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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불리기, 내 돈 지키기(1)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 3000 시대 기대감 모락모락

중앙일보

입력

기업 이익·배당 갈수록 늘어 … 반도체 업황 꺾이면 주가 출렁일 수도


27.7%. 2017년 코스피 상승률(1월 1~11월 14일 종가 기준)이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1%)의 두 배 이상으로 올랐고, 미국 다우지수(18.6%)보다 상승폭이 크다. 2017년 코스피 시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감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실적 개선이라는 두 가지 호재 덕에 상승 흐름을 탔다. 상승 랠리로 코스피 사상 처음으로 2500포인트 시대가 열렸다. 2018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2018년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대신증권과 신영증권, 키움증권은 2018년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3000으로 제시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3050을 예상했다.

수출 호조,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져

이들이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는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수출이 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분기(1월~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한 4301억9000만 달러로 누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출 주요 13대 품목 중 반도체·선박·철강·석유화학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이중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도 16.1%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수출 호조는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25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 법인, 금융회사 제외)의 3분기 영업이익은 42조 9496억원이다. 사상 최대였던 2분기(39조74억원)보다 10.11%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47조8101억원이다. 2018년에도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정유·화학업종, 제약·바이오주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반도체·철강 등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 이익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8년 수출이 15% 내외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영업이익은 약 1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제약·바이오주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하는 등 높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다.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 개인 의료비는 줄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의약품 판매가 늘어 제약·바이오 기업 실적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국내 증시는 이익 성장을 발판으로 전년 대비 25%가량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는 지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2018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220조원에 달하는 데다 시장금리 상승과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 증시 상승세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스튜어드십 코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외국인 투자자 자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예컨대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국내 상장사는 ‘짠물 배당’으로 세계 투자자 사이에 악명이 높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 상장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3%다. 한국 상장사의 순이익이 100만원이라면 1년 동안 19만3000원의 배당을 받는다는 뜻이다. 유럽연합(81.4%)·미국(53.8%)·일본(35.2%)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62.5%)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늘어나는 상장사의 수익도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배당 증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8곳이 2017년 상반기에 3조2533억원을 중간·분기 배당했다. 전년의 연간 배당 규모(9281억원)의 3.5배에 달한다. 2017년 코스피 상장사 수익은 1년 전보다 30~40% 증가한 만큼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예년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현금 배당액 규모는 역대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코스피200 종목의 연간 현금배당 규모를 전년보다 6% 늘어난 21조1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배당수익률은 1.25%로 추정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이 분기배당을 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배당금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3년 간 총 29조원을 주주에게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배당 규모는 전년(4조원) 대비 20% 늘린 4조8000억원이다.

마지막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다. 한국은 폐쇄적인 기업문화, 소액주주와의 소극적 소통, 경영권 승계 제도적 장치 미흡 등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 아시아에서도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아시아 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우리나라의 지배구조 순위를 아시아 11개국 중 8위에 올렸다. 태국(6위)과 말레이시아(7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 등 투명성의 문제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남권 대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증시는 싼 편”이라며 “앞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한국 증시는 상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을 위협하는 암초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 대외적인 변수다. 연방준비제도는 2017년 들어 3월 0.75~1.0%로, 6월 1.0~1.25%로, 12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1.25~1.50%로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2018년에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준금리도 더 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는 증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빨라져 국내 금융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연준의 통화정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미국의 금리 상승과 수퍼 달러(달러 강세)가 동반될 수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이탈할 가능성도 커진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8년 미국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이 글로벌 긴축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과 남미권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11월 3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여전히 특정 업종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점도 증시의 걸림돌이다. IT나 제약·바이오 등 일부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7월 25~10월 25일) 동안 의약품(17.3%) 전기·전자(6.4%), 화학(6.1%) 등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이와 달리 건설업(-13.4%)·통신업(-8.7%) 등은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업종의 이익 기여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부담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퍼 호황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국내 주식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어서다.

지배구조·산업·소비재 관심 가질 만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시장 진출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불모지이자 최대 수요처인 중국은 국가 차원의 투자로 당장 2018년부터 낸드 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20년까지 240억 달러를 투입,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확대는 한국 IT기업의 수출 동력을 약화 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 경기 민감주인 정보기술(IT)·금융·소재·산업재 등을 꼽았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IT와 헬스케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신흥국에서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IT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따라 국내 IT기업의 이익이 늘고 헬스케어 역시 시가총액 비중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재와 산업재,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움츠러들었던 중국 소비주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관련 소비주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고 화장품·음식료 등 사드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2020년 1인당 소득수준을 1만2000달러까지 올릴 것을 목표로 정한 점도 지속적으로 중국 관련 소비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 수혜주로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이나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우선주도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기업에도 관심이 커졌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리노공업(13%)·S&T모티브(12.9%)·KCC(11.7%)·포스코(11%) 등이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다.

지배구조 관련주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지주회사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 주가는2017년 1월~11월 17일까지 45% 상승했다. SK와 GS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각각 30%, 11% 올랐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 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디스카운트는 완화되고 프리미엄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기자(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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