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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행복하기 위해 이혼했는데 자책감만 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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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의 이상가족(33)

올해는 제 인생에 획을 그은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 소개로 남편을 만나 아들 낳고 그럭저럭 살았어요. 그러다가 그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결국 올해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이혼. [중앙포토]

이혼. [중앙포토]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돈을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면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걸까요. 친정 식구들도 처음에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자상한 오빠 같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었는데 서로 대화가 되지 않았어요. 계속 평행선만 긋는 대화가 지긋지긋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봄 크게 말씨름을 했고 남편이 며칠 가출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잘못했다고 사과했고, 부부 상담도 받았지만 결국 저와 남편은 같이 살지 못하겠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합의이혼 후 죄책감·상실감으로 힘들어 #이혼 후 감정변화 잘 받아들여야 #아이에 집착 말고 면접교섭 힘써야

막상 이혼을 신청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계속 서로에게 미뤘어요. 그러면서 다시 잘살아 볼까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이상해서 한 번 정을 떼고 나니 다시 정을 붙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싸늘하기만 한 집안 공기, 우리 부부가 참석하면 어색해지는 모임 분위기, 아이와 양가 부모님께도 이것은 할 짓이 아닌 것 같았어요. 결국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끌다가 지난달에 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법원을 나서는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시원하지도 섭섭하지도 않았어요. 무언가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와서 아이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물론 다시 아이 아빠와 재결합해서 살 생각은 없습니다. 다시 지난해 봄으로 돌아가도 결국 이혼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과 달리 제 마음은 왜 이렇게 먹먹하기만 할까요?

[제작 조민아]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같이 살면 죽을 것 같다고 이혼소송을 하는 부부라고 해도 이혼이 성립되면 모두 행복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폭력으로 긴 세월을 살다가 장성한 자식의 도움으로 지옥 같은 집에서 나와 살아보니 밥맛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여인도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자기 맘대로 해야 하는 아내와 살다가 자유가 무엇인지 실감한다는 남자도 법정에서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혼한 부부들은 한동안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상실감으로 힘들어합니다. 저는 이혼 조정 후에 법정에서 대성통곡한 아이 엄마를 본 경험도 많아요. 대부분 본인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었지만, 막상 이혼이 결정되니 그동안 감정들이 모두 소용돌이쳐 올라와서 그러겠죠. 모두 쉽게 이혼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쉽게 이혼을 실행하지 못합니다. 걸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혼을 결정한 것은 대부분 이성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인데, 이혼 후 감정은 예상과 달라 많이 당혹해 합니다. 이혼한 것이 인생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받아들이지만 무기력감, 자신에 대한 분노, 자책, 상실감 때문에 힘들다고 이혼 부부들은 말합니다.

이혼 부부들은 이혼 후 무기력감, 자신에 대한 분노, 자책, 상실감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이혼 부부들은 이혼 후 무기력감, 자신에 대한 분노, 자책, 상실감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사례자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이혼이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가장 큰 잣대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였겠죠, 본인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고려했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 앞으로 더 잘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이 상황을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부모가 건강한 감정을 가져야 아이도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협의이혼을 하면서 자녀의 양육상황에 대해 두 분이 협의했겠지만, 아이를 위해 면접교섭에 힘써주세요. 아이가 혹시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지 마시고 아이가 아빠와 많은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본인의 상실감을 대체하기 위해 아이를 전부 가지려고 하지 말아주세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말고 이제부터 아이가 더 행복해지도록 애써주시면 사례자도 더불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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