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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10년 투자 내기 압승…상금 전액 기부

중앙일보

입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헤지펀드와의 10년 대결에서 압승했다. [AP=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헤지펀드와의 10년 대결에서 압승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억만장자이자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헤지펀드와의 10년 대결에서 압승했다.

지난 2007년 버핏은 뉴욕 헤지펀드 운용사인 프로테제파트너스와 향후 10년간 인덱스 펀드와 헤지펀드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낼지 내기를 걸었다.

버핏은 뱅가드의 S&P500 인덱스펀드에, 프로테제는 정선된 5개 헤지펀드 묶음에 승부수를 띄웠다. 양측은 판돈으로 각각 32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걸고, 이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10년 뒤 원리금을 합해 총상금을 승자가 지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2008년 1월 1일 자로 시작된 내기는 뉴욕 증시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 12월 29일(현지시각) 버핏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버핏의 인덱스펀드는 연평균 7.1%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낸 데 반해프로테제의 헤지펀드 수익률은 2.2%에 그쳤기 때문이다.

버핏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불어난 상금 전액 222만 달러(약 23억7000만원)를 자선단체 ‘걸스오브 오마하’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6~18세 여자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버핏과 헤지펀드 10년 내기의 진정한 승자는 ‘걸스오브 오마하’다”라며“버핏의 조언에 따라 이 자선단체도 위탁양육 연령이 넘어선 소녀들에게 임시 주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단체 역시 “버핏이 이길 줄은 확신했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며 “소녀들에게 아주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제 버핏과 헤지펀드와의 대결은 다시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8세가 된 버핏은 지난해 10월 펀드 매니저 마크 유스코에게 보낸 메일에서 “10년 후에는 97세가 되기 때문에 더는 헤지펀드와 투자 대결을 하지 못한다”며 “그때가 되면 내기를 제대로 분석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든 자금으로 운용되지만, 일반적으로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을 보유하면서 갖게 되는 위험을 회피(헤지·Hedge)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최첨단 파생금융상품을 만드는데 이런 까닭에 특정 국가의 외환시장을 교란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투기와 탐욕’의 상징으로 비치기도 한다.

인덱스펀드는 펀드의 수익, 위험특성을 시장지표와 일치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특정업종이나 전체시장 주가 흐름과 같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설정한 펀드다. 고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고 지수가 오르내릴 때 똑같은 폭으로 펀드수익률이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에 ‘운용한다’는 말 대신 ‘관리한다’고 한다.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 지수와 똑같이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검증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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