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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즐기고 만들고 느끼는' 부산 청년창조발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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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6일 오후 부경대(부산 남구 소재) 정문 맞은 편 골목.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써 붙인 ‘고고씽 Job 청년 창조발전소’ 간판과 캐릭터가 알록달록 이색적이다.

청년위한 부산 청년창조발전소 3곳 모두 개소 #27일 부경대 정문 앞엔 '고고씽Job' 문 열어 #청년문화·예술·창업활동 등 다양한 지원위해 #“청년이 즐기고, 만들고, 느끼고 가는 공간”

지하에 들어서자  ‘유니온 키드’ 김지필(32) 대표가 사무실을 정리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엔 골판지 등을 자르는 대형 커팅 기계가 놓여있다. 그는 “28일 창조발전소 개소식이 있어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창조발전소 지하 1층에 입주한 유니온 키드의 김지필 대표가 골판지로 만든 가구를 설명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청년창조발전소 지하 1층에 입주한 유니온 키드의 김지필 대표가 골판지로 만든 가구를 설명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유니온 키드는 제품 디자인을 하고 종이 인형·가구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자원 재활용기업이다. 김 대표는 1㎝ 두께의 골판지를 이리저리 끼워 맞춰 만든, 독특한 모양의 의자를 소개하며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 골판지로 뭐든지 조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사무실을 둘러보니 골판지로 만든 트리, 애완동물의 집, 어린이용 의자 같은 다양한 종류의 가구와 제품이 놓여있었다.

그는 “골판지로 만든 가구에 시트지를 입히거나 친환경 페인트칠을 하면 정말 근사한 가구가 된다”며 “만든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고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 오른쪽 공간에는 이날 체험장 겸 교육장을 꾸미는 작업도 한창이었다.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 황선윤 기자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 황선윤 기자

27일 개소식을 하고 운영에 들어가는 청년 창조발전소 ‘고고씽 Job’은 어떤 곳일까. 개소식에 앞서 26일 미리 현장을 취재했다.

고고씽 Job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건물면적 1149㎡)다. 원래 돼지갈빗집과 오락실·고시원 등이 입주해 있었다. 2017년 부산시 공모에 선정된 남구청이 시비 39억원으로 사들인 뒤 청년을 위한 창조발전소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1층은 청년 예술가를 위한 갤러리와 카페·아트숍이 있다. 청년들이 발전소에서 만든 예술작품과 소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1층 입구에 붙은 문패(갤러리 카페)의 글씨체가 독특했다. 김희정 부산 남구청 특구 전략사업팀장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개발한 유엔 평화체”라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 이 글씨체의 폰트를 만들어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의 소장을 맡은 김일관 동명대 건축디자인대학 교수가 청년작가의 예술품을 소개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의 소장을 맡은 김일관 동명대 건축디자인대학 교수가 청년작가의 예술품을 소개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2층은 문화 콘텐트 창작소와 인문학 창작소. 인문학 토론 등을 한 뒤 그 결과물을 출판물로 내거나 청년 창조발전소의 성과품(접시·사진 등)을 제작·전시하는 곳이다.

3층에는 남구에 위치한 동명대·부경대·경성대·예술대 등 4개 대학의 대학생과 청년들이 교수와 연극인 등의 도움(재능기부)을 받아 시나리오 작성, 연출 등 공연예술을 배우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다. 영상·음향시설을 갖춘 공연장에는 무대와 함께 이동 가능한 의자 68개가 마련된다.

개소식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마무리작업이 한창인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 황선윤 기자

개소식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마무리작업이 한창인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 황선윤 기자

공연장 운영을 맡은 극단 ‘도깨비’의 김익현(부산시 연극협회 이사) 대표는 “지하 1층의 유니온 키드가 만든 소품과 4층 영상미디어 실에서 만든 영상 등을 융·복합해, 기존에 없던 음악·무용·국악·연극을 펼쳐 보이고 청년 예술가가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교육하고 인맥을 연결해주는 등 ‘예술 중매쟁이’ 역할도 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4층에는 3D 프린팅과 캐릭터 제작, 디자인 교육, 애니메이션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강의실이 있다. 이 4층에서 교육을 받은 뒤 5층에 있는  3D 프린트 제작소와 미디어 영상제작소에서 직접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 Job에 입주한 기업 등의 안내간판. 간판은 청년들이 개발한 글씨체인 유엔평화체로 쓰여있다. 황선윤 기자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 Job에 입주한 기업 등의 안내간판. 간판은 청년들이 개발한 글씨체인 유엔평화체로 쓰여있다. 황선윤 기자

5층에 입주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스튜디오 (주)인요의 손창민(32) 아트팀장은 “이곳에선 청년들이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형·식음료 등을 제조해볼 수 있는 곳이자 청년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창업 2년 만에 직원 30명의 회사로 키운 (주)인요의 대표 김승화(34)씨는 “창조발전소에 입주하면서 협소한 사무실과 판매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며 “앞으로 작품 개발과 교육을 통해 유능한 청년 창업가를 양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 창조발전소에는 유니온 키드 외에 광안 공예사, 디자인 업체인 부산 국제디자인 제(대표 최장락), 예술그룹 희(대표 김다희), 드론 영상을 편집하고 가상현실 영상을 제작하는 액츄얼 뷰(대표 설원진) 등이 입주해 운영에 들어간다.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의 강의실. 황선윤 기자

청년창조발전소 고고씽Job의 강의실. 황선윤 기자

동서대 디자인전공 3학년 이선희(24)씨는 “지난 7월부터 국제디자인 제의 프로그램(유엔 특구 디자인 콘텐트)에 참여하면서 디자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창조발전소의 디자인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해 졸업 뒤 디자인 기업에 취업하고 장기적으로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전소 운영을 맡은 김일관(64·동명대 건축디자인 대학교수) 소장은 “발전소에서 청년·대학생이 애니메이션, 3D 프린팅, 영상 디자인, 디지털 인쇄, 공연예술 등 많은 분야를 배우고 체험한 뒤 관련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 문은 항상 열어놓겠다”며 “청년·대학생 누구나 와서 즐기고, 만들고, 느끼고 가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지난 3월 부산진구 동의대 인근에 문을 연 청년창조발전소 디자인 스프링. [사진 부산시]

지난 3월 부산진구 동의대 인근에 문을 연 청년창조발전소 디자인 스프링. [사진 부산시]

이런 청년 창조발전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3월 동의대 인근인 부산진구 가야동에 디자인을 특화한 청년 창조발전소 ‘Design Spring’이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21일에는 부산대 인근 금정구 장전동에 청년문화·예술 콘텐트와 연계한 창업을 특화하기 위한 청년 창조발전소 ‘꿈 터 플러스’가 문을 연 바 있다.

지난 21일 금정구 부산대 인근에 문을 연 청년창조발전소 꿈터 플러스. [사진 부산시]

지난 21일 금정구 부산대 인근에 문을 연 청년창조발전소 꿈터 플러스. [사진 부산시]

이들 발전소는 모두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마음껏 문화·예술·산업·창업 관련 창의력을 쏟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 창조발전소 ‘디자인 스프링’에서는 지난 3월 개소 이후 지금까지 130여회 2500여명의 청년이 ‘창조적 실패 아카데미’를 수강하거나 ‘메이커’ 교육을 받고 3D 프린팅이나 디자인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창조발전소 공모에 선정된 부산 남구와 금정구도 ‘고고씽 Job’과 ‘꿈 터 플러스’를 개소하기 전부터 각각 120회와 180회 청년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청년창조발전소 디자인 스프링의 디자인 라이브러리.[사진 부산시]

청년창조발전소 디자인 스프링의 디자인 라이브러리.[사진 부산시]

김형찬  부산시 창조도시 국장은 “일자리 창출과 청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계획한 창조발전소 3곳이 모두 문을 열었다”며 “창조발전소가 끼와 아이디어로 넘치는 많은 청년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자유로운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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