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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3인상 1단축’ 벼랑에 … “이대로라면 한국 떠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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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말을 맞아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최저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부담 요인이 한둘이 아니어서다.

유화·철강 등 전기료 인상 직격탄 #사업계획 비상 … “비용 최소화 올인” #근로시간 축소, 인건비 12조 늘 듯 #“최저임금까지 올라 감당 어려워”

경기도 안산에서 화학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만약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돼 2개조가 하던 일을 3개조가 하면 임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인건비가 37% 늘어난다”며 “최저임금 16.4% 인상분을 합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여야는 현재 68시간인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내년부터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에 합의했는데,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원 충원과 복리후생 비용을 합하면 기업 인건비가 연간 12조30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 중 70%인 8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부담으로 추산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도금·금형 등 뿌리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난이 더 심해지고 국제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며 “대통령이 중소기업계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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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고민이다. 국내 10대 기업에 속하는 제조기업은 “법인세율이 25%로 오르면서 당장 5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 예정”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내년에 최대한 경영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 1조 달러 돌파의 ‘3대 주역’인 반도체·석유화학·철강 업계도 반도체를 제외하곤 해외 여건이 올해보다 좋지 않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보호주의에 더해 중국이 자국의 철강 반제품에 부과되는 수출세를 낮추기로 하면서 중국발 공급과잉 사태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가 중국발 ‘사드보복’으로 떨어진 수출량이 회복되지 않고, 조선업계도 내년 최악의 일감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철강업은 내년에 많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내년부터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하면서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석유화학·철강 업계의 부담은 더욱 늘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심야(오후 11시~오전 9시)에 전기료를 약 40%(여름철 일반 시간대 기준) 할인해 주는데, 전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48.1%가 심야에 소비된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심야 전기료 할인폭을 10%만 줄여도 기업의 연간 전기료 부담은 5000억원 더 늘어난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전지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은 전기료가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해 전기료가 1%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며 “고정비가 이대로 늘어난다면 OCI(국내 폴리실리콘 1위 업체)가 전기요금이 국내의 3분의1 수준인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연 것처럼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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