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척당불기(倜儻不羈·뜻이 있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적힌 액자가 2010년 그의 의원실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온 데 대해 즉답을 피했다. 홍 대표는 이날 “‘척당불기’ 액자가 2010년 의원실에 있었다는 영상이 발견됐다”는 질문에 “MBC가 참 이상해졌네”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성완종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 키워드인 ‘척당불기’ 액자가 2010년 홍 대표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당시 그의 의원실에 걸려있었음을 증명하는 영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측근 윤모씨는 “돈을 전달하던 날 홍준표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란 글자가 적힌 액자를 봤다”고 재판 과정에서 진술했으나 홍 대표 측은 이 액자를 의원실이 아니라 당 대표실에만 뒀었다며 반박해왔다.
의원실에 ‘척당불기’ 액자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영상은 2010년 8월 4일 MBC가 촬영한 영상이다. 이와 관련해 26일 MBC는 “의원실과 당 대표실 두 곳에 걸렸던 ‘척당불기’ 액자의 한자는 정확하게 같다. 대표실의 액자는 의원실에 있던 걸 옮겨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2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면서 윤씨가 돈을 전달했다는 시기에 범행 장소라는 국회 의원회관이 공사 중이었던 점 등에서 의원실에서 돈을 줬다는 윤씨 진술에 모순이 있는 점을 지적했었다.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척당불기’ 액자가 2010년 당시 홍 대표 의원실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영상이 발견된 것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척당불기(倜儻不羈) 적당불가(適當不可)”라며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2015년 4월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오고 간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이후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당시 특별수사팀을 맡아 수사를 이끌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