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서 조율할 일” 국회는 공 넘기고, 청와대는 노동계 눈치만

중앙일보

입력 2017.12.25 01:04

업데이트 2017.12.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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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리 앞에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완화, 노조 조직률 제고, 노사 협력문화 정착, 노동생산성 제고 등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진전 없는 ‘상여금·수당 포함’ 논의
박용만 5차례 여의도 찾았지만
기업 부담 완화 방안 제자리걸음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이란 행사에서였다. 사회적 대화·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노동 현안의 맨 앞에 올렸다. 그러면서 “노사 양측은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올해보다 16.4% 올라 시간당 7530원이 된 최저임금 시행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권 핵심 인사는 “문 대통령은 당초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7530원까지 오른 것을 보고는 적잖게 당황했다”며 “기업이 느낄 인건비 부담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최대 쟁점인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수당 등을 포함시켜 기업 부담을 완화하느냐를 둘러싼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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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들어간다. 상여금과 연장·야간·휴일수당 및 급식 등 생활보조수당, 현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계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까지 산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홍영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예정해 놓았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앞서 홍 위원장 주재로 열린 환노위 여야 3당 간사 조찬 모임이 결론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당장 중소기업 사업장이나 소상공인들에게 현실로 다가왔지만 국회 논의는 이처럼 공회전 중이다.

지난 7일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회 환노위를 찾아가 홍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을 만난 적도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속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올해에만 다섯 번째 국회를 찾았지만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국회에는 숙박·식사 등 현물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10여 건의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여당 소속인 홍 위원장도 “정기 상여금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환노위는 이를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공을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넘기고 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노사와 공익위원들이 고루 참여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산입범위에 관한 쟁점을 최대한 조정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최종적으로 국회가 다루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최저임금위가 정리된 안을 가져오면 국회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 문제와 관련해선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문제는 1차적으로 최저임금위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가 먼저 우리 입장을 정해 전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등 중소기업계 주요 단체장과 간담회를 했을 때 당시 참석자들은 “상여금 등 고정성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김 보좌관은 “청와대에 전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계 인사들은 김 보좌관이 공감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 보좌관은 “그런 입장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청와대나 국회 환노위가 모두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구·허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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