 약한 소리가 난다.

이 같은 한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 동상 등과 같은 한랭 질환에 걸릴 우려가 커진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타박상, 골절상을 입는 낙상 사고도 빈번해진다. 특히 은퇴기 전후의 사람들에게 낙상사고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평소 한파특보 대비 요령을 숙지했다가 한파가 몰려올 경우 실천해서 소중한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게 좋겠다.

한파특보 시 대비 요령

-갑작스런 기온 강하 시 심장과 혈관계통·호흡기계통·신경계통·피부병 등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므로 유아, 노인 또는 병자가 있는 가정은 난방에 유의한다.
-혈압이 높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노출부위의 보온에 신경 쓴다. 특히 머리 보온에 주의한다.
-외출 후 손발을 씻고 과도한 음주나 무리한 일로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한다. 당뇨환자, 만성폐질환자 등은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해둔다.
-고혈압 등 만성병 환자의 경우 운동은 오후에 실내에서 한다.
-장기간 외출 시 온수를 한 방울씩 흐르게 해 동파를 방지한다.
-수도계량기 보호를 위해 내부는 헌 옷으로 채우고 외부는 테이프로 밀폐한다.
-수도관이 얼면 헤어드라이어나 미지근한 물로 녹인다.
[자료=행정안전부]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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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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