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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공들인 미얀마에 첫 케이블카 "한국서도 안 믿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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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선하 스카이아시아 회장이 짜익티오를 오가는 미얀마 최초의 케이블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유선하 스카이아시아 회장이 짜익티오를 오가는 미얀마 최초의 케이블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케이블카는 미얀마와 한국을 연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 회사다’ 생각하고 일해주세요. 저도 여러분에게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함께 가야 오래 갑니다.”

유선하 스카이아시아 회장의 뚝심 #‘황금 바위’ 짜익티오 산에 개통 #“현지인 100명 넘게 새 일자리 뿌듯 #스님들 거주 공간 만들어 기부도”

미얀마 짜익티오(Kyaiktiyo) 현지 사무소에서 신입직원 앞에 선 유선하(69) 스카이아시아 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미얀마 최초의 케이블카가 지난 15일 개통했다. 짜익티오는 미얀마인이 평생 세 번은 찾는다는 불교 유적지다. 해발 1100m 정상에 있는 황금 바위를 보러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순례객이 오간다. 절벽 가장자리에 놓인 높이 8m의 황금색 바위가 장관이다.

하지만 짜익티오를 오르는 길은 험난하다. 산 아래 집결지인 킨푼사칸에서 트럭을 개조한 간이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협곡을 올라야 한다. 2011년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한 미얀마는 짜익티오를 새로 단장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케이블카 건설도 그중 하나였다.

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 회장은 베트남·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현장을 배웠다. 1992년 미얀마에 첫발을 디딘 그는 잠재력을 높이 사 사표를 내고 아예 눌러앉았다. 20년 넘게 미얀마에 공을 들인 그에게도 케이블카 사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업 수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려면 케이블카가 꼭 필요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설득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오래 사업을 하면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꾸준히 쌓아둔 인적 자산이 결국 큰 힘이 됐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2015년 1월 그에게 사업을 허가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업을 외국인이 따낸 것도 화젯거리였지만 ‘50+10+10(50년 운영권, 10년 단위 2번의 재계약)’이라는 계약 기간과 1에이커(약 4047㎡)당 100달러인 임대료도 파격적이었다. 순조로웠던 사업은 건설비용(약 200억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꼬였다.

“미얀마에서도 한국에서도 아무도 믿질 않는 거예요. 사기 아니냐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죠. 오죽하면 양국 교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청원까지 넣었을까요. 토목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 탓에 건설 과정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밀림 곳곳에 전봇대를 세우는 일은 특히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그가 가장 신경 쓴 건 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다.

“외지인이 와서 성지를 훼손한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되니까요. 벌목한 양의 2배만큼 대체 수목을 했고, 계약서에 없었지만 100만 달러를 들여 전력 설비도 보강했습니다. 경찰서와 산림청 사무소를 새로 짓고, 스님들의 거주 공간도 만들어 기부했습니다. 무엇보다 100명 이상의 미얀마 현지인에게 새 일자리가 생겼죠.”

스카이아시아는 케이블카 운영으로 연 8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4~5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쉴 만도 한데 유 회장은 곧 스리랑카로 건너간다. 관광지구인 캔디에 케이블카를 짓기 위해서다. 현재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유 회장은 “곧 칠순이지만 열정은 아직 20대”라며 “사업계획서를 들고 더 많은 나라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짜익티오(미얀마)=글·사진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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