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종로에 버스전용차선이 설치된 이후 첫 평일인 2일 오전 출근길. 버스전용차선은 흐름이 원활하지만 종로 방향 일반 차선은 막혀있다. [최승식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1/03/9f45dc50-f18f-46d0-ac37-a280c794dbcd.jpg)
지난해 말 서울 종로에 버스전용차선이 설치된 이후 첫 평일인 2일 오전 출근길. 버스전용차선은 흐름이 원활하지만 종로 방향 일반 차선은 막혀있다. [최승식 기자]
2일 오전 7시 40분 서울시 종로2가 교차로. 강남구에서 도봉구까지 오가는 시내버스 140번 안에서 40대 남성이 “정류장이 바뀌었어요? 큰일 났네”라고 운전기사에 물었다. 기사가 “전용차선이 도입되면서 일부 정류장 위치가 바뀌었다”고 하자 세운상가 근처 정류장에 내려 반대 방향으로 급히 뛰어갔다.
중앙 버스전용차선 첫 출근길 가보니 #석 달 공사 마치고 지난달 31일 개통 #세종대로~동묘앞 14.3분 → 12.3분 #기존 정류장 철거 않고 도색 그대로 #곳곳서 횡단보도 설치 공사도 계속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흥인지문 교차로 구간 2.8㎞ 왕복 8개 차로 중 2개 차로에 중앙버스전용차선이 개통됐다. 착공 3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개통해 첫 출근길인 이날 평일 처음으로 운행됐다.
오전 출근 시간대인 8시쯤 동묘앞역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시내버스 101번을 타보니 15분이 걸렸다. 비슷한 시간대 같은 방향으로 택시를 타보니 16분이 걸렸다. 직장인 심희연(31)씨는 “차량 속도가 10~20% 정도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서도 중앙버스차선 도입 뒤 운행 시간이 바뀌었다. 2일 오전 7~9시에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동묘앞역까지 도심방향 버스 운행 시간을 개통 전인 지난해 1월 3일과 비교해 보니 14.3분에서 12.3분으로 줄었고 속도는 약 14% 빨라졌다. 일반 차량은 6.9분에서 9분으로 늘었고 속도는 30% 감소했다.
공사가 지난 10월부터 진행돼 이미 택시는 종로 진입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박문환(62) 택시 기사는 “종로에 들어서면 승객들도 짜증낸다. 성북동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물론 버스 기사는 반긴다. 임종태(62) 버스 운전기사는 “인도 옆쪽에 버스전용차선이 있으면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튀어나와 위험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원근(80)씨는 “도로가 깨끗해졌다. 인도 쪽 버스정류장은 화단이나 펜스에도 내리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족관 영업을 해온 위제관(69)씨도 “주변 버스 정류장 3개가 하나로 합쳐져 알아보기 쉽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정류장 알려주는 일은 줄겠다”며 반겼다.
미흡한 부분도 있다. 직장인 조모(47)씨는 “미리 확인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오늘 영락없이 지각이다. 기존 정류장을 철거하지 않고 도색도 지우지 않아 헷갈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화문 사거리를 비롯해 곳곳에 횡단보도 설치공사도 진행 중이었다. 직장인 최모(49)씨는 “건너편 중앙 버스정류장에 가야하는데, 횡단보도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무리가 덜 된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 [최승식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1/03/12514be7-66d9-4797-a164-e1e492b641bb.jpg)
마무리가 덜 된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 [최승식 기자]
중앙버스전용차선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종로 5가에서 20년 동안 영업해 온 약국의 한 직원은 “경쟁 약국 앞에 버스 정류장이 새로 났다. 원래 우리 가게에 앞에 있었다. 손님이 줄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종각역 지하 상가에서 30년간 가방 가게를 운영해 온 한 50대 상인은 “이전까진 인도쪽 정류장에 내린 사람들이 지하상가에 들르기도 했는데, 중앙에 생기는 바람에 유입 인구가 줄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지난 1996년으로 천호대로에서 처음으로 중앙 버스전용차선이 도입됐다. 강진동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종로는 상인들이 수십년간 터전을 잡아온 곳이라 이해관계가 복잡해 도입이 늦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중앙버스전용차선이 점차 확장되는 분위기다. 평택시는 BRT(간선급행버스)가 투입될 예정인 서재지구부터 고덕국제화지구까지 약 7㎞ 구간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중앙버스전용차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버스의 갈지(之)자 흐름을 없애 일반 차량 소통도 원활할 수 있다”면서도 “무단횡단을 할 경우 보행사고 위험성도 높아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임선영 기자, 수원=최모란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