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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원숭이 얼음동상, 거창 금원산에 세워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거창 금원산 얼음축제 입구에 있는 황금원숭이 얼음동상. 위성욱 기자

거창 금원산 얼음축제 입구에 있는 황금원숭이 얼음동상. 위성욱 기자

거창 금원산 얼음축제장에 있는 얼음동굴. [사진 경남도]

거창 금원산 얼음축제장에 있는 얼음동굴. [사진 경남도]

지난 26일 경남 거창군 금원산 자연휴양림 입구. 얼음꽃이 핀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원숭이 얼음 조각상이 나타났다. 이 원숭이는 경남도가 28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18일간 휴양림 일대에서 개최하는 제11회 ‘금원산 얼음축제’의 상징물이다.

경남도 28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금원산에서 얼음축제 열어 #얼음축제에 등장한 원숭이 동상은 금원산의 전설 담겨 있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얼음동굴에는 각종 작품 전시돼 있어 눈길 #눈썰매장과 미끄럼틀 등 다양한 놀이기구도 설치돼 인기

얼음축제에 원숭이 얼음 조각상이 나온 것은 사연이 있다. 행사가 열리는 금원산(金猿山·해발 1353m) 초입에는 황금원숭이 마을(상천마을)이 있다. 이 마을을 지나 차로 10여분 정도 올라가면 휴양림이 나온다. 금원산 해발 900m 지점엔 세로 70~80m, 가로 50~60m의 거대한 바위가 있다. 주민들은 ‘원숭이 바위(원암·猿岩)’라 부른다. 남덕유산에서 뻗어 나온 금원산도 ‘금빛 원숭이가 사는 산’이란 의미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시대 금원산에 사는 황금 원숭이의 금빛이 중국 황제의 궁궐까지 비쳐 중국이 사신을 보내 원숭이가 드나들던 바위 구멍을 납으로 땜질해 막아버렸다고 한다. 금원산의 오랜 전설이 얼음 동상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경남도는 최근 황금원숭이 캐릭터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하기도 했다.

황금원숭이마을로 불리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마을 입구에 세워진 황금원숭이 모형. 송봉근 기자

황금원숭이마을로 불리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마을 입구에 세워진 황금원숭이 모형. 송봉근 기자

경남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 7부 능선에 있는 원암(원숭이 바위)의 모습. 송봉근 기자

경남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 7부 능선에 있는 원암(원숭이 바위)의 모습. 송봉근 기자

원숭이 얼음 조각상 옆에는 올해 처음 등장한 얼음동굴도 세워져 있다. 북극의 얼음집과 비슷한 이곳은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금원산에 서식하고 있는 1500여종의 고산 식물들 중 일부를 활용한 작품 100여점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휴양림을 관리하는 경남도 산림환경연구원 금원산 산림자원관리소 전 직원들이 생화나 나뭇잎을 눌러서 말리거나 약품 처리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 설치돼 있다.

지난 26일 얼음 동굴 제작 모습. 위성욱 기자

지난 26일 얼음 동굴 제작 모습. 위성욱 기자

얼음동굴에 전시될 고산식물을 활용해 만든 작품. 위성욱 기자

얼음동굴에 전시될 고산식물을 활용해 만든 작품. 위성욱 기자

눈썰매장 모습. [사진 경남도]

눈썰매장 모습. [사진 경남도]

얼음동굴 인근에는 얼음 썰매를 탈 수 있는 공간(700여㎡)도 있다. 100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이 썰매장은 썰매도 무료로 대여해준다. 매표소에서 원숭이 얼음 조각상이 있는 곳까지는 80m 길이의 얼음 미끄럼틀도 마련돼 있다. 동계올림픽의 봅슬레이처럼 미끄럼을 타며 빠른 속도로 내려올 수 있어 얼음축제 기간에 가장 인기를 끄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행사장 주변 계곡에는 물을 뿌려 만든 얼음꽃이 나무와 바위 등에 피어 있어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난다. 오성윤 관리소장은 “금원산이 품고 있는 원학동(猿鶴洞)은 원숭이와 학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라며 “예로부터 원숭이와 학이 사는 곳은 세속을 떠난 선비와 은자(隱者)들이 사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상향)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겨울에 금원산에 오면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계곡에 핀 얼음꽃 모습. [사진 경남도]

계곡에 핀 얼음꽃 모습. [사진 경남도]

얼음꽃이 핀 계곡 모습. 위성욱 기자

얼음꽃이 핀 계곡 모습. 위성욱 기자

거창 금원산 계곡에 핀 얼음꽃. 위성욱 기자

거창 금원산 계곡에 핀 얼음꽃. 위성욱 기자

금원산은 겨울에는 언제나 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얼음축제 행사장인 매표소부터 수목원이 있는 곳까지 휴양림 곳곳에 데크 로드가 설치돼 있는데 벌써 눈이 쌓여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눈 덮인 데크 로드를 따라 걸으며 발아래 고산식물들도 볼 수 있어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자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일부 데크 로드에는 야간 경관 조명도 설치돼 금원산의 아름다운 밤 풍경도 느낄 수 있다. 수목원은 암석원·자생식물원·양치식물원·고산습지원·수생식물원 등 전시시설과 오감체험숲 등 체험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등 각종 숙박시설도 있지만, 온라인 예약 경쟁이 치열해 방을 잡기는 쉽지 않다.

수목원 인근 눈덮인 데크로드 모습. 위성욱 기자

수목원 인근 눈덮인 데크로드 모습. 위성욱 기자

야간 조명이 설치된 데크로드. [사진 경남도]

야간 조명이 설치된 데크로드. [사진 경남도]

하태봉 거창군 부군수는 “금원산 얼음축제는 눈과 얼음을 구경하기 힘든 경남에서 눈과 얼음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겨울철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며 “거창에는 금원산 외에도 수승대, 거창사과테마파크, 가조온천, 황산전통 한옥마을, 거창사건 추모공원, 송계사 등 주변 볼거리도 많은 만큼 거창으로 겨울 여행을 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창=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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