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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삶의 쉼표, 스위스 인터라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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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채일의 캠핑카로 떠나는 유럽여행(12) 

알프스에서 폭설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눈이 오기 전에 스위스 여행을 끝마쳐야 한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인터라켄 지방은 앞으로 며칠 동안은 맑은 날씨가 예보돼 있다. 서둘러 베네치아에서 스위스 국경을 넘어 인터라켄으로 들어섰다.

인터라켄 호숫가 근처 캠핑장서 1박 #새벽 하늘에 펼쳐진 감동의 빛 잔치 #융프라우 중간 그란덴발트까지만 여행

그런데 GPS 화면에 나타난 길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세상에 이런 길도 있구나!’ 구불구불하고 험하기로 소문난 속리산 말티고개나 지리산 오도재는 명함도 못 내밀 듯 싶다. 알프스의 산길은 터널 안팎으로 꽈배기처럼 360° 돌돌 말려 있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타난 꽈배기처럼 돌돌 말린 스위스 도로. 짙은 파란색 부분은 터널인데 터널 안쪽도 둥글게 굽어 있다. 산악 국가답게 긴 터널은 수십km에 달한다. [사진 장채일]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타난 꽈배기처럼 돌돌 말린 스위스 도로. 짙은 파란색 부분은 터널인데 터널 안쪽도 둥글게 굽어 있다. 산악 국가답게 긴 터널은 수십km에 달한다. [사진 장채일]

꽈배기 길 옆은 화보 사진감

그러나 길옆에 펼쳐지는 풍경은 예술이다. 어느 곳을 찍어도 화보 사진이다. 눈 덮인 산봉우리, 산등성이 경사면에 펼쳐진 짙푸른 잔디밭, 드문드문 박힌 그림 같은 집들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들, 길 아래로 이어지는 호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산등성이 경사면에 펼쳐진 짙푸른 잔디밭, 드문드문 박힌 집들이 그림 같다. [사진 장채일]

산등성이 경사면에 펼쳐진 짙푸른 잔디밭, 드문드문 박힌 집들이 그림 같다.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 가는 길 주변의 농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 가는 길 주변의 농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사진 장채일]

그런데 주소를 입력하고 찾아간 인터라켄의 캠핑장이 굳게 닫혀있다. 안내 데스크에 캠핑 시즌이 끝났다는 표지가 붙어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분명히 웹 사이트에는 개장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산속에서 전기도 공급받지 못하고 하룻밤을 지낼 생각을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검색을 해보니 1시간 거리에 다른 캠핑장이 있다. 그러나 산길인 데다 날도 어둑해지는 터라 마음이 급해졌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고 돌아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불이 켜져 있다. 제법 큰 호수를 내려다보며 아늑하게 자리 잡은 캠핑장이다. 뒤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호숫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캠핑장에 차를 대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예정했던 캠핑장이 문 닫힌 바람에 부랴부랴 찾았던 인터라켄 캠핑장. [사진 장채일]

예정했던 캠핑장이 문 닫힌 바람에 부랴부랴 찾았던 인터라켄 캠핑장.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 캠핑장. 뒤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호숫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 캠핑장. 뒤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호숫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사진 장채일]

다음 날 아침, 흥분과 설렘으로 일찍 잠에서 깼다. 캠핑카 문을 여는 순간 마주친 동녘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그 장면을 놓치기가 아까워 번개처럼 차로 뛰어들어가 카메라를 갖고 나왔다. 내 생애 이렇게 아름다운 새벽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마법 같은 황홀한 빛의 잔치가 끝났다. 높은 지대와 투명한 대기 때문일까? 인터라켄의 해돋이는 황홀하고 장엄하였다.

캠핑카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동녘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를 챙겨 들고 뛰어나와 셔터를 눌렀다. [사진 장채일]

캠핑카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동녘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를 챙겨 들고 뛰어나와 셔터를 눌렀다. [사진 장채일]

사방을 둘러싼 높은 산봉우리들 때문인지 인터라켄에서의 해돋이는 황홀하고 장엄했다. 첫 번째 사진을 찍고 2분 정도 지난 후의 사진이다. [사진 장채일]

사방을 둘러싼 높은 산봉우리들 때문인지 인터라켄에서의 해돋이는 황홀하고 장엄했다. 첫 번째 사진을 찍고 2분 정도 지난 후의 사진이다. [사진 장채일]

융프라우 여행은 보통 인터라켄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예전에 패키지여행으로 융프라우를 다녀온 적이 있어 이번에는 중간 기착점인 그란델발트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이곳은 융프라우에 오르기 전 숨을 고르는 베이스 캠프답게 길옆 카페나 레스토랑의 테라스엔 산에 오르기 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인터라켄의 중심부인 잔디광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융프라우를 볼 수 있도록 법으로 건물을 세울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터라켄을 찾은 관광객은 이곳에서부터 융프라우의 웅장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으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능숙한 솜씨로 착륙하는 패러글라이더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라켄의 중앙 잔디밭. 이곳에서부터 융프라우 여행이 시작된다.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의 중앙 잔디밭. 이곳에서부터 융프라우 여행이 시작된다. [사진 장채일]

푸르고 아늑한 잔디밭을 배경으로 평화롭고 조용한 인터라켄 주변 마을. [사진 장채일]

푸르고 아늑한 잔디밭을 배경으로 평화롭고 조용한 인터라켄 주변 마을.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은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하이킹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활발하다. 인터라켄 시내의 중심가에 위치한 스포츠 활동 안내 데스크.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은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하이킹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활발하다. 인터라켄 시내의 중심가에 위치한 스포츠 활동 안내 데스크.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의 중심가를 약간 벗어나면 소박한 분위기의 구시가지가 나온다. 운터젠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중세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풍기는 빈티지한 분위기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인터라켄의 구시가지 운터젠. 중세시대에 지어진 건물들로 빈티지한 느낌이다.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의 구시가지 운터젠. 중세시대에 지어진 건물들로 빈티지한 느낌이다. [사진 장채일]

인터라켄 오스트역은 인터라켄 여행의 시작점이다. ‘오스트’는 동쪽이라는 뜻으로 오스트역은 인터라켄의 동쪽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인터라켄에는 웨스트역도 있지만,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는 오스트 역에서만 출발한다.

오스트역 앞 길가 주차장은 5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스위스 프랑만 사용이 가능하다. 근처 은행에서 10유로 지폐를 스위스 동전과 바꾸려고 했더니 환전 수수료만 5유로를 달란다. 인근에 유로 화를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1시간에 1유로

최대 주차 시간이 3시간. 산악열차를 타고 다녀오기엔 시간이 빡빡하다. 주차비는 높은 스위스 물가를 고려할 때 1시간에 1유로로 아주 싸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관광객 편의를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있는 것 같다.

인터라켄에서 그란덴발트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그런데 기차가 가파른 경사면을 거침없이 올라간다. 겨울철에는 철로가 얼어 미끄러울 텐데 어떻게 올라갈까? 궁금증은 철로 가운데 깔린 궤도를 보고서야 풀렸다. 기차에 달린 톱니바퀴가 이 궤도를 물고 올라가기 때문에 기차는 급격한 경사면도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가파른 경사면을 거침없이 올라가는 기차의 비밀. 철로 가운데 톱니바퀴가 물고 올라갈 궤도가 깔렸다. 이 궤도 덕분에 기차는 급격한 경사면도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사진 장채일]

가파른 경사면을 거침없이 올라가는 기차의 비밀. 철로 가운데 톱니바퀴가 물고 올라갈 궤도가 깔렸다. 이 궤도 덕분에 기차는 급격한 경사면도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사진 장채일]

그란덴발트 역.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기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를 올라가든지 아니면 주변 지역을 걸어서 하이킹한다. [사진 장채일]

그란덴발트 역.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기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를 올라가든지 아니면 주변 지역을 걸어서 하이킹한다. [사진 장채일]

그란덴발트 역 풍경. 그란덴발트는 융프라우 여행의 시작점으로 조용한 산간마을이다. [사진 장채일]

그란덴발트 역 풍경. 그란덴발트는 융프라우 여행의 시작점으로 조용한 산간마을이다. [사진 장채일]

그란덴발트 역. 저 멀리 눈 덮인 융프라우를 볼 수 있다. [사진 장채일]

그란덴발트 역. 저 멀리 눈 덮인 융프라우를 볼 수 있다. [사진 장채일]

드디어 도착한 그란덴발트. 이곳은 조용한 산간마을로 융푸라우 여행의 시작점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를 올라가든지 아니면 주변 지역을 걸어서 하이킹한다. 우리도 가볍게 하이킹을 한 후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 돌아오는 산악열차에 몸을 실었다.

내일은 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고, 전 세계의 셀럽들이 가장 별장을 갖고 싶어 하는 곳, 스위스의 호반 도시 루체른을 향해 출발이다.

장채일 스토리텔링 블로거 blog.naver.com/jangchaiil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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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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