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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106번 질주, 한국 카레이스 역사가 된 류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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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배우 겸 레이서 류시원은 1세대 한류스타다. 국내 대회 때는 100~200명의 일본팬이 경기장을 찾는다. 일본 대회 때는 3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국내 연기활동이 뜸하지만, 일본에선 자주 팬들 앞에 선다. [김경록 기자]

배우 겸 레이서 류시원은 1세대 한류스타다. 국내 대회 때는 100~200명의 일본팬이 경기장을 찾는다. 일본 대회 때는 3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국내 연기활동이 뜸하지만, 일본에선 자주 팬들 앞에 선다. [김경록 기자]

공인 레이스만 106차례. 배우 겸 카레이서 류시원(45)이 21년간 쌓아 올린 대기록이다. 1987년 한국에 자동차경주가 도입된 이후 30년, 그간 100회 이상 공인경기를 치른 드라이버는 류시원 등 7명이다. 한 선수가 1년에 10경기 정도 치르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20년 이상 활동 중인 국내 선수는 10명이 안 된다. 류시원을 한국 모터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러도 되는 이유다.

국내 100경기 레이서 7명 밖에 없어 #연기 생활 병행하며 쌓은 대기록 #2009년부터 ‘팀106’ 직접 만들어 #후원 구하기 어려워 사비로 운영 #“이혼 등 힘든 시간 유일한 탈출구 #체력 관리 잘해 60세 넘어도 할 것”

모터스포츠 슈퍼레이스 '팀 106' 선수 겸 감독인 류시원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220

모터스포츠 슈퍼레이스 '팀 106' 선수 겸 감독인 류시원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220

류시원은 최근 의미 있는 두 개의 상을 받았다. 먼저 지난 20일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연말 시상식에서 공인 100경기를 치른 선수에게 주는 ‘올해의 기록상’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모터스포츠 3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특별 공로상’ 드라이버 부문(공동수상자 김의수·이재우)이다.

레이싱 슈트를 입은 류시원. [사진 슈퍼레이스]

레이싱 슈트를 입은 류시원. [사진 슈퍼레이스]

초기에는 류시원에게 ‘연예인 레이서’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는 “‘재미로 타는데 얼마나 타겠어’라는 비아냥과 무시에 시달렸다”며 “이젠 그 누구도 나를 ‘연예인 레이서’라고 말할 수 없을 거다. 1994년 배우로 데뷔했고, 레이싱은 96년부터 함께 했다. 내게 레이싱은 단순히 취미가 아닌 또 하나의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레이싱 드라이버 라이센스를 딴 류시원은 98년 프로 레이싱(투어링B 클래스)에 발을 디뎠다. 2000년에는 배우 이세창(47)이 만든 연예인 레이싱팀 알스타스에 합류해 메인 드라이버가 됐다. 2006년에는 슈퍼레이스 투어링A 클래스에서 종합 우승도 차지했다.

모터스포츠 슈퍼레이스 '팀 106' 선수 겸 감독인 류시원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220

모터스포츠 슈퍼레이스 '팀 106' 선수 겸 감독인 류시원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220

류시원은 “2009년 알스타스가 어려워지면서 팀을 나왔다. 여러 팀이 입단을 제의했지만 내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일(10월 6일)을 따 ‘팀106’을 창단했다. 그는 “한 의류 브랜드로부터 운 좋게 후원을 받아 팀 규모를 키웠다”고 전했다. 그는 팀에서 ‘1인 3역’을 맡는다. 팀의 대표로서 살림살이를 도맡아 한다. 또 감독으로서 선수와 스태프를 관리하고, 레이스 전략을 수립한다. 그리고 선수로서 직접 트랙에 나선다.

방송 활동 계획도 레이싱 대회 일정을 먼저 확인한 뒤 잡는다. 류시원은 “밤샘 촬영 다음 날에도 경기에 나선 적이 부지기수다. 팀을 만든 뒤 9년간 동안 단 한 번도 레이스에 빠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레이싱카. [사진 슈퍼레이스]

레이싱카. [사진 슈퍼레이스]

‘팀106’도 승승장구했다. 2010~12년, 3년 연속 슈퍼레이스 GT(그랜드 투어링·양산차를 기반으로 만든 고성능 스포츠카)클래스에서 종합우승했다. 류시원은 2013년 GT클래스 종합 3위에 올랐다. 2014년부턴 슈퍼레이스 최상위 레벨인 스톡카(양산차를 개조해 만든 1인승 레이싱카) 클래스에 진출했다. 그는 “메인 스폰서가 사정으로 2013년 후원을 중단했다. 기업들의 소규모 후원과 VIP 드라이빙 스쿨 등 부대사업 등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며 “2~3년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 스폰서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팀 운영에 사비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슈퍼레이스 스톡카 클래스(캐딜락6000)에는 16개 팀, 2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대기업 팀에는 보통 3~4명의 드라이버가 있다. ‘팀106’은 류시원과 일본인 드라이버 다카유키 아오키(45) 만으로 시즌을 치렀다. 그래도 중상위권 성적(16개 중 5위)을 냈다.

2006년 CJ가 만든 슈퍼레이스는 꾸준히 성장해 국내 대표 레이스대회로 자리 잡았다. 슈퍼레이스 측에 따르면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만 206명의 관중이 대회장을 찾았다. 커진 외형이 아직은 스폰서십 확대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모기업이 없는 중소형 팀 운영이 힘든 이유다. 류시원은 “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스톡카 클래스 차량 2대를 운영하려면 1년에 6억5000만~7억원 정도 들고, 웬만큼 성적을 내려면 8억~10억원은 써야 한다. 우승을 하려면 10억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슈퍼레이스에 출전한 스톡카들이 30일 일본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슈퍼6000클래스 챔피언십에서 질주하고 있다. 류시원 등 드라이버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 [사진제공=슈퍼레이스]

슈퍼레이스에 출전한 스톡카들이 30일 일본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슈퍼6000클래스 챔피언십에서 질주하고 있다. 류시원 등 드라이버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 [사진제공=슈퍼레이스]

류시원은 2012년부터 3년간 이혼소송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내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했고, 대신 일본에서 앨범을 내거나 콘서트를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툭 던진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레이스는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준 유일한 탈출구”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레이스에는 나이의 한계가 없다.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해서 60살 넘어서도 운전대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카레이서’ 류시원(45)

●1997년 국내 연예인 최초 카레이싱 라이센스 취득
●1998년 레이스 데뷔전(투어링B 클래스)
●2000년 연예인 레이싱팀 알스타스 입단.
국제 카레이싱 라이센스 취득
●2006년 슈퍼레이스 투어링A 클래스 종합 우승
●2009년 ‘팀106’ 창단. 감독 겸 선수로 활동
●2010년 모터스포츠 어워드 올해의 감독상, 인기상 수상
●2013년 슈퍼레이스 GT 클래스 종합 3위
●2014년 슈퍼레이스 스톡카 클래스(최상위 레벨) 데뷔
●2017년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공인경기 100회 달성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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