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로바니에미는 북극권 한계선에 위치한 산타마을이다. 산타의 전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연중 크리스마스 축제를 연다. 산타마을엔 산타우체국이 있다. 전 세계 어린이가 보낸 편지를 ‘리얼 산타’가 답장해 준다. 우리나라 어린이 4764명도 편지를 부쳤는데 답장을 받고 있다.
국내 산타우체국은 강원도 화천군이다. 올 8월 핀란드 체신청으로부터 독점사용권을 받았다. 전국 어디서나 수신인을 ‘산타할아버지에게’라고 써 우체통에 넣으면 화천군으로 배달되고, 다시 핀란드로 보내진다. 산천어 축제 덕분이다. 올 1월 행사 때 리얼 산타와 엘프가 달려와 꿈과 희망의 선물을 나눠 준 게 인연이 됐다.
새해 1월 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2018 화천 산천어 축제’가 또 진화한다. 지난 주말엔 분위기를 돋울 선등거리 점등식이 펼쳐졌다. 주민 2만7000명이 만든 2만7000개의 선등은 아름다웠다. 핀란드 산타도 감동해 다시 찾는 이번 축제엔 외국인 면세점과 평창올림픽 체험관도 운영된다. 두께가 30㎝를 넘는 얼음에 구멍 1만9617개를 뚫고, 산천어 76만 마리(190t)를 방류한다.
사실 1급수에 서식하는 냉수성인 산천어는 원래 화천과는 무관하다. ‘붕어 없는 붕어빵’처럼 ‘산천어 없는 화천’인데 명물이 된 비결이 경이롭다. 접경 지역인 화천군은 볼 것도, 먹을거리도 적은 첩첩산중 오지였다. 외지 돈을 벌어 볼 요량으로 2000~2002년 빙어 축제를 했는데 동네 잔치로 끝났다. 낙담하던 차에 입질이 왕성하고 육질이 좋다는 산천어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타지 산천어를 화천천에 풀어놓고 낚시를 해 보니 ‘대박’. 미국 CNN도 극찬한 축제가 시작된 연유다.
얼음낚시와 맨손잡기용 산천어는 모두 양식이다. 화천·춘천·강릉·양양·봉화·울진에서 25억원어치가 공급된다. 며칠을 굶긴 뒤 얼음 구멍으로 하루 여섯 번 방류한다. 허기진 물고기는 덥석 루어를 물어 짜릿한 손맛을 선사한다. 화천군은 이번 축제에 160만 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직간접 경제효과가 2500억원으로 군 전체 예산과 맞먹는다. 정부가 첩첩산중의 뚝심 행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군수·공무원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15년째 축제를 진화시키고, 산타까지 달려오게 하고, 갈등 없는 지역사회를 만드니 말이다.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