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인간과 DNA 98.8% 일치하는 침팬지

중앙일보

입력 2018.01.04 01:00

업데이트 2018.01.0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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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은 왜 하필 여러 동물 중 영장류를 실험동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부작용 우려에 처음부터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쓸 수는 없다. 임상시험의 전 단계인 ‘전임상’에서 엄격한 동물실험을 거치는 이유다. 동물실험에서는 흔히 쥐나 돼지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원숭이가 최고의 동물실험 대상이다. 인간의 유전자와 95% 이상 같기 때문이다. 다만, 마리당 최소 400만원 이상 하는 고가이다 보니 덜 중요한 실험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쥐나 돼지를 쓴다. 물론 동물실험에서 흔히 쓰이는 초파리의 경우는 인간과 DNA가 60% 일치하는 데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생애주기가 길어야 100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

실험엔 인간과 가까운 종 효과적
유인원은 인간처럼 자아인식도

과거 신약개발 전임상 단계 때 쥐(설치류)를 썼다가 대형사고가 난 것은 영장류 실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진정제로 개발돼 1950~60년대에 사용된 ‘탈리도마이드’가 대표적이다. 쥐 실험에서 부작용이 없어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됐지만, 당시 46개국에서 팔과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기형아가 1만 명 넘게 태어나는 비극을 초래했다. 그래서 이후 미국에서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쥐 실험에 성공한 약물에 대해서는 원숭이 실험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을 바꿨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약개발에 앞서 소위 전임상이라 불리는 동물실험에 쥐나 돼지 대신 사람과 가까운 원숭이를 쓴다면 신약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왼쪽부터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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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장류를 동물실험 대상으로 쓸 때 문제가 있다. 영장류는 지능이 높고 감정 표현이 뚜렷하다. 인간과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허 선임연구원은 “원숭이 실험을 하다 보면 사람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가 있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실험에 사용된 침팬지들은 고문이나 재난을 겪은 사람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침팬지는 인간처럼 자아가 있고 DNA 유사성이 98.8%에 달할 정도로 인간과 가깝다. 중·고교 생물 시간에 배운 ‘종(種)-속(屬)-과(科)-목(目)-강(網)-문(門)-계(界)’로 구분하는 ‘생물 분류학 기준’에 따르면, 고릴라·오랑우탄·침팬지는 사람과(科)에 속한다. 진화 과정에서 약 600만년 전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졌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때문에 같은 영장류라도 사람에 더 가까운 유인원(類人猿)에 속하는 침팬지·오랑우탄·고릴라는 2015년부터 동물실험 대상으로 금지됐다. 2011년 개봉한 과학소설(SF) 영화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은 이런 종의 분류를 뿌리에 둔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이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 대상으로 유인원을 이용한다. 이 와중에 약의 효능으로 똑똑해진 유인원들이 인간의 속박을 거부하고 전쟁을 선포한다. 사람과 같은 유인원류이지만,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한쪽은 실험의 대상이 되고 다른 한쪽은 세상의 지배자가 됐다는 논리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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