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는 4월부터 없었다? "친부·내연녀 모녀 공범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17.12.26 14:53

업데이트 2017.12.26 15:10

경찰관이 고준희(5)양을 찾는 전단을 원룸 출입구에 붙이고 있다. 김준희 기자

경찰관이 고준희(5)양을 찾는 전단을 원룸 출입구에 붙이고 있다. 김준희 기자

"객관적 증거만 볼 때 '(고)준희양을 봤다'는 마지막 시점은 3월 30일로 보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을 둘러싼 가족들의 말이 대부분 거짓일 공산이 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준희양의 친부 고모(36)씨와 고씨의 내연녀 이모(35)씨, 이씨의 친모 김모(61·여)씨는 실종 신고 전 모두 비슷한 시기에 전주의 같은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바꿨다. 본인들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아예 답변을 회피하거나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닌 '가족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 단순 실종 아닌 범죄 무게 두고 수사
준희양 덮던 이불·베개선 DNA 발견 안 돼
이삿짐센터 직원 "여자아이 못 봤다" 진술
신고 전 바꾼 휴대폰이 사건 풀 '스모킹건'

'고준희양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 덕진경찰서 김영근 수사과장은 26일 오전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준희양의 친부 고씨는 4월 말, (고씨의) 내연녀 어머니 김씨는 5월 초에 아이를 (친부와 내연녀 모자가 살던) 완주군 봉동읍에서 (내연녀 어머니가 사는) 전주로 데려왔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이를 본 목격자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초 (전주시 인후동) 집 안에서 준희양을 봤다'는 이웃 주민의 목격담도 여러 정황상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목격자는 내연녀 어머니 김씨가 처음 준희양을 데리고 산 것으로 알려진 전주시 인후동 월셋집 같은 층에 살던 '세대원'이다. 김영근 과장은 "(사건 관계인인 김씨에 의한) 목격자 진술의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희(5)양을 찾는 실종 전단. [사진 전주 덕진경찰서]

고준희(5)양을 찾는 실종 전단. [사진 전주 덕진경찰서]

경찰은 준희양이 지난달 18일 실종 직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전주시 우아동 집(빌라)에서도 준희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 과장은 "감식 결과 아동용 칫솔과 치약 등 일부 물품 외에 준희양이 덮었던 이불이나 베개, 방바닥 등 집 내부에서는 준희양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 2개짜리 집에서 준희양과 김씨는 각각 다른 방에서 잤다고 한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감식 결과는 "11월 16일 김씨 집에서 딸아이(준희양)를 봤다"는 친부 고씨의 진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준희양의 실종 시점을 아이의 친부와 내연녀 모녀가 주장하는 '11월 18일' 훨씬 이전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동안 김씨는 "(지난달 18일) 딸(이씨)이 사위(고양의 친부)와 심하게 싸우고 '더는 같이 못 살겠다'며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해서 내 차를 몰고 나갔다 집에 오니 아이(준희양)가 없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이씨도 "부부싸움 후 남편(고씨)이 홧김에 아이를 데려간 줄 알았다"며 실종 신고를 20일 뒤인 지난 8일에야 했다.

실종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김모(61)씨와 단둘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주시 우아동 빌라. 김준희 기자

실종된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김모(61)씨와 단둘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주시 우아동 빌라. 김준희 기자

의심 가는 정황은 또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동안 고씨는 지난 4월 발달장애가 있는 준희양을 내연녀 어머니 김씨에게 양육을 맡겼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준희양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준희양을 집 밖에 데리고 나온 적도 없다고 한다. '6개월 미숙아'로 태어난 준희양은 친모가 돌보던 때에는 전북대병원에서 2년간 30차례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김씨가 양육을 맡은 이후에는 병원에 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8월 30일 전주시 인후동 주택에서 우아동 빌라로 이사했다"고 했지만, 당시 김씨의 이사를 도운 이삿짐센터 직원은 경찰에서 "여자아이(준희양)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친부 고씨는 "이사할 때 준희는 내 차 안에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고 경찰 측은 전했다. 준희양이 맨 처음 김씨와 단둘이 지낸 것으로 알려진 전주시 인후동 집에서도 준희양의 DNA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빌라 뒷모습. 빌라 뒤편에 야산이 있고 그 뒤에 아중저수지가 있다. 김준희 기자

고준희(5)양이 실종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빌라 뒷모습. 빌라 뒤편에 야산이 있고 그 뒤에 아중저수지가 있다. 김준희 기자

경찰은 "친부 고씨가 지난 1월 준희양을 맡은 이후 창상(創傷)을 입은 준희양을 데리고 모 병원에 두 차례 내원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창상은 '칼 등 날이 예리한 연장에 의해 다친 깊은 상처'를 말한다. 아동학대 정황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치료를 맡은 의사는 경찰에서 "진단 결과만으로 폭행이나 뭔가에 부딪혀 상처가 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친부 고씨 자택 등 4곳에서 압수된 휴대전화들은 당초 경찰이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해 임의로 확보한 전화와 다른 것들이어서 미궁에 빠진 이번 사건을 해결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주목된다. 경찰에 따르면 친부 고씨는 지난 10월 31일, 내연녀 이씨와 이씨 아들(6)은 지난달(11월) 14일, 이씨 어머니 김씨는 같은 달(11월) 29일 각각 다른 통신사로 바꿔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한다. 기기 비용 등은 친부와 내연녀가 따로 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고무보트를 탄 소방대원들이 고준희(5)양을 찾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18일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고무보트를 탄 소방대원들이 고준희(5)양을 찾고 있다. 김준희 기자

고씨는 경찰에서 휴대전화를 바꾼 이유에 대해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새로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세 사람이 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입을 맞췄을 것으로 보고 디지털 포렌식(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각종 저장매체나 인터넷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 기법)을 의뢰했다. 일부 결과는 이미 나와 범죄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준희양 실종 사건을 두고 가족에 의한 유기나 타살까지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4일 만인 지난 22일에야 준희양을 집에 혼자 내버려둔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김씨만 불구속 입건했다. 정작 준희양과 제일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재조사 및 법최면 검사 요구를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입건조차 안 했다.

경찰이 실종된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기린봉 자락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실종된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 기린봉 자락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 수사 장기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아직 범죄로 볼 만한 객관적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 아동의 보호자'에 대한 입건이나 신병 확보 여부에 대해 언급하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경찰은 조만간 친부와 내연녀에 대해서도 아동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수사 초기엔 아동이 스스로 나가서 실종됐을 가능성, 외부인이나 관계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 두고 수색과 수사를 실시했다"며 "하지만 3월 이후 (준희양이)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병원 진료 기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범죄에 의한 실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실종 시점을 (11월 18일보다) 광범위하게 잡고,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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