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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공무원 연금, '혈세'냐 '새경'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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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의 연금해부하기(24)

“바우씨, 당신의 연금비용은 누가 대나요?”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보험료로 낸 거지. 누가 내 연금을 그냥 주겠어?” “국가도 부담하고, 세금으로 보태기도 한다는데요?” “그렇지. 공무원으로 데려다 썼으니 사용자인 국가도 당연히 보험료를 내야지.”

국민들 "연금적자는 보험료로 메워야, 혈세로 보충 안돼" #공무원들 "머슴부렸으면 새경주는 것은 당연"

연금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누가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부담한다. 연금재원 조달방식은 대략 3가지다. 보험료 거두기, 조세로 충당하기, 그리고 보험료와 조세를 혼합한 방식이다. 꼭 어떤 것이어야 하는 정답은 없다.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 환경과 연금제도의 역사적 배경이 그것을 결정할 따름이다.

연금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중앙포토]

연금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중앙포토]

보험료를 거둬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운영방식이다. 연금제도란 경제활동 시기의 소득을 은퇴 후 소득이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 자기 몫의 보험료를 내게 하고 퇴직 후 연금을 준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를 ‘사회보험’ 방식의 공적연금제도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 이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사회보험이란 말 그대로 보험의 원리와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회경제’제도다. 미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현실적으로 위험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연금을 받는다. 젊어서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할 수 있고, 장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것이 보험의 원리와 방식이다.

한편 공적연금이 사회경제제도인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장을 위해 사회연대 원리를 접목했기 때문이다. 연금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험료는 보통 근로자와 사용자가 50대 50으로 균등하게 부담한다. 자영업자는 본인이 모두 부담한다. 그런데 보험료 외에 조세로 연금재원의 일부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가 사회보장 차원에서 지급해야 할 ‘보험 외 급여’를 포함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실업수당을 받은 기간이나 출산, 육아, 가족간병을 위한 기간을 연금제도의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경우 추가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노후 빈곤 문제 어쩌나? [중앙포토]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노후 빈곤 문제 어쩌나? [중앙포토]

사회보험방식은 보험료 납부가 전제되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노후빈곤 문제는 어떻게 하나?

여러 국가가 조세를 직접 투입하는 공공부조방식의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비록 현대적 의미의 연금과 차이가 있지만 이런 형태의 연금 역사는 오래됐다. 서기 320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우리의 노인들은 그들이 노동한 후 노년기에는 조용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노후소득 보장을 천명한 것을 보면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초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산 조사를 통해 빈곤한 노인에게 일정 금액의 연금을 무상으로 지급한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 삶이 지탱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지만, 수혜자가 가난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단점도 있다.

사마리탄의 딜레마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M. 뷰캐넌. [중앙포토]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M. 뷰캐넌. [중앙포토]

공공부조방식의 기초연금은 자칫 수혜계층의 근로의욕과 저축의욕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생산력을 저하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현상을 사마리탄의 딜레마(samaritan`s dilemma)라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뷰캐넌(J. M. Buchanan)이 성서의 일화를 경제현상에 적용한 것으로서 일종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이다.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가 아닌 은급(恩級) 형태의 부양제도도 있다. 중세유럽에서 군신 간의 충성관계를 기반으로 군주가 신하들을 죽을 때까지 부양하는 전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정부 관료에 대해 부양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부양연금의 재원은 당연히 국가의 조세다.

한편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부양연금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무한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이 일정 보험료를 내면 나머지 대부분은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는 식이다. 프랑스 공무원연금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국가가 50대 50으로 보험료를 내고, 부족한 금액은 국가가 보전한다.

우리나라의 국가보전 방식은 비판을 많이 받는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왜 국민 세금으로 메우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공무원과 일반 국민의 시각은 아주 다르다. 소위 ‘혈세론’과 ‘새경론’이다.

일반 국민은 공무원연금을 그냥 사회보험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보험료로 연금을 줘야지 왜 국민 혈세를 투입하느냐고 한다. 반면에 공무원들은 자신의 연금을 부양제도로 이해한다. 머슴 부렸으면 새경 주는 것이 당연하므로 보전이든 부담이든 지급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을 절충하면 ‘부족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 자체보다는 보전 규모가 커져서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일 것 같다.

국가에 의한 일방적 사회보장은 개인의 책임의식을 약화시킨다. 일종의 무임승차 문제를 심화시켜 결국 사회 연대성을 훼손할 수 있다. 개인의 사회적 책임 없는 연대성은 지속되기 어렵다. 이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붕괴된 역사적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연대성을 무시한 개인주의나 개인 책임 만능주의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아니다. 개인의 책임과 사회 연대성이 조화될 때 진정한 사회보장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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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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