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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정은 신년사 환영"…"北 제시 '대화 단서'는 분석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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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청와대는 1일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시사하며 ‘시급한 대화’를 제안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 만남을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며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 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책임있게 마주 앉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의 해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 문재인대통령이 사모바위에서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2018.1.1 청와대제공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 문재인대통령이 사모바위에서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2018.1.1 청와대제공

 청와대의 입장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지 7시간여만에 발표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과도 의견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고, 공식 입장문은 문 대통령 최종 확인을 거쳤다”며 “다만 북한이 대화의 단서로 제시한 사안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의 환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면 전환의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2017년까지 (협상의) 지렛대를 최고로 높여놓고 새해부터 대화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이날 (신년사는) 그 시초, 출발점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캡처]

이 관계자는 향후 구체적인 북한과의 협상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올림픽까지) 한달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지만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직위과 국제사회도 대비하고 있다”도 말했다. ‘북한 대표단’의 성격에 대해서는 “피겨 등 출전 자격을 딴 분야가 있으니 선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선이지만 다른 의미도 포함될 수 있다”며 “북한이 대표단을 계기로 한 대화를 말했기 때문에 이런 것을 풀기 위한 부분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대화의 성격’을 놓고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며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했다. 이를 대화의 전제로 삼겠다는 뜻으로 최소 북핵 동결에 이은 궁극적 폐기를 위한 대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화의 성격은 다를 수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결과적으로 북핵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내 베어홀 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하고 있다.2017.07.06. 청와대 사진기자단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내 베어홀 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하고 있다.2017.07.06.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와 이산가족 상봉,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 등 4가지를 제안했다. 이를 ‘한반도 운전자론’이라고 명명했다. 베를린 선언 직후에는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의 동시 재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이번 정부 들어 1번의 핵실험과 11번의 미사일 도발 등 12차례 도발로 응수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지난달 19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한ㆍ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이런 제안을 미국에 했고 미국도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이 가능할 것인지는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 문재인대통령이 사모바위에서 새해 첫 일출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 청와대제공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 문재인대통령이 사모바위에서 새해 첫 일출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 청와대제공

◇“올림픽 성공과 평화 소망”=문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의 성공과 한반도의 평화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이날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함께 북한산으로 산행을 한 배경을 설명하며 “새로운 기운 속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소망을 되새겨보고 싶었다. 그런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을 다한 것 같지 않은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엔 광주 무등산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았다”며 “그때 품었던 소망은 거의 이뤄졌다”고도 언급했다.

강태화ㆍ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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