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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퇴임…“대법원 사건 적체 한계 넘어”

중앙일보

입력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김용덕(60)‧박보영(56) 대법관이 대법원의 상고 사건 적체 문제가 크다며 해결을 당부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상고사건의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소송절차 개선 방안을 한 가지 제안 드리고자 한다”며 “상고이유서를 상고장 제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원심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위와 같은 본안 전 심사 절차를 원심법원에서 처리하도록 한 후 본안 심리에 적합한 상고사건만 기록을 대법원에 송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 2심을 거쳐 대법원에 최종 판단을 구하는 상고 절차는 상고장 제출, 상고기록 송부, 상고기록접수통지서 송달, 상고이유서 제출, 상고이유에 대한 본안 심리로 진행된다. 현재는 상고이유서가 대법원에 제출되면 대법원은 이에 대한 심사를 통해 재판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재판 전 준비 절차 일부를 하급심 법원에 맡기자는 게 김 대법관의 제안이다.

29일 퇴임식을 끝으로 6년의 임기를 마치는 김용덕 · 박보영 대법관. [중앙포토]

29일 퇴임식을 끝으로 6년의 임기를 마치는 김용덕 · 박보영 대법관. [중앙포토]

김 대법관은 “이렇게 하면 대법원은 사건을 송부받는 즉시 바로 본안 심리를 할 수 있어 본안 전 심사 절차와 기간이 단축되고, 또 그 심사에 들던 대법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법관도 밀려드는 사건 때문에 대법원이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의 주된 책무는 최종적으로 무엇이 정의인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대법관, 재판연구관의 희생과 사명감에 기대기에는 이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법관은 “대법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법치주의 실현에 그만큼 차질이 생기게 된다”며 “국민의 권리구제에 소홀함이 없으면서도 대법원 본연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법관들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에 대한 조언도 했다.

김 대법관은 “사법의 신뢰는 재판에 있고, 재판에 대한 신뢰는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서 비롯된다”며 “당사자를 대하는 법관은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소송의 진행은 신중해야 하며, 결론을 내릴 때는 냉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치우침 없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고르게 눈과 귀를 열어 둬 공정과 중립이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균형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다수라는 이름 뒤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법관은 “진보적인 대법관도 보수적인 대법관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고민할 뿐 개인의 주관적 신념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재판을 통해 단순히 권리를 실현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억울함까지 해소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법원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판자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려움을 알아서 해결해 주는 정의의 구현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인 법 제도는 법원이 심판자의 역할만 하도록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어 국민이 바라는 재판이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법원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저하된다”며 “법원과 국민의 끊임없는 소통 노력을 통해 재판 과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어야 비로소 법원이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소통을 통한 신뢰 얻기를 강조했다.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안철상(60)‧민유숙(52) 대법관 후보자다. 두 사람은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법관으로 취임한다.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돼 국회 임명동의를 앞두고 있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사진=대법원 제공]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돼 국회 임명동의를 앞두고 있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사진=대법원 제공]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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