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고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캠페인’,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이 인종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한 ‘무릎 꿇기’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문제들이 미국 대학 경영학 석사(MBA) 정식 커리큘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은 성차별과 언론의 자유, 스탠퍼드 대학은 직장 내 성희롱, 밴더빌트 대학은 직장 내 성희롱과 고객정보 해킹 사실 은폐 등으로 문제가 된 우버를 연구하는 수업 등을 각각 개설했다.
여러 유명 대학들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사내 성희롱 문제를 묵살했다가 곤란에 처한 우버의 경우처럼 윤리적인 문제로 휘청거리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MBA에서의 교육은 더 이상 금융이나 마케팅ㆍ회계 분야에 머물지 않으며, 성희롱과 같은 주제 즉 윤리적ㆍ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커리큘럼으로 재구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능력이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 판단해서다.
NYT는 “일부 경영대학원은 심리학과 같은 사회과학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경우, 윤리 강좌를 행동학 전문가와 게임이론 전문가가 함께 가르치는 식”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의 교과 과정에는 ‘성폭력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 우버의 직장 내 성희롱 등을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 에드소울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윤리와 가치 문제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교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신문은 또 “최근 유엔과 호주 맥쿼리대학이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임으로 재정이 아닌 윤리적 문제를 꼽았다”며 앞으로 이런 수업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